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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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남도가 고향인 할머니의 집은 만석꾼 집안이었다고 한다. 위로 오빠가 세분 있었는데 첫째 오빠의 이름이 일억으로 시작해서 세 번째 오빠가 삼억이었다. 할머니는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억이라는 이름을 얻지 못하고 사끝이 되셨다. 할머니께서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 통일만 되면 이었다. 하지만 언제 통일이 될지 모를 일이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서 우연찮게 할머니 옷고름 안쪽에 선명하게 적혀져 있는 주소를 발견한다. 증조부가 숨겨놓은 금괴가 어디에 있는지 주소를 알긴 알았는데, 이걸 어떻게 찾으러 가나. 금괴의 액수를 보니, 솔깃해진다. 갈 수만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시도해 보고 싶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북한인데 말이다.

금괴의 오늘날 시세는 백십이억이다.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우선은 북한으로 넘어가는 게 문제이긴 했지만 책 속에서는 그것을 해낸다.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고, 조상님분 중에서 그곳에 금괴를 묻어놓은 분도 없다. 할머니 집안의 우환이 깃든 것은 우연한 일은 아니었다. 거기엔 가슴 아픈 사연이 숨겨져있다. 실은 머슴 아들이 그러한 것도, 서로가 원수가 되어버렸지만 그냥 놔두면 별문제 없었을지도 모른다. 살고 죽는 것은 순식간에 벌어지기도 했던 세상이라 참 무서운 일이다. 다행히 할머니는 고생 끝에 남한으로 오셨고 다른 가족분들은 처참하게 세상을 떠났다.

남매의 금괴 찾기 계획은 나름 순조롭게 잘되어 가는 듯 보였다. 정말 금괴를 찾을 수 있을까, 누군가가 이미 찾아가지 않았을까, 찾는다면 그것을 어찌 들고 남한으로 내려오나 등등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믿었던 사람에게 남매는 배신을 당하고 우선 살아서 돌아오는 게 급선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살아서 오면 무엇을 못하리, 이것이 진정 백억을 뛰어넘는 보물이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다. "내 금괴 어디에 있는 거야."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새로운 희망이 피어오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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