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이 책을 읽고 다른 분들처럼 멋드러진 리뷰를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개념녀'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던 지난 날들에 이별을 고하며, 당당하게 나도 헬페미니스트다 ! 라는 선언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그동안 스스로를 온건한 페미니스트라고 여겨왔다. 메갈리안, 워마드 같은 급진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하진 않지만, 페미니즘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보다는 성차별적 상황에 민감하며, 즉각적으로 이것은 잘못되었다 정도는 말할 수 있는, 그 정도의 페미니스트. '나는 메갈리안은 아니지만' 이라는 방어적 수사로 말문을 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열정적인 페미니즘 전도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끝을 알 수 없는 벽을 마주한 막막함을 넘어선 먹먹함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자인 나조차도 아주 급진적이라 여겨지는, 어.. 이거 너무 간 거 아닌가..? 하는 정도의 거부감이 든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러면 안되는건가.. 내가 남성중심적 사고에 찌들어있다는 반증인가 하는 혼란스러움ㅠ 하 윤김지영 선생님한테 질문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ㅠㅠㅠㅠㅠㅠㅠㅠ
또한, 특정 문장을 읽으면서 남자들은 이 말에 어떻게 반응할까? 어떻게 반박할까? 말도 안되는 미친소리에 피해의식에 찌들었다고 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 때의 좌절감ㅠ 그들을 어떻게 설득시켜야 이 세계는 변할 것인가. 아니 그들이 아니라 내 사고의 프레임을 어떻게 부숴낼 것인가. 나의 '전全 존재를 건 말걸기'를 행하기에 나의 용기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기로 한다. 나부터. 나 스스로를 넘어서기부터.
아쉬운 점: 상당히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고찰, 개념어가 많아서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하기 쉽지 않은 점. 또한 선생님 스스로 말씀하셨다시피 '전폭적인 이론적 지지서'라고 느껴지는 점
궁금한 점: 이 책을 읽은 남자들의 솔직담백한 의견
다음 책은 바로 준비되어있다!
끝으로 나 자신에게 해주어야 할 말:
야비한 욕설과 가혹한 비난이 끝도 없이 되풀이될 겁니다. 헬페미니스트에게 꽂히는 ‘프로불편러‘라는 비아냥, ‘꼴페미‘와 ‘페미나치‘라는 낙인 앞에서 멈칫거리지 않고 하나하나 해체하는 번거로움을 마다해서는 안 됩니다. 불화를 통해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이들이 타성에 젖어 스치고 지나가버린 것, 암묵적으로 동의해버린 문제에 대해 민감성을 지님으로써 당연하게 전제된 진리와 공리의 개념 지도, 인식의 지도 자체를 변화시켜나가려면 불화와 불편은 불가피합니다. 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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