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 - 권위와 관습적 읽기에서 벗어나 21세기에 다시 읽는 「광인일기」
이주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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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루쉰은 희망이 허망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터이지만, 자신이 품고 있는 절망 또한 허망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선집』 서문」에서 "그런데 나는 또 나 자신의 실망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었다. 내가 만났던 사람과 사건은 몹시 제한적이었을 테니까. (98쪽) 이 책은 루쉰의 광인일기에 대한 연구한 책이다. 첫번째 장은 광인일기 내용에 주목하고 두 번째 장은 글너머의 다양한 글쓰기 배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번째 장은 광인일기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작품들에 대해서, 네번째 장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의 광인일기 연구 현황을 정리하였다.


사람을 잡아 먹었을지도 모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이동생의 살점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광인일기에 대해서 알고 읽었더라면 더 많은 것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글로 읽었을때와 그 시대적 배경과 연구한 책을 읽으니 또 다른 광인일기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다른 책에서 등장하는 광인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루쉰의 다양한 독서 체득과 중국사회의 변혁을 바라는 개혁정신과 고민이 광인일기로 이어졌을 것이다.


장타이옌은 "내가 말하는 신경병은 결코 무모하게 호기를 부리거나 함부로 날뛰는 게 아니라, 섬세하고 치밀한 사상을 신경병 속에 싣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장타이옌이 말하는 시경병이란 '거짓 미침' 혹은 '제멋대로여서 어디에 얽매이지 않음'에 가깝다. (131쪽) 루쉰의 작품이 나오기전에는 1인칭 시점이나 일기에 관련된 책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광인일기에는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다. 때론 그것이 언제인지 알 수 없기도 하다.


루쉰은 다양한 서적을 통해 중국의 식인 현상을 접하였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자치통감』이 식인 현상을 특정 인물에 의해 특정 시기에만 행해진 것이 아니라, 일반 백성 사이의 지속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야사류나 필기류가 아닌 정사류의 기록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123쪽) 다양한 서적에 보면 사람고기가 개고기의 1/5 가격에 판매되었던 때가 있다고 한다. 너무 배가 고파서 사람고기를 먹을수 밖에 없는 지경이였다면 그 시국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보통 사람의 세계와 미친 사람의 세계는 너무 가깝다. 미친사람들 중에 보통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보통 사람으로 보일지, 미치광이로 보일지는 모른다. 문화의 진보는 늘 남들이 미친거 아니냐는 몇몇 광인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광인일기는 근본적으로 국가 폭력, 혹은 제도화된 폭력의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이를 인류 사회의 보편적 문제로 포착해낸 계기적 작품이다.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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