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 ㅣ 안전가옥 쇼-트 35
김미조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경주기행'을 검색하다가 알고리즘에 <오프사이드> 제목이 보여,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교도소가 소설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왔던 모양이다. 


"결국 다른 무언가는 되어보지 못하고 사람을 죽인 무기시로 생이 끝나겠구나.윤지오 저년은 오주란보다도 더한 사기꾼이다.(...) 자신이 가석방을 얼마나 바랐는지 해수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버텨왔는지 죄다 알면서 새까맣게 속였다"/159쪽



판금의 악다구니가 어이없게 느껴졌다. 정말 나쁜짓을 한 오주란 보다 윤지오가 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다니.. 아주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판금을 바라보게 되면 그렇다는 의미다. 줄거리는 사실 너무 식상한 스토리 같아서 흥미가 동하지는 않았는데..또 곰곰히 생각해보면, 성주교도서 안에 억울한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어떻게든 몸부림 치고 싶은 사람들.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열망...을 생각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금에게 놓여진 상황, 교도관으로 막 들어온 신참 지오의 관계가.너무 상투적이라 다가왔다. 그런데,이 짧은 이야기를 놓치 못한건, 지오는 엄마를 만나게 될 수 있을까? 판금의 억울함은 조금이라도 풀리게 될까..결말이 궁금해졌다.^^


"판금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나이가 고작 스물아홉이었다. 판금은 끝까지 믿었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으니 법은 자신의 편일 거라고, 그리고 결과는 무기징역이었다.

믿지 말아야 했다. 법이라는 이름과 정의라는 환상을. 세상이 죄 없는 사람에게 얼마나 친절하지 않은지 세상이 얼마나 함부로 한 사람의 인생을 한쪽 끝으로 몰아내는지 그려는 그때 뼈저리게 배웠다"/166쪽


애초부터 나쁜 사람도 있을수 있는 거라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부조리한 세상에 몸부림치는 판금에 대한 이야기라 이해하고 싶어진 순간이다.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거칠어서 오히려 평범하고,식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판금처럼 억울한 누명으로 교도서에 있게 된다면, 억울함을 스스로 풀고자 하는 열망이..생기지 않을까. 다만 판금의 손을 잡아준 인물이 교도관이라는 설정과 이미 정해진 운명 같은 인연의 고리로 엮어 풀어나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판금의 사연을 깔끔하게 증언해 주는 지오의 목소리가 오히려 극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의 울분에 귀를 기울인 소설로 기억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오프사이드'라는 선 밖으로 밀려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검은책>에서 드 퀸시 이야기가 여러 번 언급되었을 때도, 예전에 구입만 해 놓은 책을 아직 읽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살짝... 검은책을 끝내고 읽게된 <폭풍 한가운데>에서 또다시 드 퀸시이름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 이정도면 읽어야 할 타이밍이 온 건 아닐까 싶다. 책을 구입했을 때도, 아마, 여러 책들에서 반복적으로 만난 영향으로 구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그럼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제목이 워낙 강렬해서 읽어낼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닐까 싶다) 도전이라도 해봐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검은 책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8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인간이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지 될 수 없는지를 알아내는 것임을 발견한 왕자가 살았습니다"/277쪽


<검은 책>1권을 마무리할 즈음 이미, 뤼야와 제랄에 대한 추적(?)보다, 갈립이 온전한 '자기'와 마주할 수 있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더랬다. 해서 1권보다 훨씬 더 미로 같은 이야기 속을 허우적 거리면서도, '자신을 찾아는' 그 길 만큼은 정신 바짝 차리려고 따라가 보려 애썼다.그래서 희미하게라도 보였던 걸까? 아니 사실 알고 있다. 내가 온전하 나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일지, 그래서 우리는 내가 나로 온전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애써 외면하면서,적당히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살아간다. 


뤼야와 제랄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갈립의 시선으로 추측해 보면,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권태와 무기력으로부터 도망친 건 아닐까..추리소설에 빠져 살던 뤼야,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칼럼을 쓰는 제랄. 그러나 제랄은 글처럼 온전하게 나로 살아가지 못했다. 순간순간 유령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버거움이 있는 이들과, 그 버거움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갈립은 기꺼이 제랄이 되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제랄이 되는 순간, 뭔가 온전히 내가 된 것 같지만..그것 역시 껍데기일 뿐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뤼야와 제랄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 끝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내가 온전히 나로 살아갈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따라왔다. 마침내 제랄이 죽어 있는 현장을 목격 하는 순간, 제랄이란 유령의 옷을 더 단단하게 입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비로소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무언가를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비로소 그렇게 믿고 안심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살아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내가 남인듯, 남이 나인듯 살아갔을지 모를 갈립은..타인의 모습을 따라가면서, 온전히 나로 살아간다는 것이 버거운 일이지만,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거라 믿고 싶다.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으니까 말이다. 내가 나로 살아갈수 없는 이유는, 알게 모르게 타인을 모방하려 하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았다.


완벽하게 순수한 나로만 살 수도 없고 남의 인생을 베낀 모방의 유령으로 살아갈 수도 없다.그 분완전한 사이를 걸어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란 생각을 했다.그래서 어느 때보다 나는 누군인지,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질문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보다..읽기가 더 힘들었던 건, 잃어버린 '나'를 찾는 여정이였기 때문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일반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지나치는 것은 얼굴이다" / 거울 나라의 앨리스











<검은 책>에서 유독 '이상한 나라..' 와 '거울 나라..' 가 자주 언급된 것 같은 기분이 든 건,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였던 걸까.. 분명 읽은 것 같은데, 오롯이 남아 있는 기억이 없다. 영화로도 본 것 같고....그러다 <명화독서>를 읽었을 당시에는 이미 초판본으로 나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팝업책으로 읽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시 읽어보려고 생각하고 보니, 다양한 색깔로 책들이 나와 있는 것 같아, 이번에는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읽어 보고 싶어졌다.(검은책을 읽으면서 내가 찾고 싶었던 건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프루스트 소설을 (8권)을 읽다가,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발견했을 때는 그냥 마그리트 스러운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상상하며 그린 그림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검은 책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라진 아내를 추적하는 이야기라는 설명에 호기심이 생겨 읽기 시작했다.그리고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느껴지는 긴장감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는 왜 사라졌을까.남자는 아내를 찾아 낼 수 있을까.. 그러나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작가가 파놓은 거대한 함정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리고 이야기 속 미로에 한 번 더 빠져 들었다.아니 빨려 들어갔다는 표현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읽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으니까...


아내 뤼야가 사라졌다.그런데 그 순간 사촌 제랄도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혹시..두 사람은 함께 사라졌을까.. 작가는 독자의 이런 뻔한 상상을 예견한듯,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다. 애초에 이 소설은 뤼야와 제랄이 함께 사라졌을까..에 대한 질문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제랄이 쓴 칼럼을 따라 가면서 이스탄불의 정치,역사 문화 골목길의 모습에 더 집중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 내 시야로 들어왔다.사라진 아내를 찾으려 했던 갈립은,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하고, 제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우리는 보통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 질문에 숨은 의미를 찾아 보자면,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서,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뜻이 된다. 아내가 떠난 이유를,아내에게서 찾지 않으려는 생각..은 사실 쉽지 않다. 그때부터 나는 계속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기는 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것 같다. 머리가 몹시도 아플수 밖에..


1권이 끝나가는 순간까지도 뤼야와 제랄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파묵선생의 미로가 불친절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 들정도다.그럼에도 기꺼이 2권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어디로 갔을까는 이제 궁금하지 않기 때문이다.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갈립이 마지막에 가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지가 더 궁금해졌다. 아직 소설의 절반을 읽었을 뿐이다. 제목을 '검은 책'으로 정한 이유에 담긴 의미가, 우리가 인생을 읽어낼 수 없다는 걸 은유한 건 아니였을까 하는생각을 했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