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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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수다를 떨게 만들고 싶은 책을 만났다. 책에서 첫문장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곧 아이가 나올만큼 산통을 참아낸 이야기를 듣다가 순간 놀라기도 한 부분이다. 친구가 결혼하기 전 아이 셋을 낳고 싶다는 말에 무척 놀랐다. 그 표정하며 자신감 있는 말투에서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잘해내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세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친구가 불현듯 네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전화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에서 세번째 아이가 쌍둥이로 찾아올지 몰랐다며 한참을 웃었다. 아이들이 4살터울 이라 딱 좋다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생각지 못한 복병이 찾아온 것이였다. 큰 선물이라 말하고 싶었지만 친구의 얼굴을 보니 세월을 정통으로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런 표정이 읽히지 않을까 걱정했다. 친구는 닥치면 다 한다고 말하며 되려 나를 안심시켜 주려는 듯 했다. 이 문장을 만나서 친구를 떠올렸다. 주저리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수필처럼 '쓰기의 말들'을 재미있게 읽어 나갔다. 이 책은 마음을 두드려 주었다. 쓰지 않는다고 해도 무엇하나 달라지지 않겠지만 쓰게 된다면 두배의 스트레스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스트레스 있는 삶이 없는 것보다 조금은 살아가는데 윤활유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단락단락 짧은 수필형식처럼 이야기는 다가온다. 글쓰기에는 어떤 것도 운 좋게 찾아오지 않는다. 글쓰기는 어떠한 속임수도 허용하지 않는다.(58쪽) 조지 오웰의 책은 저자의 말처럼 현실에 대한 적나라함이 블랙 코미디처럼 책속에 녹아난다. 예리한 관찰력이 그의 글쓰기를 만나 더욱더 돋보인다.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없다.' 라는 말이 그냥 글자로만 받아들인다. 아무래도 타고난 능력이 있을꺼라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음의 게으름을 탓하지 않고 그 작가가 천재인것이 문제인것처럼 말한다.

 

한 가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어떤 것이라도 이해한다. 만물에는 똑같은 법칙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108쪽) 하나만 깨우쳐도 덤으로 주르르 딸려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잠시 운좋은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한 가지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말해준다. 그동안 그랬듯이 겉만 알았지 알맹이는 몰랐다. 이야기해도 좀비같은 표정으로 '알았어.' 라고 말했지만 정작 무엇을 알았나 싶다. 다른것에도 이해력이 한참 떨어졌음을, 얼마나 바보같았을지. 알면 뭐해 사람 죽어도 변하지 않는단다.

 

공부는 독서의 양 늘리기가 아니라 자기 삶의 맥락 만들기다. 세상과 부딪치면서 마주한 자기 한계들, 남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얻은 생각들, 세상은 어떤 것이고 사람은 무엇이다라는 정의를 내리고 수정해 가며 다진 인식들, 그러한 자기 삶의 맥락이 있을 때 글쓰기로서의 공부가 는다. (109쪽) 부딪쳐도 사람마다 개성넘치게 달라서 재미있다. 이런부분에서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타인의 감성 묻어나는 글을 읽으며 설레이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유롭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알려준다. 가장 좋은 것은 죽어있던 마음을 되살려주기도 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107쪽) 글속에 잡초처럼 등장하는 부사를 보며 웃었다. 글속에서 여전히 부사가 습관처럼 써져있다. 이장을 읽으면서 책상앞에 꼭 붙여놓아야겠다. 글이 부사밭이 되지 않도록 신경써야지. 문장수집가 다운 면모가 이 책안에서 생활속 이야기와 글쓰기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있다. 이책을 통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읽기의 즐거움을 찾았다. 글쓰기에서 조심해야 할 점과 꾸준히 써야한다는 점 다른것은 또 어딘가로 잊혀져서 다시 책을 들춰보아야겠다. 쓰지 않으면 부사밭도 생기지 않고 그 무엇도 고칠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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