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부아르가 쏘아(?)올린 공 덕분에 '나목'을 읽게 된 듯 하다. 지난해 갑자기 보부아르의 책을 나란히 읽다가,보부아르 이름을 검색하게 되었는데, 책방 이름이 보였다. 그러나 천안은 가고 싶다고 당장 갈 수..있는 곳은 아니라,책방리스트에 고이고이 기록해 두었더니, 해가 바뀌고 마침내 천안으로 여행을 감행했다. 인사이트에서 맛난 커피를 마시고,태조산을 들러,마침내 보부아르책방... 그런데 보부아르 책은 보이지 않았고, 문학 책들 내 눈에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 환경과 먹거리 기후,일본 여행책들이 보였다.원서를 보는 순간, 일본으로 여행을 온 기분도 들면서..(일어 잘하고 싶은 마음이..^^) 그래도 열심히 책방을 둘러 보다가 내 눈에 들어온 책 <나목>. 나는 박완서작가님의 에세이는 더러 읽었지만, 소설은 잘 읽혀지지 않아 거리를 두고 있었더랬다. 초록초록한 표지의 유혹도 한몫 했을 테지만 '내 어찌 이 작품을 편야 안 하랴' 라는 문구가 유혹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달콤한 유혹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여행지,그것도 책방에서, 책 한 권 구입하는 즐거움...나도 이번에 그 작품에 한 번 풍덩 빠져 보고 싶어졌다.



"옥희도의 전시회를 찾아가 '고목' 이었던 그림이 '나목'으로 변해 있음을 확인한다.그리고 '고목'과 '나목'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한다"/415쪽 김금희작가님의 '헌사'를 읽다가 반가웠다. 나만 이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구나... 이것(?)만으로도 '나목' 읽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나목'이라고 읽으면서 나는 내내 '고목' 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소설을 읽어 가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제목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울림이었던 거다.박수근화가랑 인연이 되어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 또한 선입견이었음을 알았다. 그럼에도 박수근 화가의 그림이 떠올려질수 밖에 없었는데..화가의 그림에서 박완서작가님은 작품의 소재를 떠올렸을 지 모르겠다. '나목' 이 가진 힘, 그 에너지를 믿고 싶었을 테니까. 완전하게 전쟁이 끝나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다. 피비린내 나는 죽음이 난무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전쟁의 잔인함은,경아의 입을 통해, 경아엄마의 모습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아니 충격적이었던 장면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전란의 시간 보다, 오빠들의 죽음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이럴수 밖에 없는 걸까.. 우리는 그래서 전쟁을 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여전히 싸울 수 밖에 없는 그런 운명..인 걸까.. 그날 경아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오빠들은 죽지 않았을까? 그냥 각자의 운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경아가 품었던,그리고 공모했던 엄마에게 내려진 형벌은 아니었을까. 전쟁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겪지 않게 되었을 고통이었을까? 소설의 배경은 전란의 시간을 살아간 시절의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마음에 따라 고목이 될 수도 있지만, 나목이 될 수 도 있다는 사실. 소설의 결말이 급 마무리 된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너무 잘 읽혀져서 놀랐다. 소설이 씌어진 시간이 1970년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가족문제에 대해 너무 적확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서...^^


"가족이란 개념도 좀 더 축소될 거야. 조카딸쯤 안 돌본 걸 헐뜯는 양반은 아무도 없을걸.대가족 제도의 호주의 권위는커녕 아마 사람들은 제 자식도 못 다스리게 될 테니까"?18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에 나는 고양이...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기 자신이 무서운 악당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한 사람이라면 세상 경험을 겪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어 마땅한...

그럼에도 고통은 살아 있는 자들의 몫...


(포스터에 스포일러가 있을 줄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현암사에서 나온 소세키전집 14을 읽은 건 아주 잘한(?)일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고양이.. 만큼 <우미인초>를 애정하게 되어서, 무려 2번이나 읽었더랬다. 평택에는 우미인초블랜딩 커피도 있을 정도니까.. 나만 '우미인초'를 애정하는 건 아니란 사실.. 무튼 14권 모두 (다) 흡족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몰아서 읽은 덕분에, 소세키 문학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인간의 이중적인 마음,에 기인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소세키의 말>과 같은 책이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










"인간의 불안은 과학의 발전에서 온다. 스스로 멈출 줄 모르는 과학은 일찍이 우리에게 멈추는 것을 허락해준 적이 없다.걷기에서 인력거,인력거에서 마차,마차에서 기차, 기차에서 자동차 그리고 비행선 그리고 비행기로,어디까지 가도 쉬게 해주지 않는다. 어디까지 끌려갈지 알 수 없다. 참으로 두렵다"/81쪽 '행인'


소세키선생이 오늘날 모습을 본다면, 어떤 소설을 창조해 냈을까..궁금해졌다. 인공지능이 예술까지 만들어 내고 있는 세상이니까... <소세키의 말> 여기저기를 뒤적이다가 '행인'에서 제일 먼저 멈추게 된 건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 '라파치니의 딸' 을 읽은 영향이 아닌가 싶다.




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원작이 호손의 단편이라 궁금해졌다.. 생각해 보니,앞서 뮤지컬로 만날까 고민할 때 읽어 보려 하다가,읽지 못했던 기억이..읽다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읽어냈다. 길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극장에서 보여주는 찬스를 이번에는 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상황 자체만 놓고 보면 환상적인 장르일수 있을 텐데...고전을 읽다 보면, 지금의 상황을 나도 모르게 대입하게 되는 것 같다. 해서 식물을 인위적으로 가꾸는 모습으로 그려진 라파치니박사가 무서웠다. 그런데 소세키 선생의 생각(?)대로라면 라파치니 박사는 어떤 불안이 있었던 것이 분명(?) 해 보인다.


"라파치니의 이론은,모든 의약적 효능은 우리가 식물적 독성이라고 부르는 물질에 함유되어 있다는 거야.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 물질을 개발하고 있는데 자신이 이 학자의 도움 없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 세계를 고통에 빠지게 할 수 있을 그 독보다 훨씬 더 끔찍한 새로운 종류의 독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고 사람들은 말하고 있지(..)/261쪽


과학에 미친 남자,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에 막힘 없는 남자..그러나 물론 이런 시선은  발리오니 교수의 시선이다. 그 역시 라파치니와 다른 듯 닮은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던 거다. 인간적으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장치로 인해 누군가를 사랑할(?)수도 있게 한 다는 건, 오늘날 과학 발전에서 내가 목격하고 있는 장면과 닮아 있다. 편리함과 순기능을 앞세운 과학의 발전이 마냥 신나지 않은 1인이라..라파치니 박사가 식물 독에서 뭔가 향기를 만들어낸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공포스러웠던 모양이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체질이 라파치니의 과학적 기술에 의해서 그처럼 철저히 바뀌어버린 베아트리체에게는 독이 바로 생명이었듯이 그 독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는 곧 죽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인간의 교묘한 재주와,방해당한 인간의 본성과 그러한 모든 왜곡된 지혜의 노력에 수반되는 치명적 운명의 그 불쌍한 희생자는 그녀의 아버지와 지오바니의 발 아래서 죽어간 것이었다"/298쪽  과학의 발전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어느때보다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터라..잘 읽혀졌던 것 같다. 아니,지금의 모습을 투영해보며 읽은 덕분에 잘 읽혀진 건지도 모르겠다. 결말까지 알아버렸으니,뮤지컬은 라이브로 볼 기회가 찾아 왔을 때 챙겨봐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린
안윤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웹툰 제목 같은 느낌이라 크게 눈여겨 보지 않다가, 도서관을 갈때마다 마주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모린>이 궁금해졌다. 광고효과는 이렇게 무서운가보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 읽고 싶은 오기가....발생했고, 예약을 걸어 놓은지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읽을 수 있었다.



"조금씩 훌쩍거리던 조지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한 사람이 자신을 넘어서는 어떤 감정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품는 강렬하고 아픈, 그래서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순간,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는 때란 없는 그런 순간"/44쪽


 나 같은(?)은 사람이 많은 듯 하다. '모린'이란 이름이 어디서 오게 되었나에 대한 글들이 많이 보인다. 요제프 코발스키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 보았다. 그런데 정작 로이 야콥센의 소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콕 찍어 소개된 문장을 읽다가,나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것들' 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7편의 이야기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들의 관계에 대해 혼자 질문하고 정리받은 기분이 들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내 삶 곳곳에서 여러 신호를 보내온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로 힘들어서는 아닐까..생각했다.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것들은 사실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너무 잘 보여서 때로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모린' 에서 무심한듯 던져진 화두는 '핀홀'에서 어쩌면.. 하고 생각하다가, '담담' 에 와서 슬쩍 우리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 하나를 힌트 처럼 알려준다.  "(...) 사람은 참 복잡하다.뭐 그런 싱거운 얘기예요"/103쪽  음식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싱거움이 있다면, 하고 상상하다가,우리가 복잡한 건 역시 싱겁지 않아서는 아닐까 생각했다. 설렁탕이 '담담'해야 맛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문제도 조금만 담담해 질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게만 된다면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들을 애써 구분하지 않을 텐데..담담하기는 어렵다. 설렁탕 맛집이 생각 만큼 많지 않은 것처럼...차라지 눈여 보이는 통증은 고맙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그것 역시 고통이다. 보이는 것들이라고 해서 고통스럽지 않은 건 없으니까... 이야기 자체가 무겁다. 우리 삶이 말랑말랑하지 않으니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틈처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물음에는 블루가 아닌 빛이 보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희는 자신이 통과해온 삶의 균열들을 되짚어보곤 했다. 그때마다 그 균열들이 더는 자신을 상처 내지 않는다는 것을 아프기만 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새로이 감각했다. 온전함이란 바라보기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선생님은 말하곤 했다.조금의 흠도 얼룩도 없이 깨끗한 상태가 온전함이라면 삶은 온통 수치와 불안일 수밖에 없다고도"/23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