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는 제목이냐??

이제서야 밝히지만 얼마전에 남편이 다쳤다.
계단에서 굴러서 머리뒤를 몇 바늘 꼬맨건데..
지금 이야기 하면 간단하고..
땜빵 자국같은 뒷통수의 하얀 반창고와 붕대를 보면 걱정이 안되지만..
처음 응급실이라고 전화를 받았을때는...ㅠ.ㅠ

이유는 당연히 예상한대로 술!!!!!!!!!!!!!!
일요일 결혼식인 친구랑 토요일밤에 총각 파티(?)를 한다고 모여서 놀고..
신부집에 가서도 한잔 한후 남편이 취하자 친구 몇몇이 데리고 나왔는가 보다.
그리고 새벽 2시에 계단에서 굴렀단다.

일요일 아침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서는데..
가슴은 두근두근...머릿속은 핑핑 돌고..
이러다 혹시 하는 마음에 무섭기도 했다.

서울 모모병원 ㅇ응급실에 누워 있는 남편은 참혹한 상태..
머리엔 하얀 그물 같은 모자를 썼고..윗옷은 홀라당 벗겨져서 팔목등에도 찰과상이 보였다.
의사 말로는 CT촬영에도 문제가 없고..소독만 잘하면 금새 좋아질거란다.
다만 뇌출혈등이 서서히 진행될수 있으니 집에 가서 상태만 잘 보고
이상하면 내일이라도 다시 CT를 찍으라고..

같이 기다려준 친구 둘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다음부턴 술 좀 조금만 먹이라고 당부하고 택시를 탔다.
집에까지 택시 타고 오는데 남편하고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이라 막힐곳도 없는데 운전사 아저씨는 큰길 놔두고 샛길로 돌아서 차도 막히고..ㅠ.ㅠ

집에 와서 남편은 잠을 자고 난 화가 나서 아이들만 잡아서 울리고..
우울해져서 괜히 재미있어 죽겟다는 투로 알라딘 번개 후기도 남기고..
(이런 가슴 아픈 뒷이야기가 있었어요)

다행히 남편은 무사히 완치가 되고 있고..
아직 병원에 가서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있지만 덕분에 술도 못 마시고..
착실하게 살고 있다.

파출소에서 모시고 온지도 얼마 안되는데 이렇게 사고를 치다니..
실망스럽기도 하고..이만하길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요즘 남편하고 괜히 투닥거리고 말싸움이 잦았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가 남편에게 너무 기대를 하고 산것은 아닌지 싶다.

난 마음속 깊이 남편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있어서 우리 남편은 남과 다르다고 생각한것 같다.
내가 아무리 아기처럼 굴어도 남편은 나를 아빠처럼 보듬어 줄것 같았는데..
현실은 아니었다.
그리고 남편은 이런 저런 사고를 쳐서 나의 믿음을 배신하게 된것이다.
대부분은 술~~~이 문제였다.
남편하고 한잔 하기를 좋아했던 나지만 이번을 계기로 술을 끊어야겠다.

 

 이책을 보고 알콜 중독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 그래, 한잔의 유혹이 가장 큰 문제야.
  지금까지 남편에게 너무 관대 했었어. 앞으론 금주다"

 

 

불행속에서 찾은 행복이란..
남편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버리니까..
역설적으로 이런 저런 일이 다 용서가 된것이다..

갑자기 아빠같은 남편에서 큰아들 같은 남편으로 좌천이 되긴 했지만..
(말만 그랬지, 난 남편을 큰아들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그덕인지 남편이 짠하기도 하고..
남편도 지은 죄가 있어서 내 눈치를 살피니 그것도 편하고..

결혼 10년만에 큰아들이 된 우리 남편...
앞으론 귀여워 해주면서 엉덩이 톡톡 때려주며 달래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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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0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톡톡이 아니라 심하게 쥐어 박으며 살아야겠소... 아니 얼마나 놀랬을꼬... 떽~(옆지기님께) 수니아우 속상하게 하지 마란 말이오~ 토닥토닥

플레져 2005-11-0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만한 제목이 없는듯 한데요 ^^;;
그만하시길 정말 다행입니다!
귀여운 아가 낭군님, 오늘도 금주 하시겠군요 ^^*

sooninara 2005-11-04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신분도 있네요.

만두성님..그렇죠? 흑흑..그래도 남자들은 아이 같아서 화 안내고 평소처럼 대해주니까 얼마나 좋아라하는게 보이는지..자기도 나에게 혼날까봐 조마조마했겟죠?

플레져님..모든것은 비울때 채워지는것 같아요.
욕심을 버리고 우리 남편은 문제 일으킬수 있다라고 마음 먹으니 그다음은 편해지더라구요. 지금까지는 왜 그렇게 속을 썪이냐 실망이다 생각해서 더 내속을 볶은것 같아요.

세실 2005-11-0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수니님 부군도 술을 무진장 좋아하시는 군요... 그만하시길 천만 다행입니다.
저희 집 큰애기도 두어번 사고를 쳤습니다.
한번은 친구랑 술마시다가 치고 박고 해서 앞니 1개 나가고,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온적 있고, 두번째는 현관에서 잠들어 아침에 3층 할머니가 깜짝 놀랬다지요. 전 절대 울 신랑이란 이야기 안했습니다.
그놈의 술이 웬수지요....

sooninara 2005-11-0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앞니와 그옆에 이가 조금 깨졌어요. 그것도 치과 가야하는구나.
동네아줌마가 아들이 앞니깨먹어서 10만원 주고 했다고 하던데..ㅠ.ㅠ
응급실 병원비 14만원에 앞니 2개면 20만원..헥 한번에 몇십만원이네요.

로드무비 2005-11-04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정신건강에......^^

울보 2005-11-04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요,,다행이네요,,
역시 마음넓은 수니나라님 남편은 아들이라고 하잖아요,,,
그래도 술은 조금 줄이셔야 겠어요,,

아영엄마 2005-11-0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부군이 많이 다치셨었군요! 많이 놀라고 속상하셨을 듯.. 이궁 그눔의 술땜시...

2005-11-07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5-11-07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그렇죠?ㅋㅋ
울보님. 마음이 넓긴요? 매일 싸워요^^
아영엄마. 금주를 시켜야 할테네..힘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