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김종해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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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이 잠시 멈춘 듯 하다가 홀연히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삶과 죽음이 이 안에 공존한다. 나이듦이 무엇인가 생각하다, 생각이 많은 날처럼 그냥 그렇게 시간이 훌쩍 달려간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23년도 달력으로 넘어가 있다. 힘겨운 시간과의 사투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가, 하여튼 그랬다. 


저자의 시에서 처럼 마스크를 쓰고 병원에 가면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안경에 서리가 끼고 추운 날씨라 더욱 실내로 들어 올 때면 순간 아득해졌다 시야가 밝아진다. 그 언저리에 서성거리고 있는데 기차역 대합실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얼른 목적지에 도착해서 쉬고 싶어진다.  


시인으로 등단 후 시를 읽고 쓰며 살아온 지 올해로 60년이 되는 김종해 시인의 시를 읽고 있다. '서로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는 시를 읽으며 1백 년의 시간이 정말 짧은 것일까 생각해본다. 하긴 사람들에게 공평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니, 시간은 정말로 짧다. 이 나이까지 살지 몰라서 시도를 해보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꾸준하게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읽으면서 저자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삶의 기쁨으로 손자가 태어나서 돌잔치를 하며 할아버지는 정말 기뻐 보이셨다. 하루 하루의 일들이 시집안에 녹아있다. 다만 생애의 끝자락에 대한 생각이 많아 보이신다. 인연이였던 여러 시인들의 만남과 추억 그리고 회상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그안에 녹아있다. 글이 좋은 이유는 누구라도 소환할 수 있고 그 사람과의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게 아닐까. 시가 좋은 이유도 그렇다. 하루하루의 기록이라서 되려 친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로는 절망도 살아가는 데 약이 된다 15쪽>


인왕산 아래 경희궁의 아침 16층 아파트에 두분이 살고 계신다. <달력을 뜯어내며> 라는 시가 와 닿았다. 실은 코로나19가 일어나기 전과 그 후의 시간으로 삶이 나누어진 듯 하다. 그 시간을 통째로 누가 뜯어가버린 듯 하여, 달리 호소할때도 없고, 저항해봐도 소용이 없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고 숨쉬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아르신들은 마스크를 어떻게 쓰고 다니실까 걱정되었다. 저자의 시에도 코로나 19의 계절이 고스란이 스며들어 있다. 그 시간을 다시 짚어 내는 게 힘들다. 모두가 고통 속에서 버티어 낸 시간이라 편치 않은 마음이 다시금 고개를 내민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지나가고프다. 일상으로 돌아와서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불안한 마음이 불쑥 불청객처럼 들이민다. 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아, 미세먼지를 그리 표현하신 것 역시 멋지시다.

일상이 여전히 편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마음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 했으니 편하게 생각하자. 해설을 읽으면서 저자의 시를 쉽게 읽었나 싶어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어 보았다. 역시 시는 음미가 제 맛인가 보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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