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의 시작으로 이 책을 다 읽었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무언가를 하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글을 읽고 있다. 그림을 그려야겠다고만 생각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만 했다. 아마도 도망갈 구실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작해 보지 않으면 엉망진창인 그림이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그 해 마지막까지 버티지도 못했으면서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족들의 조언 때로는 잔소리가 어쩜 구구절절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마도 책을 써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무언가를 예견하듯이, "우선 시작해 봐.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를 비롯해서 정말 네가 하고 싶은 것을 그려보라고 했을 때는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마음속에서는 뭔가 마구 꿈틀거리는 것 같고 과감하게 붓질을 해보고도 싶은데 결과는 외면하고 싶어질 것이고 머리를 박고 싶을 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살면서 머리를 책상이나 벽에 박아 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아프다. 그런 경험으로 인해서 정말 머리를 꽉 박고 죽으려면 얼마나 강한 힘을 가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되면 좋겠지만 그런 과정에 있어서 크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아닌 손을 놀리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예술은 머리도 필요하지만 손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