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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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헐어 썼다는 말에 책장을 스르륵 펼쳐보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책중에서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이 있지만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저마다 같은 책을 읽고도 느끼는 점이 달라 그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난해하기도 하다. 저자의 글은 때론 어렵고 책속의 생생한 묘사력 못지 않은 겁을 주기도 하는 책이였다. 카프카의 소설 <유형지에서>를 저자는 서술한다. 이 책은 청소년시절에 상당히 충격을 주었던, 읽다가 말았는지 조차 기억이 없다. 왠지 처형기계가 눈앞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그것이 가져다 준 생생한 공포는 그 시절에 더욱 심했던 것 같다. 지금 읽으며 낯설다는 느낌과 함께 친숙한 느낌을 받는다. 때론 기억의 일정치 못한 부분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어떤 장치가 작용하는지 모르겠지만 불현듯 알지 못했던 기억들이 떠오를때가 있다. 아마도 재갈 부분이 아니였을까 싶다. 저자는 이책을 선택한 이유가 서술적으로 가장 명료한 눈금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문학은 이렇게 계승된다. 프랑스인과 오스트리아인, 혹은 영국인과 러시아인으로 각자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이 다르고 언어와 옷차림이 달라도, 또 다른 여자와 남자를 사랑해도, 각자의 운명이 달라도 그렇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설령 함께 앉을 기회가 생겨도 그들이 서로를 알아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32쪽) 문학은 참 신묘하다. 글은 마술의 재료로써 아주 탁월해 보인다.


후안룰포의 《빼드로 빠라모》는 작품은 완성됐지만 글쓰기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는 이책을 암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거꾸로도 외울수 있다고 했다. 책의 내용은 대략 알고 있지만 읽어보지 않았기에 궁금해졌다. 독서란 한도 끝도 없으며 읽으면 읽을수록그 세계로 빠져든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것처럼 무엇이든지 적당히가 아닌 깊이 들어갈수록 더욱더 헤어나올 수 없게 되는 모양이다. 《적과 흑》속의 심리 표현을 살펴보며 실은 레날부인의 호의에 줄리앙은 "부인, 제가 출신은 미천해도 사람까지 미천하지 않습니다."라며 오만하고 신경질적으로 답한다. 이부분에서는 책속 서술내용에 빠져들며 두 사람의 극도의 불안감과 긴장감이 이어진다. 저자는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지만 때론 서술하고자 하는 것에 더쓰고 싶어질때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저자는 왜 그런지 잘 알고 있다. 스탕달의 문장을 되짚어볼 때면 그들의 엄청나게 풍부한 서술에 붙들려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곤 한다. 때론 어떤 표현들이 마음에 착 들러붙어선 떨어지지 않을때가 있다. 그것이 너무 좋아서 몇번씩 읽어보고 할때면 내안의 무언가의 움직임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힘들지만 때론 너무나 쉽게 무너져내리기도 한다.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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