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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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전 제임스미치너의 <소설>을 읽었다. 이렇게 재미난 소설을 너무 늦게 읽은 것이 억울하다는 기분이 들정도였다. 그러나 정말 억울한가..생각해보면, 꼭 그렇지 않을수도 있지 않을까... 소설가가 소설가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는 건 위험할 수 도 있을텐데, 비평가시선, 편집자 시선 작가의 시선이 이렇게나 다를수 있구나 생각하면서 읽었다. 

<오직 그녀의 것>은 좀더 출판사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이야기란 생각을 했다. 그래소 소설이란 느낌보다, 에세이를 읽는 느낌을 받았다. 잘 알지 못하면서 잘 알고 있는 듯한 그곳의 모습을 내 나름대로 그려보게 된,오만이 살짝 작용한 탓일수도 있겠다. 


내 미래를 스스로 알 수 있다면, 오직 나만의 것이 있다는  걸 확신할 수만 있다면 행복할까.. 확신할 수 없는 상태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삶이 조금 재미난 걸까... 애초에 내것이라 생각하는 것을 찾고자 했다면, 그녀는 지금, 주간이 되어 지난날을 회상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부모의 뜻대로, 대학을 갔고, 취직을 해야 할 것 같아 들어간 곳이 출판사였다. 교열이라고는 해본 경험도 없던 그녀가. 교정을 하고... 그리고 독자는 바로 그 순간부터 출판이란 곳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교정과 교열이 다르고, 교정부의 역활이 점점 사라지게 된 이유,저작권의 문제,편집자의 시선으로 작가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지... 책 한 권이 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상상 이상으로 버겁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만드는 건 인간적인 동시에 기계적인 일이었다. 그것은 많은 이의 시간과 마음이 모여 완성되는 작업이면서 순서와 방식에 따라 한 단계씩 이뤄지는 체계적인 공정이기도 했다"/184쪽


엄청난 과정이 분명한데, 너무 간단하게 정리된 출판 과정은,소설로 읽혀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겠다. 책을 만드는 일을 드라마 소재로 삼았을 때의 장면을 떠올려봐도 다르지 않다. 책을 애정한다고 자부하는 독자의 시선으로 출판이란 공간을 읽었다. 편집자의 고뇌도 보였지만, 그보다 그 속의 메커니즘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짜릿했다. 소설이란 느낌보다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들었음에도, 재미나게 읽어낼 수 있었던 이유일게다. 책을 보관하는 장소에서 불이 나는 상황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창작자를 이념의 잣대로 유린하는 짓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다. 그 이슛을 출판사는 또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구조는 씁쓸한데, 그렇게 해서 양질의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준다면 기꺼이....딜레마의 연속이다라고 생각하고 보니, 일도, 사랑도, 아니 우리 인생이 그냥 딜레마의 연속이 아닌가 싶다.



"석주는 책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새책을 끼워넣었다.그 순간 그곳의 책들이 이전과 전혀 다르게 보였다.그것들은 형태나 크기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과 감정 같은 보이지 않은 것들이 스며든 결과물 같았다(...)"/84쪽



이번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책이 다시 팔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편집자의 인터뷰를 보니, 모두가 반대한 책이었다고 했다. 잘 필리지도 않을 책... 그러나 편집자는  언젠가 이 책이 세상에 엄청난 빛을 보게 될 거라 믿었던 건 아닐까.. 물론 상을 받기를 바란 건 아닐수도 있겠지만, 편집자의 마음에는 잘 팔리는 책 만큼이나, 멋지고 좋은 책을 세상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오직 그녀 만의 무엇..이 있어야 '그림자 노동'을 감내 할 수 있지 않을까... 온전히 편집자의 시선으로 읽어내진 못했지만,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고단함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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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과 무주(만)이 한몸처럼 기억된 까닭은, 내가 그곳을 온전히 밟아 보지 않은 탓이다. 습관처럼... 거창이란 곳이,지리산,덕유산, 가야산에 둘러싸인 동네인 줄 이제서야 알았다. 시도,에세이도 말랑말랑한 글은 아니었지만, 마음대로 오독하고 싶은 문장은 지나칠 수 가 없어서...

모든 계절은 습관이 되고 모든 날들은 순서가 되는 생활의 텅 빈 창고에서 똑,똑,똑,낙숫물처럼 듣는 밤이 천장에 열어놓은 검고 푸른 눈망울로부터/‘검고 푸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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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 할 때마다 출간 소식을 듣게 되는 것 같다. <피난처>를 읽고 나자마자 이디스 워튼의 기담집..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이디슨 워튼의 환상이야기>가 떠올랐다. 목차를 살펴보니, 중복되는 이야기도 있었고, 처음 만나는 이야기도 있어, 또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어..읽게 되었다. 너무 솔직한 표지라 오히려 전혀 무섭지 않은 기담 모음집일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도 <무덤의 천사>를 찾아 읽었다.


"폴리나는 창가로 걸어가서 느릅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운 거리를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 청년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다시 텅 빈 서재로 돌아온 그녀의 얼굴은 마치 젊음과 입맞춤을 나눈 듯 생기가 넘쳤다"/206쪽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열린 결말이었을까, 아니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너무 담백해서 독자는 오히려 의심과, 조금은 뻔한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콕 찍어 '무덤' 과 '천사' 라는 제목이 미친 영향이 아닌가 싶다. 제목은 거대한 트릭일 뿐일지도 모른다. 이야기 그대로 할아버지의 사상이 묻혀 버리길 바라지 않았던 손녀가 써내려간 업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수..있는데, 제목에 빠져 버린 독자는 할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폴리나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결국 그녀의 업적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찾아온 남자는 할아버지 유령이 아니였을까... 전혀 무섭지 않은 이야기를.. '상상' 이란 허구가 독자 스스로를 무서운 기담이야기로 빠져 들게 한 건 아닐까.. 그렇다면 <무덤의 천사>는 진짜 무서운 이야기..라고 해야 겠다. 독자 스스로 공포를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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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시리즈다. 가끔씩 다음 예술가 소식을 궁금해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출간 소식에 반가움도 잠시...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오스카와일드의 책은 재미나게 읽었지만, 엄청 애정한다고 말할 자신이 없어..선뜻 카트에 담지 못했더니.. 마음이 헛헛해졌다.^^(그러나 도서관 찬스가 있으니까..^^)


그래도 뭔가 책 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오랜(?)만에 두 권 골랐다. 알라딘 마일리지 야무지게 챙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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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리커버 특별판. 페이퍼백) 애거서 크리스티 리커버 컬렉션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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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주받은 도시>에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가 언급된 바람에 다시 읽게되었다. 재미나게 읽었으나, 정작 원제목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으나,(정말 그런가 싶다^^) 2020년에 읽었으니, 온전히 기억 못할수 밖에. 심지어 특별판으로 읽은 것도 아니었으니까..그럴수 있다고 애써 변명도 해 본다. 처음에는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았고, 다음으로는 그래서 누가 범인이었더라..라고 생각하려다가, 고개를 끄덕. 추리소설을 다시 읽는 다는 건, 그때의 내가 어느 만큼 기억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은 몹쓸 문제가 발동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냥 지금의 마음으로 읽으면 되는 것을..  


낯선이의 편지를 받고도 의심없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가 나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들은 그만큼의 어떤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의심없이 그곳을 갈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호기심으로 그곳을 찾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무언가를 채울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마음. 아마 이 사건을 주도한 인물은, 그런 마음상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계획을 세울수 있었던 건 아닐까. 남의 것 욕심 내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후한 인심에 우선 의심부터 하게 될 텐데.. 저들은 그러지 않았다. 섬에 도착해서도 모인 이들은 자신이 죄가 드러나는 순간, 반성하기 보다, 누군가의 음모라는 생각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그렇다 해도 사건을 주도한 그의 행동을 이해할..수 가 없다. 죽어 마땅한 사람들은 있지만, 집행자가 될 사람을 누가 정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인들과 종종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면, 무인도로 보내면 안될까 하는 싱거운 농담을 한다. 애거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은 무인도에서 크게 회개하지는 않을 것 같다.사실 조금 비약하자면, 법을 집행하는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살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다는 걸 소설적 상상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그러나 이 사건을 만들어낸 남자의 생각은 무섭다, 설령 그들이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다 할지라도, 미궁살인 프로젝트를 기획할 자격이 그에게는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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