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은 일요일이었는데 이 즈음은 버거킹에 가서 `콰트로치즈와퍼주니어에 치즈 한 장 추가해주세요.`라고 말하는데 한창 빠져있을 때다. 300원만 더 내면 그 맛이 더욱 깊고 진해지니, 고민은 한 장을 추가할까 두 장을 추가할까 뿐이다.

아무튼 그 날은 점심때 쯤에야 일어났다. 매일이 일요일인 나지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논 일요일의 늦잠자도 될 것같은 분위기에 항상 휩쓸리곤 한다.
일어나서 뭔가를 집어먹고 TV를 보는데 이미 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나는 본 프로 또 보기를 그리 질려하지 않아서 TV를 한 번 키면 그것을 끄기가 정말 어렵다. 5시쯤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에 가까스로 늦지 않을 순간까지 TV를 끌 수 없을 것같은 느낌이 든 건 2시 반쯤이었다.
순간 콰치주 덕에 불어난 살들 생각이 났고 급하게 수영가방을 챙겨 수영을 하러 갔다. 3시쯤 수영장에 들어갔는데 메르스 때문인지 사람이 없어서 레인 하나를 독차지했다. 기분이 째졌다. 그래서 나오기 싫었지만 오늘 만나는 친구에게 약속 시간에 늦지말라고 10년간 잔소리를 해온 터라 할 수 없이 나왔다.

차를 끌고 압구정 CGV 뒷쪽 골목에 있는 <일일향>이라는 중국집에 갔다. 우리의 목표는 `어향동고`였는데 ˝새우랑 버섯을 튀겼는데...버섯이...향이...어우˝라는 어떤 친구의 평을 듣고 마음 한 구석에 간절하게 자리잡았던 음식이었다.
먹어보니 그 향은 정말 어우였다. 게다가 나는 표고버섯을 미친듯이 좋아한다. 그리고 그 튀김옷은 바삭하면서 촉촉해서 고급진 느낌을 선사했다.
아무튼 면 사리를 추가해 남은 소스에 싹싹 비벼먹고 면 사리는 괜히 추가했다며 친구와 되도 않는 허세를 부렸다.

그리고선 잠원지구로 가서 맥주를 신나게 마셨는데 나는 차를 가져왔다는 걸 까먹은 것도 아닌데 아주 신나게 마셨다. 그렇게 3시간 정도를 마시고 쉬고 떠들다가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고 다행스럽게도 안전하게 집에 왔다.

그런데 약 2주 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는데 속도위반 과태료 납부 통지서였다. 예전에 친구가 알려준 방법대로 잽싸게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나보다는 카메라가 더 빨랐던 것이다. 잠시 열이 받고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것이 뭔가 불평을 터뜨리려는데 금감원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나의 처지가 생각나서 입을 다물었다.
수십번의 각종 위반 경험으로 일찍 내고 20%감면받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아직 기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당장 내기는 싫다.
그 후 쳐다보기도 싫은 그것을 항상 보이는 곳에 놓는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텼다.
그런데 너무 오래 버텼나보다. 무심코 책상 위에 있던 그 고지서를 보니 감면기간이 오늘까지였다.
입금가능시간은 01:00~22:50이었는데 하필이면 22:49에 그걸 확인했다. 부랴부랴 모바일뱅킹 앱을 켜고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었으나 3년 지난 갤3의 속도로는 무리였다.
그냥 내가 너무 미웠다. 8천원으로 할 수 있는 수십가지 일들이 떠올라서 욕을 했다. 그런데 이제 다 끝났고 4만원을 내야한다고 생각하니 보기 싫은 그것을 찬찬히 뜯어보게 됐다.
범칙금 전환 제도라는 게 있었는데 경찰서나 지구대에 찾아가서 속도 위반사실을 인정하면 벌점 없이 만원을 깎아준다는 거였다. 이것도 의견진술기한인 오늘까지 가능한 걸로 써있었지만 내일 가서 우겨보자는 마음을 먹고 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 수영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있는 사근파출소에 갔다. 파출소에 들어가는 것은 20살에 술먹고 당치도 않은 역에 내려 여기가 어딘지 물어보려고 들어 간 이후로 처음이다. 다행히 여경이 한 명있어 ˝이거...범칙금으로 납부 할 수 있나요?˝하면서 친한 척을 했다. 곧바로 ˝인정하시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돌아왔고 ˝네!˝하고 결혼서약하는 신랑처럼 씩씩하게 대답했다. 여경은 고지서를 받아들고는 잠시 앉아계시라고 했다. 기다리면서 기한이 지나서 안된다는 말을 들을까봐 조마조마했지만 어머 몰랐는데...그냥 해주시면 안될까요? 라는 말을 준비하며 순진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여자들이 자꾸 공원 벤치에 눕는다며 짜증을 부리는 남자경찰의 말을 들으면서 페미니즘에 관한 생각을 잠시 하던 찰나에 여경이 다가왔다. 위반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서명을 했다. 성공이다. 기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고 이제 3만원만 내면 된다. 마음같아서는 벌점 30점받고 벌금 안내는 방법은 없나요? 하고 묻고싶었지만 거지같아보일까봐 참았다. 이번에도 버틸 수있는 데까지 버틸거다. 1차 기한은 7월 27일까진데 이 기간을 놓치면 벌금이 3만 6천원으로 올라서 나의 수고는 헛것이 되고 나는 또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될 것이다. 알람 맞춰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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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K 2015-07-2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독서노트 쓰는 곳 아닌가요. 북플 시작하고 처음으로 다른 사람글을 완독했네요 ㅋㅋㅋㅋ 재밌당

스윗듀 2015-07-22 09:46   좋아요 0 | URL
헉. 감사합니다=D 사실 인정의 힘이 세다는 내용의 수필을 쓰고 싶었는데 앞에 쓸데없는 에피소드가 너무 길어서 일기가 되어버렸어요 ㅋㅋㅋ
 
지금 여기 페미니즘 - 함께 공부하는 여성권 강의 사회운동 작은책 2
이유미 지음 / 사회운동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키 홀더때문에 페미니즘 책을 고르면서 적당한 가격에 쉬워 보이는(얇은) 책을 한 권 골라 넣었는데 바로 이 책,『지금 여기 페미니즘』이다. 190페이지에 B6 판형이라 나처럼 페미니즘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집어들기 좋다. (읽기 좋은 지는 잘 모르겠다.)

 

 생소한 저자인 이유미 님은 2010년부터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그녀의 바람은 여성들이 경제위기로 가중되는 이중부담에 맞서 노동운동에 나서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다소 진보적인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에 대해 노동자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강의, 토론모임, 세미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엮어져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구어체 형식으로 쓰였다. 일상의 쟁점을 중심으로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통념들을 페미니즘의 렌즈를 거쳐 보도록 해주는데, 과연 그 렌즈는 낯선 느낌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페미니즘의 정의를 처음 알았다. '여성의 권리가 침해 당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이념과 실천'이다.

 '여성권 신장 운동'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권리가 침해 당한 여성의 현실을 전제로 탄생한 이념인 것이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의 탄생 배경에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남성과 여성의 지위 및 역할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실들과 사회구조 및 이념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역시 공부를 많이 해야해!)

 

 저자는 심심치 않게 여성상위시대라고 까지 일컬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가려진 '진짜' 현실을 보여주며 나를 각성시켰다. 일부 여성의 화려한 성공 신화가 평범한 여성의 삶을 대변할 수 없고, 대다수 여성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가려져 있으며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가족형태와 경제위기라는 것.

 나조차 '30세로 불려지는 나이'에 결혼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자녀 양육을 걱정하고 있다. 추후에 일과 자녀 양육을 어떻게 병행해야할 지 말이다. 아직 아이가 있기는 커녕 결혼도 안했는데!

 일과 자녀 양육의 양대산맥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거의 모든 여성들이 직면하게 되는 일생일대의 중차대한 선택지이다. 내가 아무런 억울함을 느끼지 않고 이런 강압적인 선택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정말 그래도 될까? 이렇게 많이 요구하다가는 남자가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도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책의 머리말을 읽으면서부터 느낀건데, 나는 정말 남성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더라.

 

 저자가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짚으며 사회구조의 변화를 강력히 촉구하고, 여성노동자들의 혁신적인 노동자 운동을 지지하는 사회운동가라서 처음부터 너무 급진적인 사상을 접했나싶어 더 다양한 측면으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저자도 말했다시피 여성의 권리를 찾아가는 길은 깊이 있는 성찰, 책임있는 실천이 동반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친애하는 북플친구분들의 많은 가르침과 추천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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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7-16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갑자기 저도 궁금해지는데요? 저 역시 남성 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죠. 언급하신 이 책의 머리말 부분을 읽어보고 싶네요.
 
 전출처 : minumsa > [민음사]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서평단 모집


2015년 퓰리처상 카네기 메달 상 

60주 연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0년의 기다림단 한 순간의 만남

눈먼 프랑스 소녀와 독일 고아 소년이 간직한  나는 이야기


2차 세계 대전의 참혹한 경험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그려 낸 소설. 단순한 문체와 우아한 구성으로 기술의 힘과 인간 본성에 대해 탐색한다.—퓰리처상 선정단

2015년 퓰리처상 수상작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장님 소녀 마리로르와 고아 소년 베르너가 2차 세계 대전 전후로 겪는 10여 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아름다운 문체와 감동적인 플롯,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실감 나는 묘사로 언론과 평단의 큰 주목을 받았으며, 수많은 미국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2014년 봄 출간 이후 2015년 여름 현재까지 1년 넘게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권을 지키며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 10권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그 열광적인 반응을 뒷받침해 준다. 미국 내에서만 100만 부 넘게 판매되고 39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지난 6월 ‘앤드루 카네기 메달 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 번 대중성과 문학성을 입증받았다.

수차례 문학적 모티프가 되어 왔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상상력, 영화 시나리오처럼 눈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 코맥 매카시를 닮은 짧고 정곡을 찌르는, 함축적인 표현과 빠른 장면 전환을 통한 플롯 전개, 클라이맥스와 에필로그를 통한 진한 여운까지,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이 시대 독자를 매료시킬 모든 조건을 갖춘 소설이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영화가 떠오르는 작품으로, 실제로 출간 직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트루먼 쇼」, 「클로저」, 「소셜 네트워크」등을 제작한 스콧 루딘 감독이 영화 판권을 사들여 영화화를 계획 중이기도 하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2015년 7월 14일 ~ 7월 19일 
- 당첨자 발표 : 7월 20일 (리뷰 작성 기간 : ~8월 3일)

 
2. 모집인원 
- 2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자신의 개인블로그/알라딘 블로그에 스크랩 해주세요.(필수)
- 서평단 응모 링크(https://goo.gl/wiEUIv)를 클릭하여 설문지 작성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자 미션
- 도서 수령 후, 14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에 도서 리뷰를 올려주세요.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 서평이 등록되지 않는 경우 추후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서평단으로써 읽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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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1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 신청 스크랩을 하려면 서평단 공지사항을 통째로 ‘복사하기+붙여넣기’해서 알라딘 개인 블로그에 옮겨야 해요. 그리고 스크랩한 글의 링크와 보고 싶은 이유를 서평단 공지사항 댓글창에 달면 됩니다.

스윗듀 2015-07-15 11:23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대로 스크랩하고 서평단 신청완료했어요ㅎㅎ
 

오늘 8시 대한극장 시사회인데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야근할 것같아요ㅜㅜ

혹시 <셀마> 미리 보고 싶으신 분~~ 8시까지 대한극장 오셔서 같이 봐요:)

충무로역이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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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 비 앙 로즈>를 보고 나서는 에디트 삐아프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리옹 꼬띠아르의 에디트 삐아프화된 얼굴이 그 노래를 부르는 것만 같다. 이 영화에서 마리옹 꼬띠아르는 정말 에디트 삐아프였다. 그녀보다 더 그녀같았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내 취향의 사람들을 골라서 한 방에 밀어넣은 다음 억지로 틀어서 보게하고싶다.

 

빨리 보고 나와 느낌을 공유해! 같이 감탄하잔 말이야! 그리고 같이 에디트 삐아프의 노래를 듣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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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1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리앙 꼬띠아르의 매력에 처음으로 빠졌던 영화에요^^

스윗듀 2015-07-11 13:56   좋아요 0 | URL
저두요! 진짜 저 여자 뭐지..했어요👾

프레이야 2015-07-11 14:01   좋아요 0 | URL
그 이후 그녀가 나온 영화는 내일을위한시간, 빼고는 거의 봤는데 특히 러스트앤본, 보셨어요? 놀랍지않던가요^^ 연기력까지!

스윗듀 2015-07-11 14:03   좋아요 1 | URL
네! 봤어요!!! 러스트앤본도 진짜 기억에 많이 남아요 남주도 그렇고! 아 이런 공감 좋아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