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병원에 갔을 때, 19주 라고 했으니, 이제 20주가 된 셈이다. 반 왔다.

지난 번 검진 때, 입체초음파를 봤다. 검은색으로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었던 초음파와 달리, 입체초음파는 말 그대로 입체적인 아가의 모습을 보여줬다. 턱과 얼굴을 보았는데, 아이쿠. 의사가 먼저 웃는다. 해골같죠? 그러게 말이다. 아직 안 커서 그렇다고, 나중에 예쁘게 보일 때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래서 이번 검진에서는 사진은 없었고. 아무튼, 그 입체초음파로 입체적인 아가를 보는데, 뭐랄까,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막-

그 사이, 태동을 느꼈다. 병원에 다녀온 다음 날이던가. 시장에 다녀오고서 힘이 들어 소파에 누워 있는데, 뭔가 몰캉거린다. 꼬물댄다, 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분명히 그건 녀석의 움직임이었다. 나 여기 있다고. 나 숨쉬고 있다고. 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엄마들은 이럴 때 어떤 표현으로 그 순간의 감정을 표현할까. 나는 어떤 말로도 설명 할 수가 없다. 그저
'아!'
라는 감탄사 외에는.
이 첫 태동의 느낌. 내 생애 첫 태동의 느낌을 평생 기억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 순간의 그 놀라운 느낌에 대해서 말이다.

몸무게는 임신전보다 3.5kg 정도 는 상태. 단 음식들이 땡기고, (뭐, 사실 안 땡기는 음식이 없지만) 자주 먹는다. 저녁 밥을 하면서 남은 식은 밥을 주섬주섬 먹는 나를 발견하고, 다시 저녁 상에서도 한 그릇 뚝딱이다. 문제는 오전 중에는 식욕이 없다가, 해가 뉘역뉘역 질 때부터 생기는 식욕인데, 이게 야참형인간의 전형이라 문제다. 해가 지고, 야밤이 되면 끝도 없이 몰려오는 이 식욕앞에서 정말 처절해진다.

얼마전 건강프로그램에서 야참의 문제에 대해서 나왔는데, 내가 딱 그 스타일이었다. 내가 원래 날밤형인간,인지라 밤에 오래 깨어있으니까 밤에 먹는게 뭐 문제겠는가, 싶었는데 밤에 잠을 안 자면 어떤 호르몬의 부적절한 분비를 초래하고, 그것이 건강 전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를 보니,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린 결정은, 야참이고 뭐고 간에, 밤에는 잔다, 다. 밤에 잔다. 낮에 잤어도 밤에 또 잔다. 요즘의 내가 가장 크게 길들이고 있는 내 생활은 그것이다. 밤에 잔다. 그리고 낮에 자고도 또 밤에 잔다. (안 될 것 같지만, 그게 또 되더라. 하루의 반 이상은 자는가보다. 아이쿠.)

별 다른 변화는, 없다. 철분제를 먹기 시작할 때,라고 해서 보건소를 알아봤는데 시내였고, 이 더위에 시내에 나갈 일이 엄두가 안 나서 미루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보니, 그 철분제 꼭 먹어야 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그러다 비오는 선선한 어느 날, 문득 시내 나들이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도, 약,이라는 건 화학품일진데, 그게 찜찜하다는 것이다. 변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도 우려가 되고 /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사람, 나다;; )

아, 임산부용 속옷,을 고르는 중. 몇몇 사이트와 친구 자문 등을 통해서 고를 예정이다. 겉옷도 겉옷이지만, 정말 문제는 속옷이다. 그걸 또 빼먹을 뻔 했네.

아무튼,
몸도 변하고, 마음도 변해가고 있다. 더우니, 에어컨은 겁도 없이 틀어대고, 태동이 느껴지면, 서로 인사 나누는 기분이 되어, 쓱, 웃으며 슬쩍 배 한 번 만져주고. 그런 나날들. 20주차. 딱 반 온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