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나무 아래 - 시체가 묻혀 있다
가지이 모토지로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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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걷다 보면 아무나 잡고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도를 믿으시나요?’라거나 종교에 관련된 이야기다. 처음엔 만만해 보이는 상인가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다가올 불안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되겠다. 그 시절에는 폐결핵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지금 전염병도 폐와 관련되어 먼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 시절은 1932년이다. 폐결핵은 지독하고 끈질긴 병이다. 이 병은 잘 먹고 쉬어야 하지만 책 속 이야기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죽음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

 

그 사람은 혹시 폐가 안 좋나요?” 라고 물으며 다가왔다. 그 여자의 표정에 지성이 결여 되었다는 말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나중에 어머니께 물어보니 본인도 당하셨단다. 한 번씩 그런 일을 당한다. 언젠가는 뭐가 나쁘냐고?” 물어보길래 좋다고 말했다. 그러니 그럴 리가 없다나.” 다음부터는 매섭게 눈을 뜨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31세에 세상을 떠났다. 20살이 안 되어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별일 아닌 듯 한 일들에 대해서 여러 장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일들 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아픔과 불안이 담겨져 있다. 창밖 풍경을 묘사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은 보이는 모습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할 것이다. 저자는 그런 능력이 있다. 창밖 풍경을 통해서도, 잠깐 지나가는 길에서도, 전철 안 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별거 아닌듯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끄집어 낸다. 몸이 좋지 않아서 멍하니 누워 있는 동안에도 겨울파리의 이야기를 끌고 왔다. 살기 위해서, 살아보겠다며 파리도 가녀린 몸으로 활동할때가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빨랐던 몸놀림도 급격하게 뎌디어지는 녀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그냥 놔둔다. 



망상으로 스스로를 비굴하게 만들지 않고 싸워야 할 상대와 싸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오는 조화에 만족하고 싶다는 제 바람을 전하고 싶어서 이 편지를 씁니다. (7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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