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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ㅣ 푸른도서관 5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1937년 가을, 까레이스키들이 강제 이주를 당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한숨과 눈물이 끊임없이 흐른다.
우리 민족이 일제강점기에 당한 기막히고 억울한 일들이 한 두가지도 아니지만, 멀쩡히 잘 살고 있는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빈손으로 살아가야 했던 이들을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말이 좋아서 강제이주이지 살아있는 사람들을 그냥 갖다버린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소련은 이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한 것이 49년이나 지나서였고, 그 후에도 소련연방이 해체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에필로그에 적혀있다.
실화는 아니지만 실화로 느껴지는 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바탕으로 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 안동화라는 아이가 열 다섯살에 겪었던 강제 이주와 그 이후의 세월들...
전쟁이란 것이 사람을 이토록 잔인하게 만든다는 것을 또 다시 느끼게 된다.
독일의 유태인 학살은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영화로도 많이 제작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우리국민이 겪었던 이 이야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살아있는 사람을 얼어붙은 땅에 아무것도 없이 내버리는 일이 살인과 다를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을 위해서 어떤 일을 했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강제 이주가 결정된 후 아버지와 지식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산달을 한 달이나 남긴 소는 갑자기 송아지를 낳으려 하는데, 그런 소를 버려두고 가족들은 떠나야 했다.
동화의 어머니도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기차안에서 아이를 낳게 될 줄은 그때만 해도 가족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카레이스키의 비극적 운명이 안동화라는 소녀의 이야기로 대변한다고 해도 맞을 것 같다.
어머니는 임신한 몸으로 기차를 타고 가다 아이를 낳다가 아기도 죽고 어머니도 죽고 만다.
그리고 오빠는 어머니를 묻은 곳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
그 일로 동화 오빠의 친구가 죽게 되고 친구의 어머니는 동화오빠 때문에 자식이 죽었다며 동화오빠를 원망하며 정신을 놓는다.
아버지의 실종과 어머니의 죽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체 짐짝 취급을 당하며 기차에서 생활하다 40여일 만에 우슈토베라는 허허벌판의 눈세상에 도착한다.
집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라고 하는 것인지.... 그렇지만 카레이스키들은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가지고간 씨앗으로 농사까지 지었으니 인간의 위대함과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동화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카레이스키의 운명과도 같은것인지 모르겠다.
그들이 방랑이 아직도 끝나고 있지 않은 지금, 조국은 그들에게 손을 잡아줘야 할 것이다.
우리민족의 아픈 역사가 이 책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이 책이 너무 어두워서 읽기 싫다고도 한다. 마음 편하게 읽기도 어려운 이런 일을 당해내야 했던 17만여 명의 우리 민족, 그리고 그 후손이 55만여 명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격이 올라가고 잘 사는 나라라고 자부하고 있는 지금, 타국에서 힘들게 살아온 우리국민을 살펴보는 것이 진정한 나라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