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 콜드 블러드 ㅣ 트루먼 커포티 선집 4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치너의 <소설>에는 많은 작가들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가운데 트루먼커포티가 궁금했다. 나만 모르고 있었나 싶을 만큼 유명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물론 그 이유때문에 트루먼커포티의 작품을 읽고 싶었던 건 아니다. 실제 일어난 일가족살인사건을 소설로 만들어 낸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답을 찾을수 없는 질문만 정신없이 받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는 거다. 실제 사건이라고 했지만 스포일러가 될까봐 뉴스도 찾아 보지 않은 채로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에 대한 설왕설래도 많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거기까지 따져 물을 체력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캔자스 법은 맥노튼 법칙을 따른다고 지적하며 반론을 시작했다"/407쪽
미국으로 여행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사형제도가 있는 나라여서 라고 보르헤스 선생이 말했다는 글을 어디에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사형제도를 반대하는데, 유독 보르헤스 선생이 생각나는 거다. 언제나 늘.. 사형제도에 대해 어느 한 방향으로 소신을 만들수 없는 1인 이라..가끔은 내편이 아닌 보르헤스 선생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일까... 무튼 1959년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란 말을 전제 하지 않아도, 사건 자체가 참혹하다. 자기들과 전혀 상관없는 이들에게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모두가 예상한 대로 돈때문이다. 6년동안 조사를 했다고 했지만, 그들을 죽인 직접적 이유는 언급되지 않는다. 살인의 이유가 있다면 그 말 자체가 이미 커다란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저들의 사건을 통해 해주고 싶었던 말은 결국 소설 마지막 부분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오늘날 살인사건과 사형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가에 대해서... 20세기나 21세기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지 않아 당혹스러울정도다. 사형제도와 맥노튼 법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살인사건이 사라지게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을것 같다. 오히려 모방범죄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그러니까 사형이란 형벌이 최상의 벌은 아니라는 걸로 설명되는 기분... 그럼에도 딕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도저히 연민과 안타까움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지점이 보이질 않았지만, 페리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좀 복잡한 마음이 들긴 했다. 그에게는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에게 '살인'은 나를 지키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미제사건으로 남겨지면 안될거란 형사의 투철한 정신..에 여러 감정을 느꼈는데,아마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공격(?)받게 되는 지점인 모양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건을 다루는 형사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소설 속 듀이가 했을 고민과 버거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무튼 이 소설은 사형제도와, 맥노튼 법칙을 따라가고 싶었다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실제 범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불편함이 느껴지면서도 소설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던 건 나 역시 사형제도에 대해 여전히 한 방향으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전히 그렇다) 정신적인 문제로 살인을 한 이유에 대한 문제도 그렇다.(누군가는 악용할 것이 분명해서...) 아,그러나 페리 스미스 라는 남자에 대해서는 복잡한 마음이다. 작가 역시 그 지점에서 소설로 만들어 내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그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페리는 말했다. (..)군인들은 살인을 하고 훈장을 받아(...)"/4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