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도대체 왜 그걸 하려고 하시지요?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쓸데없이 왜 그 불쌍한 시신에다 칼질을 하겠다는 겁니까? 부검이 왜 필요하지요? 그걸 통해 얻어낼 게 있습니까? 그녀를 위해선가요? 우리를 위해선가요? 아니면 의학이나 인간에 대한 지식을 위해선가요?(....)"/294쪽


"자네 비교해부학의 내용을 꿰뚫고 있지? 그럼 어째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짐승의 특성이 나타나는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타나지 않는지를 설명할 수 있겠나(....)"/337쪽












마침 '알리바이의 해부학'을 신간코너에서 본 후라 드라큘라에서 '해부학'이 언급되는 순간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 덕분에 처음 들어본 작가 페데리코 안다아시의 <해부학자>도 우선 리스트에 담아 놓았다,  수어드 박사 이름이 등장하는 바람에, 읽어 보지 않은 그러나 강렬한 제목의 민음사 고전이 다시 소환되어 리스트에 또 추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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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일러스트판)
브램 스토커 지음, 페르난도 비센테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무척 오래전 뮤지컬로 드라큘라 를 보았더랬다. 엄청 유명한 가수가 주인공으로 나왔는데, 뮤지컬 배우로서는 막 시작하는 단계라, 연기가 몹시 어색하게 느껴진 것이,드라큘라에 대한 첫 기억이다. 그런데 뤽베송 감독이 '드라큘라'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해서, 다시<드라큘라>를 읽어 보고 싶어졌다.그것도 '사랑'에 방점을 두었다고 하니, 완전 다른 시선으로 해석된 드라큘라를 보게 될 것 같은 기분. 해서 원전을 먼저 읽어 보기로 한 것인데, 최근 읽은 고전 소설 가운데 가장 흥미를 느끼지 못한 작품이 된 것 같다.


드라큘라 성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줄 알았다.그런데 조너선 하커라는 변호사가 그곳에 감금되었다 탈출하게 되고,미나의 절친 루시가 흡혈귀가 되는 과정...에서 뭔가 공포스러움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저마다, 편지와 일기라는 형식으로 들려주는 형식이라 무언가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삽화로 등장하는 그림들은 지나치게 유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 솔직히 있었다. 그런데 '사랑'에 방점을 둔 뤽베송 감독의 시선이 궁금해서 참아가며 읽었다. 덕분(?)에 어느 순간 작가는 왜' 드라큘라'를 쓰고 싶었던 걸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소설이 생각보다 재밌지 않아서 하게 된 질문일수..있는데, 그 순간 '연금술' 을 떠올렸다. 자연스럽게 과학과 민간신앙의 충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러니한점은, 전설을 그저 미신이라 치부했으면서, 과학이란 자원을 가졌다고 자부했으면서, 정작 흡혈귀와 싸우기 위해사용한 건 민간신앙도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뤽베송 감독은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피를 찾아 나서는 드라큘라 백작을, 사랑에 갈망하는 인물로 그렸을까..궁금해진다.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특별히 로맨스를 상상할 만한 장면이 보이지는 않았다. 미나는 잔다르크 같은 느낌이었고, 루시는 사랑에 대한 존재감이 피력되지 않았다. 미나가 조너선을 사랑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가져온 것도 아닐테고.. 영화는 소설과 아주아주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을 끝까지 읽으면서 드라큘라의 존재감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전혀 공포스럽지 않았다는 말이다.그보다는 드라큘라를 찾으려고 원정을 나선 이들의 모험기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독한 사랑의 감정을 어디서 느껴야 할지.흡혈귀는 피에 굶주린 괴물이었을 뿐이고,잔다르크같은 미나는 모든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해서 역설적으로 뤽 베송 감독의 영화가 궁금해졌다.조금은 지루하게까지 느껴진 모험기에서 400년을 뛰어넘는 로맨스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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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데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었다. 삽상한 바람을 맞으며 루시가 한층 더 기력을 찾았다"/185쪽










아침으로 가을바람이 느껴지는 순간 비슷한 느낌을 마주한 기분 '삽상한 바람' 이 그런 뜻이라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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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들은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과도 같네.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리를 잡아당기는 피곤한 일들 때문에 팽팽해져 있지. 그때 눈물이 찾아오네 밧줄에 빗물이 내리는 것처럼 말일세 눈물은 우리를 더 팽팽하게 만든다네 긴장이 지나치면 우리는 끊어지고 말겠지. 그러나 웃음의 왕이 햇살처럼 우리를 찾아온다네.그가 다시 긴장을 풀어 주지.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수고로운 우리의 삶을 버텨 나가는 것이지"/309쪽








공포 호러장르라 생각했던 건, <드라큘라>에 대해 아는 바가 딱 두 가지정도라 그랬던 모양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추리물 느낌을 더 강하게 받고 있다. 강력한 스모킹 건을 알고 있어서 그럴수도.. 우선 제목(드라큘라)에서 부터 습관적으로 '드라큐라'..라고 말했으니... 일러스트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작은 클자로 읽는 것 보다는 읽기 한결 수월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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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다니엘 슈타인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200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차지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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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말 지겹도록 원죄에 관해,지옥에 관해 관심을 보였어.나는 다니엘 신부님이 지옥이 믿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어.신부님은 손을 내저으며 말씀하셨어(....) 스스로 만들지 마십시오.지옥은 없을 것입니다"/702쪽



페이지를 펼치기 전까지, 실존했던 인물을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이란 사실을 몰랐다. '통역'이란 직업이 갖는 매력에만 집중했던 탓이다. 그런데,다니엘 슈타인의 통역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른 위치에 있어 놀랐다. 유대인이었으나, 게슈타포 통역사로 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을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아서..그런데 심지어 그는 비밀요원 역활까지 하면서 나치 학살 계획을 게토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기까지 한다. 전쟁이 끝났다. 당연히 그는 유대인 입장에서 용서 받지 못할 일을 한 사람으로 보여질수 밖에 없다.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신부가 된 다니엘 슈타인. 이스라엘로 건너가 가톨릭과 유대교,아랍세계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너무나도 처절해 보였다. 그리고 700페이지가 넘어서고 나서야 나는 이 소설의 제목에 '통역사'가 들어간 이유가 궁금해지게 되었는데, 그 순간, 전쟁이 위험하다는건 우리 인류에 끝내 통역이 불가능한 영역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나의 오독일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목숨 걸고 다투는 복잡한 종교적 이해관계를 온존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통역불가의 영역...) 책에서도 살짝 언급되었지만, 이럴때는 내가 무신론자라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신을 믿으면서도,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승리'와 '애국'이라는 위선적인 언어로 권력자들은 사람들을 증오와 공포심을 갖게 만들었다. 상대방을 사랑이 아닌 섬멸해야 할 적으로 통역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통역할 수 없는 것들을 통역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린 지금보다 평화로울까? 소설을 덮으며 스스로 하게 된 질문이다. 전쟁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 바른 통역이 가능해진다면,지금보다는 세상이 평화로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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