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 먹을래? 미운오리 그림동화 9
수잔네 슈트라서 지음, 하린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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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표정이 너무 신나 보인다. 예전에 친구들과 밥을 비벼 먹었던 게 생각난다. 밥과 반찬을 모조리 담고 비벼서 마지막에 참기름까지 넣고 먹었는데 그 고소한 향이 지금도 느껴진다. 여럿이 함께 먹어서 그런지 더욱 맛있었다. 한 가지 단점은 밥을 적게 먹은 것 같진 않은데 금방 배가 고팠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넣고 끓인 수프는 무슨 맛일까? 실은 먹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데, 친구들의 신나는 표정을 보니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처음에 냄비에 들어가는 재료가 순무였다. '앗 순무라고.' 그러면서 속으로 주문처럼 '맛이 없을 것 같다.'를 외쳤다. 그리고 두 번째 재료도 친구가 좋아하는 재료가 들어갔다. 세 번째, 네 번째 다른 재료를 넣고 뼈다귀도 통째로 들어갔는데 뼈에 좋을 것도 같고 육수에 도움이 될 것도 같고 그랬다.





마지막 재료는 고소한 향이 터지는 잣이 들어갔다. 마무리가 좋으니까 맛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 보았다. 식탁에서 수프를 기다리는 친구들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이제 맛만 보면 된다. 맛을 본 친구들의 표정이 다 다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함께 하니까 좋은 게 아닐까. 이 수프의 최후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눈을 감고 맛을 본다면 좀 다를지도 모른다. '아차차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빼먹었잖아.' 후추를 넣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거기에 꿀도 좀 넣고 말이야.'





어린 시절에 친구들이 좋아하는 재료를 넣고 수프를 끓이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서로의 표정을 보면서 웃겨 죽었을 것이다. '큭큭큭' 웃으면서 그래도 역시나 즐거웠을 것이다. 코로나19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좋아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지 못했다. 제한된 곳에서 서로를 멀찌감치 떨어져서, 왠지 모를 두려움에 떨면서 그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컸다. 음식은 좋아하는 사람과 수다를 떨면서 먹어야 제맛이다. 웬만하면 먹을만하고 맛있어지는 주문과 비슷하다. 함께여서 행복하다.




<사진출처 수프 먹을래? /수잔네 슈트라서 / 미운오리새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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