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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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성능 렌즈를 확 잡아 당기면서 뜻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머리카락이였다.


윤진하 검사는 훈훈한 외모에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로 나름 승승장구하고 있다. 검사들의 소속 부서는 담당 업무에 따라 크게 형사부서와 인지부서로 나눌 수 있다. 형사부 소속 검사들은 형사사건을 수사해 기소하고 인지부 소속 검사들은 고위 공직자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제보받아 특수수사를 담당한다. 당연히 윤진하 검사도 인지부소속의 검사가 되고 싶으나, 학연이나 지연이 부족해서 형사부를 벗어나기 어려운 형편이다. 공판을 마쳐도 새로운 공판들이 줄줄이 있어 야근은 지속되고 있다. 정원 확충에 대해 윗선에 토로 해보았으나 전혀 보충해 줄 생각이 없다.


차장검사 박수천에 눈에 들어서 라인타기를 시도해 보기로 한다. 공판을 살펴보다 피해자 김꽃님 사건을 보게되고 노숙자 상해치사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배심원을 선정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그 배심원중에서 전 대통령 장석주가 배심원 7인에 포함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된다. 가해자인 강윤호가 자백을 했고 그 전 담당검사에게 사건에 대한 전모를 들은 윤진하는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상해치사 5년이 아닌 10년으로 때려서 이번기회에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줄 참이였다.


상대편 변호사 김민수는 겉모습이나 재판에 참여하는 모습이 심하게 초짜티가 났다. 윤진하는 이번 싸움은 이미 승패는 끝났다 생각한다.

전 대통령인 장석주가 소싯적에 인권 변호사로서 이름을 널리 알렸으나, 배심원이 재판에 무슨 영향을 줄까 싶었다. 변호사 김민수는 능력치로 따지면 윤진하를 넘어뜨리기엔 역부족이였다. 현장검증 도중에 피의자 강윤호가 자백을 번복하면서 자신은 무죄라며 장석주의 손을 잡으며 도와달라고 한다. 수많은 인파가 이 장면을 놓칠리가 없었다. 김민수 역시 자신의 변호인이 무죄라고 생각지 못했지만 나중에 생각이 바뀐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무죄판결을 받게 하는 사람이지. 무죄를 입증하는 사람이 아니야."

"무죄를 입증하는 게 아니라, 무죄판결을 받게 하는 거라고요?"

"아, 그리고 또 하나. 설마 모를 리 없겠지만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말이지 …….법정에서 무언가를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는 유일한 사람은 검사야. 변호사가 아니고." (192-193쪽)


검사 윤진하와 변호사 김민수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한번씩 쥐어 패다가 결국에는 윤진하의 승으로 끝난다. 그렇게 결말이 끝나지 않았다. 윤진하는 부끄러움을 아는, 자신만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썩은 동아줄도 그부분을 잘라내고 잘 엮어보겠다는 야심찬 마음이 있었지만 자신의 소신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일인지 모르겠다. 작가의 말에서 성인의 윤리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이들에게 거짓말하는 게 제일 나쁘다고 가르치는 어른들.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분들도 있으시고 거짓말도 선의의 거짓말도 있을테지만, 어른의 윤리적 기준이 어디쯤 있을지 까마득해서 보기 힘든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저는 윤진하 같은 사람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윤진하 만큼의 윤리적 기준을 지닌 어른들이 각자의 자리에 버티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되어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살 만해질 테니까요. (451쪽)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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