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을 오디오북으로 듣기 시작했다. 오디오북을 들어보니 성우분들이 대화를 하듯~ 서로의 역할에 맞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읽어준다. 좋은 세상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글자가 조금씩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눈이 침침해지는 모양이다. 벌써 그럴 나이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럴때가 되었다. 오디오북에서 책장을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성우분이 책을 읽어준다. 그 분위기에 맞는 음악과 상황에 맞는 생활 소음이 들려온다. 물이 끓는 소리, 부스럭 거리는 소리등등.
처음에 츠바키 문구점이 익숙해서 나도 모르게 선택했다.
차례에는 사계절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여름, 가을, 겨울, 봄이다. 책의 내용을 알지 못한 체 선택했지만 책방을 나름 다니다보니, 세뇌당했나 보다. 첫 선택이 참 좋았다. 츠바키 문구점은 그냥 문구점 만은 아니었다. 그 전 전 선대부터 윗 선대까지 화자가 11대 대필가로 활약하고 있다. 어려운 에도시대 때부터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해주는데 궁금한 점도 많았지만 선대와 화자는 그렇게 둘이서 함께 살았다.
처음에 손녀인데 왜 할머니를 할머니라 부르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녀가 말하는 선대는 엄하기 그지 없었고 그런 할머니를 미워했다.
사각사각 글씨 쓰는 소리가 몹시 듣기 좋았다. 대필로 돌아온 그녀의 삶은 살짝 무미건조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친한 친구도 없다던 그녀, 옆집 친구 바바라 부인은 그녀를 포포 라고 부른다. 친숙하고 애정 어린 느낌이 드는 별칭이였다.
강백호가 서 있었던 바닷가가 여기였던가 '가마쿠라' 이곳의 츠바키 문구점을 둘러싸고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은 아니고)
누군가를 대신해서 대필 하는 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으므로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느낌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처음엔 선대가 돌아가셨으니까, 아는 사람만 온다는 츠바키 문구점의 대필업이 끊기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름아름 찾아왔다.
포포는 선대의 엄격한 가르침으로 글을 배웠다. 히라가나와 가타가나에 대한 글쓰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실은 크게 감이 오지 않는다. 포포는 명필 이면서도 그냥 글씨만 잘 쓰는 게 아니었다. 대필을 원하는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연하장을 쓰는 일부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 생각지도 못했던 인연을 끊겠다는 대필도 부탁받았다. 다양한 사연이 있었는데 포포의 대필은 글씨를 멋지게 잘 쓴다고 해서 끝나는 일과는 아니었다. 그 글에는 대필을 부탁하는 사람의 마음과 그것을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그런 마음을 전달해줄 수 있는 대필이라서 어떤 사연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사연에 따라서 편지의 종이와 쓰는 펜도 다르게 준비했는데, 그럴때마다 소개되는 재료들은 어떤것일까 궁금해졌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 울려퍼진다. 이번에는 어떤 사연을 보낼까 싶어 궁금해졌다.
주변 사람들과 포포는 자연스럽게 어울러지며 이 곳에서 새로운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었다. 선대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그녀의 마음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대는 포포에게 몹시 엄격하게 대했지만 누구보다 더 그녀를 사랑하고 걱정했다. 이 또한 선대의 펜팔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두 분다 지금 이곳에 계시지 않는다. 아마도 포포는 선대의 약해진 모습을 볼 수가 없었것이다. 가족은 단 둘뿐이라서 더 무서웠을 것이다.
책을 들으면서 잊고 지냈던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느낌은 밤에 쓰는 편지처럼, 못 부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 우표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새로운 우표가 나오면 기본 10장씩 사두고, 엽서도 여러장 씩 사놓고 했는데 말이다. 우체국에는 택배 보낼 때나 은행일 아니고서 딴 볼일이 없어졌다.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씰도 사러 가고 연하장도 구경하면서 사고 그랬는데 언제 그랬나 싶다. 이번에는 연하장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설레이는 감정이 고개를 내민다. 크리스마스 카드부터 사볼까~ 요런거 무지 좋아하는데 잊어버리고 살았다. 가까이 사는 친구들한테는 직접 돌리기도 했는데~
한동안은 우편함을 들여다보며 친구의 편지를 기다리고~ 정말 목 빠지게 기다렸다. 밤새 편지를 쓰면서 고민하고, 무슨 내용을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일상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친구와 주고 받은 편지를 따로 보관해 둔 편지 상자도 잘 보관해두고 있다. 편지 쓰고 전화기 오래 붙잡고 있고, 할 말이 참 많았는데, 지금은 첫 줄에 뭐라고 써야 할지 조금 막막해진다. 친구가 뜬금없이 무슨 편지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뭐 가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