삶을 견디는 기쁨

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헤르만 헤세의 연보를 읽었다. 유명한 작가이며 그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한 권만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레바퀴 밑에서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났다. 오랜만에 오디오북으로 다시 들었는데, 책을 읽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하게 느껴졌다. 나이가 들면 확실히 알게 되는 것은 피로와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다. 마음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수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 부피를 잰다면 10대의 마음과 나이 듦에 따른 마음의 부피가 달라졌을까 이 부분은 측정이 불가능해서 몹시 궁금하기도 하다.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은 큰 행복이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기억이 나지 않거나, 며칠 전에 무엇이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무탈하게 지나간 하루 일 테니까 말이다. 아주 힘든 일이 있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무디어진다. 그래서 망각이 꽤나 좋은 약이라 생각한다.

달리는 기차를 종종 멈추게 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급정지 레버를 당겨보고 싶어지는 마음, 보면서 한 번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그런 마음에 강렬하게 사로잡힌 적이 있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보지는 못했다. 급정지를 하게 되면 서있는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편리한 생활을 살아가고 있다. 편한 생활 덕분에 조금만 불편해도 짜증이 난다. 너무 편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에 차가 없을 때를 생각해 보면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은 너무 당연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미세먼지 덕분에 숨쉬기 힘들어서 불평했던 날들이 많지만 좋은 날이 있어서 감사하다. 나쁘다고 생각하면 하루 종일 불평불만만 토로하다가 끝이 날 것이다. 그렇게 살기는 싫다.

살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마음을 조금씩 넓혀가고 싶다. <우리, 편하게 말해요>라는 책에서 나온 내용처럼 좋은 면을 되도록 많이 보고 싶다. 이왕이면 나쁜 말은 하지 않도록 하고 좋은 말을 하고 싶다. 이것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바삐 움직이는 세상에 꼭 발맞춰서 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루쯤은 시체처럼 누워있기도 가능하다.

<사진 출처 삶을 견디는 기쁨 /헤르만 헤세/ 유혜자옮김 / 문예춘추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