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젤리아'










칼 라르손그림을 이렇게 반가워하며 읽게 될 줄이야.. 얼마전 방문한 카페에서 본 그림인데, 순간 화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어플에 물어보면 될텐데..그냥 내 기억속에서 찾아내지 못했다는 고집이 끝내 허락하지 않은 거다. <명화의 완성 그때 그 사람>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반가웠는지..화가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어도, 그림은 기억하고 있었다는 기쁨.. 수없이(?)는 아니고 종종 보았을 그림인데, 화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칼 라르손 화가를 오롯이 마주한 기억이 없어서였던 것 같다. 아내를 모델로 그린 '아젤리아' 역시 내가 아주 좋아하는 그림이 아니라..기억하지 못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짧고 강렬한 화가의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 특히 저주를 퍼부은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한 화가의 마음이 존경스러웠다.


"경제적인 성공을 거머쥔 라르손은 부모님에게 집을 사드렸습니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평온한 말년을 보냈다고 합니다.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품었던 그 저주와 증오의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부정적인 감정들은 불쑥불쑥 나타나 라르손을 괴롭히곤 했지요.하지만 아버지가 여든일곱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아버지를 용서했습니다.(...)"/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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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픈 것이다 위픽
J. 김보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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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프다' 의 사전적 정의는 물건이나 돈을 아끼지 않고 함부로 쓴다는 뜻이다. 소설에서도 초반부 이런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이 온갖 미신과 기괴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상주를 위로하는 말 처럼 보이지만, 뭔가 알맹이는 빠져 있는 느낌 ..헤픈행동과,말들이 남무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만약 끝까지 헤픔에 대한 부정이 소설을 이끌어갔다면 싱거웠을 텐데, 이 짧은 이야기에 뭉클한 감동이 담겨 있었다.


"엄마는 봄날처럼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같이 여행할 수 있으니'

그러자 심장이 두근 하고 뛰었다. 상처가 다 봉합되며 마음이 뭉근하니 따뜻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회의가 밀려들었다.

이것은 한낱 꿈이다.내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망상에 불과하다.

어쩌다 엄마가 내 환몽의 여행지를 입에 담았을지 궁금해하다 떠올린 하나의 해석본에 불과하다"/66~67쪽


사람들이 떠들어 대는 미신에 가까운 말과 행동들은 헤픈 것들이라 생각했다.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주은은 자각몽을 꾼다. 생전에 가보지 못했던 엄마와의 여행을 하면서,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로 위로 받을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헤프게 보이는 것들이 상실감을 채워주는 역활을 해 줄 수도 있다는 경험(아니 체험)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어서 잠깐 소설이란 생각을 잊었더랬다.

막 읽기 시작했을 때는 '헤픈 것'들이라 읽으면서 혐오스러운 말들을 생각했더랬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들은,모두 헤픈 말이라고 단정해버린거다. 그런데 진실이 담긴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면 헤퍼보일수..있어도, 결코 헤픈말이 아닐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전제가 붙어야 한다. 그것은 모두에게 '참말'은 아닐수 있다는 사실^^



"아 의미 부여하지 마라.거짓말이란 뜻은 아니고 참말이다.그런데 나한테만 참말이다.너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다.무슨 말인지 알겠냐,됐다.몰라도 된다"/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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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한국어판) - 1934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미야자와 겐지 지음, 김동근 옮김 / 소와다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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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 만남에는 '타이밍'이 있다고 믿는 1人이다. 소와다리의 '은하철도의 밤'도 그런 책이다. 출간일이 2015년이니,내 손에 들어온 지는 10년가까이 되었을 텐데,이제서야 읽게 되었다.그래도 책을 구입한 이유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세로줄로 읽게된 <나생문> 덕분이다.그러나 '은하철도..'는 잘 읽혀지지 않았다.만화 은하철도 999와 뭔가 다른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그러다 최근 미야자와 겐지의 그림책을 읽으면서 다시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판타지소설인 줄 알았는데,단편이란 사실에 놀랐고,(덕분에 작가의 이야기 한 편을 더 읽게 되었다^^) 페이지 사이사이 별자리를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를 흑백으로 편집한 점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공백이 보인다. 이 책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작품을 계속 수정하던 과정이었다고 했다. 사후에 유작 원고를 모아 정리했음에도 채워지지 못한 부분이 저렇게 남았는데, 그래서 오히려 작가가 계속 살아 숨쉬는 기분이 들었다.캄파넬라의 죽음이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 분신 같은 인물로 그려낸 건 아니었을까..조반니가 갑자기 우주여행을 하는 그림이 그려져서 놀라다가, 그것이 꿈이라서 재미난 반전이라 생각했다, 현실에서의 고통..을 잊기 위해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별나라 여행을 하는 이야기.그러다 어느 순간 작가는 천국을 상하는데,이 부분은 내가 많이 공감하지 못한 부분이었다.너무 착한 소설 같아서... 그런데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작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쓴다고 상상해 보면, 울컥해진다.나는 죽지만..영원히 소중한 것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그리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참된 행복에 대한 메세지를 남겨주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


행복에 대한 정의와,죽어가게 된 전갈에 대한 이야기(,다시 태어난다면 기꺼이 족제비에게 자신을 주겠다는 고백)는 여운이 길게 남은 부분이다. 마침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어 더 크게 와 닿은 것 같기도 하다. 맨홀에 빠지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빠져서 다행이라는 말.. 우리 일행은 입을 모아 성자..나 할 수 있는 마음이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미야자와 겐지도 간절히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행복은, 결코 혼자서만 누릴수 있는 기쁨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느닷없는 캄파넬라의 죽음이라 생각했으나, 타인을 위해 자신을 던질수 있는 캄파넬라의 모습은,행복에 대한 진정한 가치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하지만 어떤 괴로운 일이라 해도 그것이 옳은 길로 나아가는 중에 생긴 일이라면 오르막도 내리막도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겠지요(...)"/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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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의 일요일 - 2026 dPICTUS 100 outstanding picturebooks 뚝딱뚝딱 누리책 26
루카 토르톨리니 지음, 알레산드라 라차린 그림, 정림(정한샘) 외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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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삭막하고,콘크리트로 채워진, 답답한 공간이란 생각을 먼저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도시의 일요일> 속 아이들 눈에 비친 도시는 전혀 다른 모습이였다. 지루하게 오가는 지하철조차 아이들 시선 속에서는 상상력과 특별함이 피어나는 공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사람 관찰을 놀이처럼 즐기는 모습이였다.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저마다 다른점을 찾게 되는 순간에 알게 되는 무엇.작가의 상상력이겠으나, 아이들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수 있다고 믿고 싶다. 아이들이 뭘 알겠어라는 생각은,오만한 어른이나 하게 되는 생각들일게다. 가로등을 사람처럼 생각하는 모습을 그냥 흘려보내지지 않아 사진에 담고 보니, 표지 얼굴이기도 해서 반가웠다.아이들도처럼 나도 책을 읽는 순간 만큼은 동심의 시간 속에 머물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았다.아이들의 사람관찰을 따라가다가, 내가 알게 된 건 도시가 왜 삭막한 곳이 되었을까에 대한 질문이었다.  함께 하는 순간,도시는 삭막하지도, 무섭지도 않은 곳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조금은 뻔한 이야기일지라도 나는 이 책을 덮으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스마트폰세상이 전부인것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단 하루라도 '함께하는 놀이' 라는 세상으로 나올수 있게 되기를.직접 경험하고, 관찰하면서 함께 함으로 얻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는 걸 느낄수 있게 되길..특별하지 않은 것이 특별해 보이기도 하고, 가로등이 사람처럼 보일수 있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되기를..도시가 점점 삭막해져가는 건 웃음소리가 사라져 가고 있어서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 운동회 조차 주민들 눈치를 받아야 하는 세상은 너무 슬픈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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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기간이라 조금 더 특별(?)하게 읽혀진 듯 하다..

축구는 말로 하는게 아니라는 말이 오버랩되는 순간..

할말은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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