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나무'님 페이퍼에 올린 ㅡ
저의 집 베란다에 있는 화단이에요. 님이 보시고 온 그런 큰 평수의 아파트는 아닌데, 베란다와 주방 옆의 다용도실이 크게 빠진, 여자들이 살림하기에 좋은 구조로 된 집입니다. 화단은, 전 주인 내외가 만들어 꾸몄던 화단인데, 그대로 저희가 꾸미기로 했거든요. 이사를 올 때, 필요하지 않으시면 없애겠다고 하는걸, 그냥 두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키우고 있답니다.
사실, 화단을 고사하고 화분 하나 키워 본 적이 없는 지라,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럽고 그러더니만, 그저 누런 이파리를 떼어주고, 물을 주는 일에만 부지런을 떨어도 제 스스로 잘 자라더군요. 몇 개의 화초는 그 사이 꽃도 피웠고, 벌써 하나는 분홍색 꽃망울을 피우고 있다지요.
식물이 자라는 걸 보면, 참 희한해요.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께서, 왜 화초꾸미기에 그렇게 정을 쏟으셨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이것들, 나 아니면 죽는 것들. 나만 보고 사는 것들' 이라는 혼잣말도 이제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사진에 보이는대로, 저희 집 화단은 저렇게 벽돌로 한쪽 구석을 막아 만들어놓았는데요, 희한하게 물 빠지는 구멍이 없어요. 아무래도 흙,이 아닌 다른 것으로 채워졌는가 봐요. 그래서 물을 흠뻑 주게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참 괜찮더군요. 아가를 생각하셔서, 님의 베란다 한쪽에 저런 공간을 꾸리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집에 초록 식물들이 저리 무성히 자라는 걸 보는 것도,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야, 이사를 잘 한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겠지만요- )
위, 사진과 글을 '책읽는나무'님 페이퍼에 올린 내용이다. 사진은 이사를 막 와서 찍은 사진이므로, 지난 해 여름 쯤이다. 그리고 뭐 지금도 저 사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가지치기를 좀 해준 것 외에는.

위 사진은, 저 화단 속의 아주 작은 난이 꽃을 피운 모습니다. 처음, 실같은 줄기가 나오길래, 나는 다른 잡초인줄 알고 두어번을 뎅강 잘라주었더랬다. 화초를 키워 본 적이 없으니, 그게 꽃대인지, 뭔지 알 수가 있나. 그러나 친정 엄마가 와 보시더니만 꽃대같다고, 그냥 두라시길래 그렇게 했더니만, 어느새 저렇게 꽃을 피운 것이다. 지금은 꽃망울을 다 피었고(사진은 그 중간 무렵에 찍은 사진), 저 가느다란 꽃대에 무려 스무개가 가까운 작은 꽃을 피워냈다. 실제 크기는 손톱반보다도 작은 크기, 마치 기름종이로 만든 꽃처럼 저리 앙증맞게 다닥다닥 모여 피워냈다.

이건 바이올렛. 친정엄마가 이파리에서 뿌리를 내려 화분으로 심어 준 것이다. 그런데 저 두 화분도 우리 집에 와서 모두 꽃을 피워 주었다. 둘 다 보라색 꽃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그저 물만 주고, 햇빛을 쬐게 하고, 추우니까 집 안에 들여 놔 준 것 밖에 없는데, 저들이 알아서 꽃을 피우고 이파리에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걸 보니,
무언가를 키우는 재미가 어떤 건지 나는 조금 알겠다. 알 것 같다.
처음 나는, 엄마가 화분을 주겠다는 것도, 그리고 화단을 그대로 받아 꾸미는 것에 반대를 했다. 저것들도 생명이 있는 것들인데, 나의 게으름이나 미숙함으로, 경험없음으로 누렇게 잎이 죽는 모습을 보게 될까봐 그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게다 주변을 보면 이상하게 화분을 죽는다,는 토로를 하는 주부들을 보았기도 했고. 나도 혹시 그런 주부에 포함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이도, 고만고만하게 자라주는 저 식물들을 보니 마음이 참 좋다. 그이는 꽃이 펴도, 이파리가 새로 나도, 내가 가서 한 번 보라고 해도 시큰둥이지만, 나는 마냥 신기하다. (하긴,남편은 손님들이 화단과 화초 이야기를 할때마다, 저게 다 죽을 줄 알았고, 그러면 상추나 키울 생각이었는데, 이상하게 잘 자라네- 라고 말해서 나의 눈총을 받아야 했지만)
저것들도 다 생명이 있는 것들. 정말 내가 물 주기만을, 내가 이파리를 한 번 닦아주기만을, 햇빛을 잘 쬐게 블라인드를 걷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들. 그리고 그런 최소한만 보여주면 제 스스로 알아서 크는 것들. 내 집에 유일하게 살아 있는 것들처럼 보이는 저들이 나는 때론 감사하다. 컨디션이 안 좋아 늘어져 있는 어느날에도, 저것들 물 줘야 돼, 하고 끄응- 소리를 내며 일어나게 만들어 주는 것들. 그리고 물을 주다보면 어느새 나도 마음이 밝은 연둣빛이 되는 일. 식물을 키우는 재미는 그런 것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