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지음 / 푸른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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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코로나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추석이 코앞이라 정신없이 바쁘거나 긴 휴일로 어디로 놀러갈지 고민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어디를 간다는 것이 이토록 마음이 무거울 일인줄 몰랐다. 추석에 고향 내려가는 것을 잠시 미루고 집안에 머물러 있기로 했다. 모든것이 미루어지고 있다. 이책에서는 우리가 머물고 있지만 제대로 가보지 못한 집으로 여행을 떠난다.

집안의 사물들을 천천히 다시 보고 만져보고 사용하면서 그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 그들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때, 비천한 공간이라도 행복한 공간일 수 있고, 낡고 조잡한 상품이라도 더없이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19쪽) 이제 문을 열고 처음 만나는 공간이 현관이다. 현관에 들고 나가는 크지 않는 공간에 가족구성원의 기분이 담겨져있다. 신경질적인 마음을 현관문에 담아내는 이도 있다. 문이 무슨 잘못이라고. 현관은 공항을 닮았다.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지만 때론 안들어 올때도 있다. 현관을 지나면 거실이 맞이해준다. 거실은 tv가 맞이해주고 소파가 있는 공간이다. 거실은 어떤 공간일까. 공간속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저자의 부모님 이야기와 현실과 맞물려서 여러 이야기가 살아가고 있다. 어린시절 살던 집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면 그곳에 크고 작은 수많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1년만 살더라도 집안에서는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저자가 어린시절 살던 곳에는 의자가 없었다. 예전에 살아가는 집에는 의자가 필요치 않았다. 밥을 먹을때도 밥상만 있으면 되고 공부도 상에서 했다. 안방에서 밥도 먹을수 있고 잠도 자고 가족들이 도란도란 거실역할도 했다. 손님이 오시면 손님방으로도 쓰고 예전에는 가족들이 한방에서 함께 끼여서 잠을 자기도 했다. 지금처럼 방마다 하는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안에서 충실하게 버티고 있는 가구나 사물들이 처음 우리와 함께 하던날을 기억하기도 한다. 모든것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문이 두개 달린 양문형 냉장고가 멋짐을 뽑내며 들어온 날, 냉장고는 거대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함께 한 세월이 10년이 되어 가고 있다. 함께 후덜덜한 소리를 내며 새벽에 윙윙 거리기도 한다. 저자가 떠나는 냉장고를 위해서 지은 시를 보며, 주변의 사물에 대한 마음이 변심함을 느꼈다. 예전의 너와 지금의 내가 달라졌구나.

사소하고 일상적인 풍경에서 때때로 우리는 가장 내밀한 풍경을 만난다. 그런 의미에서 집이 좋은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말. (217쪽) 고마운 여행지다. 말없이 묵묵하게 우리를 기다려준다. 새로운 곳이 아니더라도 집안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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