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다니기 시작한지 이주정도 됐다. 안양시에서 하는 수영장이라서 락스 냄새도 안나고 물이 깨끗한 편이란다. 가격도 저렴한데..우리아파트엔 매시간 25분에 셔틀 버스가 온다.

내가 타는 오전 11시 25분엔 아쿠아로빅 하시는 할머니가 대부분이라서 나와 같이 8~9분의 할머니가 버스를 타신다. 다른곳에서도 사정은 비슷하여 버스에서 내리는 12시 타임이 수영강좌는 끝나고 자유수영시간이므로 자유수영 가는 몇을 빼고는 다 아쿠아로빅 하시는 할머니들이다. 점심시간이라서 1시10분차는 없고 수영장에서 2시10분에 출발하는 차를 타면 우리아파트에 2시25분에 내라는데..또 이차가 또 아쿠아로빅 할머니가 전세낸 버스라서..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차는 네대의 버스중에 3호차인데...얌전해 보이는 옆의 차 운전수 아저씨와 달리 연세도 있고 젊었을때 놀던 가락이 있어 보이는 할아버님이 운전사시다..항상 멋진 모자를 쓰시고 앞에 앉은 아주머니.할머니들에게 노래도 시키신다.
오전에는 강습수영이라 30~40대 아줌마들이 주로 타고 오후에는 아이들 강습 시간이라 초등학생들이 타는데 이점심 전후 시간은 아줌마+할머니들이 전세 냈으니 운전하시는분도 신이나는듯 하다.

오늘은 글쎄 이운전하시는분이 청색 베레모에 청자켓에 청바지까지..셋트로다가 입고 오셨다. 연세 지긋한분이 멋진 청색도 아닌 시장표 청색으로 빼입으신게 얼마나 새롭던지..참 멋쟁이시다. 다른시간엔 음악도 안트시는데 아쿠아로빅 할머님이 타시는 시간에는 뽕짝 메들리도 틀어주시고..관광버스 여행 가는 기분이다. 나이가 젊으신 할머님들은 차 타실때마다 '오라버니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타신다.

수영장을 가려면 셔틀에서 내려서 2분정도 걸어가야 한다. 그길가에 땅콩과 오렌지를 파시는 아주머니가 있다. 남편은 트럭에서 땅콩을 볶고..아주머니는 땅콩 바구니를 들고 셔틀버스에서 내린 분들에게 땅콩을 몇개씩 주신다. 이른바 마트형 시식코너랄까? 얼마나 팔릴지는 몰라도 날이면 날마다 계신다.

그옆 벽쪽엔 할머니 두분이 나와서 나물 몇바가지에 도라지도 까시고..파시는데 한번 사드려야지 하면서 못했다. 다음엔 꼭 사야지..그리고 코너앞에선 메들리 테잎을 파시는 트럭이 서있다. 최신곡도 있는것 같지만 사기는 그렇고...하루 일당이 나올만큼 팔리기는 하는지..괜히 걱정된다. 참 그분도 요즘은 오렌지도 가져다 파시기도 한다. 몇일마다 한번씩은 옷 파는 노점도 열린다. 청바지 만원자리도 있다.

제일 마지막은 수영장 입구..카트 한개에 바구니 세개 정도 가져와서 무,시금치,상추등을 파시는 아주머니..수영장 다니는분들과는 안면이 있어서인지 단골도 있는듯...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후리지아 파시는 어저씨..한단이 천원인데 삼천원어치면 풍성하다.

그리고 수영장매점의 김밥..1,500원인데..우리 동네 천원짜리 김밥보다 깻잎 한장이 들어가서인지 고소하고 맛있다. 그리고 같이 주는 미역국물..시원하니 죽인다..그맛에 두번 사먹었는데...운동하고 금방 먹으면 살 찐다고 해서 요즘은 참고 있다. 그런데 수영장 나오자 마자 있는 분식집은 똑같이 1,500원 김밥인데 맛도 더 없고 오뎅국물을 주어서 안가기로 했다. 매점의 미역국...또 먹고 싶다. 그렇게 장사해서 그분식집 안 망하려나?

오늘은 센베이 과자를 담아서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큰봉지에 하나 담아주고 2천원..할머니들이 많이 사시는데 그냥 셔틀버스 타버렸더니 전부들 한봉지씩 가지고 타신다. 한할머니는 5봉지는 박스 포장해서 타시고 한봉지는 손에 들고 버스 타는 사람마다 한움큼씩 주신다..나도 한주먹 얻어서 먹었다.

정작 아쿠아로빅 할때는 우리 3호차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내가 서서 하는 장소는 (대부분 자시느이 자리를 정해서 그곳에 서게 된다) 오른쪽 두번쨋줄..이곳이 창문옆이라 안쪽보다 춥고..나같은 초보가 멋모르고 서게된것. 하지만 그주위의 할머님들을 사귀어서 이젠 그분들과 열심히 운동하며 인사하며..하루라도 빠지면.."왜 안왔어?" 인사도 듣는다. 어디 사시는지도 모르지만 좋은분들을 알게 되서 운동 다니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아쿠아로빅 끝나고 만나는 자유수영 시간에도 누구나 친구가 된다. 발차기를 연습하면 아주머니 한분이 자신도 요즘 발차기 연습 하신다며 잘하는 요령도 가르쳐 주신다. 오며가며 처음 봐도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그곳..수영장 다니는 재미가 이런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혼자서 할머니들하고 운동하면 심심할텐데..하지만 나는 재미있다. 열심히 사시는 그분들을 보면서 나태해지는 나를 반성하게 된다.

멋쟁이 셔틀버스 할아버지는 다음엔 어떤 패션으로 나를 놀래키실지..조그만 재미가 샘솟는 수영장 가는 길이다.

 추신: 수영장 가는길에 조그만 이층 상가 건물 이층에 '새벽별교회'가 있다. 볼때마다 새벽별을 보며님이 생각난다^^ 차타고 가는길이라 사진 찍어올수도 없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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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5-03-1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찌찌뽕..지금 새벽벽교회에 대해 추신을 썼는데..

sooninara 2005-03-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엎드려 추천 받기 성공!!!!!!!!!

울보 2005-03-19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세요..
하루가 즐거우시겠네요..
그냥 읽고도 그곳 풍경이 전해집니다,
항상 행복하게 운동을 하시겠네요......

마늘빵 2005-03-1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할아버지 멋쟁이

날개 2005-03-1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하러 가는 길에 온통 먹을거군요..흐흐~

ceylontea 2005-03-20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깻잎이 들어 고소하다는 김밥에만... 군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