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읽을 때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은 한번 더 읽고 머릿 속에 장면이 그려지지 않아도 한번 더 읽고 읽다가 잠깐 딴 생각을 해도 의식이 흩어진 그 부분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는데, 그래서 책을 읽는 속도가 아주 느리다. (그나마 최근에 좀 빨라진 편) 그런데 스토너는 굉장히 빨리 봤다. (무려 책을 처음 손에 잡은 지 일주일도 안되서!) 물론 스토너를 읽는 동안 책에 쏟는 시간을 늘렸기 때문이다. (어제 비정상회담 본방사수도 안했다구!) 엄청난 독서가마냥 한번에 여러 책을 뒤적이는데 근 일주일 간은 다른 책에 쏟을 시간마저 스토너에 할애했다.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 또한 중간에 책을 내던지고 구석에 처박은 뒤 그쪽을 향해 조용히 눈을 흘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찌나 열통이 터지던지, 도대체 왜 스토너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거야! 담담한 문체를 읽으면서 분노가 들끓을 때도 있었지만 책 속의 시간을 따라가면서 점점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나도 이디스처럼, 그레이스처럼 포기해버린걸까?아니. 스토너가 인생의 진정한 승자임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의 주인공은 언제나 자신의 삶을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몸 밖으로 빠져나온 의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긴했지만 인생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것도 온전히 자기의 방식대로. 지독히 이기적인 인간같으니! 순간 악역처럼 묘사되는 이디스가 가여워졌다. 이디스에게 그는 좋은 남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지때문에 사랑을 내팽개쳐 버렸다. 나는 모든 여자들이 이디스와 같은 상황에서 이디스처럼 행동할 기질을 전부 조금씩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아무튼!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무엇이 되었든 스토너같은 남편은 필사적으로 피하겠다. 그레이스처럼 절망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스토너처럼 조용하게 살고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
나는 나를 모른다 나는 이사벨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오즈먼드다 나는 열려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닫혀있다 나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싶지만 어느새 부정한다나는 결국 포기하게 될까 나를 정의하려는 시도를내가 누군지도 잃어버리게 될까나의 고민들은 시간의 굴레와 치열한 삶의 틈에 모래알처럼 부서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시간이 너무 느리다-2015년 4월의 마지막날, 헨리제임스의 여인의초상을 읽고.뭐지 이 고뇌들은ㅋㅋㅋㅋ 어디로 사라졌지 응?
친구에게요즘 나의 증상에 대해 얘기했더니그 병일 수 있다 했다.짜증과 화가 참아지지 않고눈에 거슬리는 걸 꼭 말하고 넘어가야 하는 게 증상이란다.아나도 걸려버린 것인가.그 병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꺼려 온 지난 2년이 무색하다.
잭 케루악의 on the road....민음사 외 다른 출판사에서도 번역본이 나오길 고대합니다.펭귄, 절 버리지 않으실거죠?
저는 아직 문학작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을 정도의 배경지식도 부족하고 표현력도 딸리지만 고골의 작품은 그냥 재미있어요 ㅋㅋ 약 200년 전에 이런 풍자와 해학이 넘쳤다는 점이 정말 인상깊고요. 그 중 <외투>는 저번에 공짜로 얻은 민음사의 ebook <비밀없는 스핑크스>에서 읽고 두번째 읽었는데 역시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흡인력이 뛰어나고 재미있어요. (사실 비밀없는 스핑크스를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이 외투여서 예쁜 펭귄클래식의 마카롱 에디션 고골 단편집을 구매했답니다.)그나저나 마카롱 에디션은 정말 모으고 싶게 생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