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르센 뤼팽, 체포되다 ㅣ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22
크리스텔 에스피에 그림, 이정주 옮김, 모리스 르블랑 원작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12월
평점 :
시리즈물로 꾸준하게 사랑받기도 쉽지 않지만, 문학적인 자신의 소신을 꾸려나가기에는 아르센 뤼팽의 존재는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뤼팽이 순순하게 체포되었다는 사실에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왜냐하면 감옥에 있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유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저자의 말처럼 우연찮은 기회로 맺어진 아르센 뤼팽과의 인연이라는 이야기는 실존 인물을 말하는 듯 오래된 인연을 회상하듯 정감있게 느껴졌다. '실제로 아르센 뤼팽을 만난 듯하다.'
오랜 벗을 만나 추억에 잠기며 그 시절을 회상하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아르센 뤼팽을 만났던 때를 떠올려보았다. 초등학교 시절이었는데 기암성을 통해서 뤼팽을 처음 알게 되었다. 홈스는 살짝 띨띨한 탐정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초기 작품에서는 홈스를 탐정으로 등장시켜서 코난 도일 저자에게 엄청난 비난을 샀다고 한다. 그 후로 탐정의 이름이 바뀌었지만, 읽은 책에서는 바뀌지 않았던 듯하다.
그러다 나중에 홈스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코난 만화책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 책은 대서양을 횡단하는 프로방스호에 아르센 뤼팽이 승선했다는 전보가 날아든다. 요즘엔 전보라는 것이 어색하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빠르게 소식을 전달해 주는 수단이었다. 그림을 그린 크리스텔 에스피에는 수많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셜록 홈스 시리즈, 톰 소여의 모험, 삼총사, 오페라의 유령 등 다양한 고전을 화려한 색채로 직접 각색하고 그렸다. 책을 보면서 그림이 눈여겨볼 만큼 다른 책들도 읽어 보고 싶다.
역시 도둑이나 탐정이나 우선 멋지고 봐야 한다.
누가 그를 도둑이라고 생각하겠나. 그때 당시에 뤼팽을 알기 전에 도둑질은 나쁘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변함없지만, 뤼팽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훔치는 것이 더 최악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이 많아지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아르센 뤼팽, 체포되다 10쪽 / 모리스르블랑원작/크리스텔에스피에 그림/ 이정주 옮김>
여객선에서는 벼락치는 날 휙 날아든 전보로 인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 폭풍우 속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여유롭고 한가로워 보인다. 거기다 아름다운 넬리 양과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쇼르만 남작의 저택에 침입했던 뤼팽이 남기고 간 문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보석이 진품일 때 다시 오겠소.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9쪽)
사람들은 누가 뤼팽인지 알지 못해 서로를 못 미덥게 쳐다보고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중에서 r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명으로 배에 승선했다는 힌트를 얻어 넬리 양은 뤼팽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찾았다. 이놈.'
뤼팽이 그냥 당할 사람은 아닌데 하며 그 뒤를 쫓았다. 다만 우리는 아르센 뤼팽이 누군지 알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척, 그가 아니라고 하니까 아닌 척, 그냥 그러기만 하고 있다.
아르센 뤼팽의 숙적일까, 아마도 가니마르 형사 혼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고집스러운 성격과 '네놈을 꼭 잡고 말 거야.' 하는 집념의 형사가 그를 잡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다. '은퇴하시기 전에 얼른 잡아야 할 텐데요.'
넬리 양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나중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저자가 말한 몇 가지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