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에는 바다에 마음을 빼앗겨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제방 아래 메꽃 한송이의 촌스러운 분홍색이 눈에 띄었다.

(...)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영원, 즉 바다와 결국 인간도 가장 더럽고 가장 추한 모습으로 죽음에 직면할수밖에 없는 것처럼"/15쪽











이야기의 '흐름'과 상관없이 바다에 대한 묘사에 자꾸만 멈추게 된다. 혼다는 이제 노년이 되었고,여행을 다닌다고 말하는 순간... 오래전 읽다 만 책이 어렴풋 생각날듯 말듯..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같기도 하고..그보다는 바다에 대한 묘사가 뭔가 훅 들어온 소설이었는데, 완독하지 못한 탓에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다 또 읽고 싶었던 아일랜드 작가 이름이 맴돌아...그 책이라도 읽어 봐야 겠다 생각했다. 









두 책 덕분에 <빌러버드>가 나의 책장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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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사원 풍요의 바다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유라주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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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풍요의 바다' 시리즈 3부 <새벽의 사원>을 읽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소설이 끝나가 즈음 누군가가 죽는다는 거다. 그리고 그 만큼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세월에도 '윤회'라는 말을 붙여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만큼... 


서른 중반의 혼다는 이제 나이가 더 훌쩍 들었다.2부를 끝내며 궁금했던 인물들이 잊을만 하면 등장해서 놀라움을 주었다. 2부에 등장하지 않은 다네시나가 궁금했는데..그녀의 나이와 살아온 삶을 보면서 <봄눈>에서 그녀가 품었던 마음에 '질투'와 '복수'가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싶었다. 자식을 앞세운 이누마의 마음은 진심일까, 궤변일까 고민을 했더랬는데,두 가지 마음이 다 있었다고 믿고 싶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괴로운 건 선과악이 공존하기 때문일테니까.


"그럼 깊은 뜻을 대단히 감사히 받아 세이켄 학원 재건 비용에 보태겠습니다" 하고 이누마는 격식을 차린 인사를 했다.비 내리는 현관으로 배웅하러 나갔다. 이누마의 뒷모습이 석류 앞 그늘이 진 쪽문으로 사라졌다.배웅한 혼다는 왠지 그 뒷모습이 어두운 일본 주변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밤의 섬중 하나 같다고 느꼈다.미친 듯하고 거친, 물이라고는 빗물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굶주린 외딴섬처럼"/279



환생과 윤회에 대한 이야기로만 접급해서 소설을 읽는다면 힘들어서 읽어낼 수 없었을 텐데, 이야기는 어느 순간, 독자에게 시간으로 이어진 윤회를 생각해 보게 만들었닫.(오독이란 걸 알면서도..그렇게 읽고 싶어졌다.) 혼다가 믿는 환생은, 윤회는..끝내 그가 기요아키의 죽음과 이사오의 죽음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들의 죽음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환생을 믿었고, 윤회를 믿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네시나와 이누마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시간 속에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업보라고 말할수 있는..것들.


"사는 것은 운명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사기를 당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인간 존재는? 인간 존재가 생각대로 되지 않음을 혼다는 인도에서 혹독하게 배웠다"/283쪽



누구보다 이성적 사고로 무장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 혼다는 윤회와 환생을 믿는다. 아니 어쩌면환생을 바라는 마음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탓인걸까...그런점에서 흥미로운 인물들은 여성들이다. 기요아키에게 배신당한 후 절로 들어간 사토코의 모습은 당당해 보였다(새벽의 사원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이사오를 사랑했던 마키코는 시인이 되었다.혼다의 아내 리에의 목소리도 '새벽의사원"에서는 제법 보였다.병약함에 비롯된 것일수도 있겠지만, 혼다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마음이 아프게 다가왔다. 혼다 역시 자신의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매혹이 결여된 자립적 인간..이란 혼다의 생각이 4부'천인오쇠'에서는 밝혀지게 될까... 혼다 목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지만, 나는 이제서야 혼다가 궁금해졌다.


"그의 인생은 누구나 그러듯 죽음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지만 그는 원래 걸을 줄만 아는 사람이었다.달린 적이 없었다.다른 이를 도우려고 한 적은 있지만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위기에 처한 적은 없었다.구원받을 자격의 결여,무심코 손을 뻗어 자기도 수중히 여기는 어떤 빛나는 가치를 구해야한다는 그런 위기감을 누군가에게 느끼게 한 적이 없었다.유감이지만 그는 그런 매혹이 결여된 자립적 인간이었다"/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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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들지 않는 쾌락에야말로 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쁨이 숨어 있음을 혼다는 알고 있었다.밤의 숲속에서 몸을 숨긴 나무줄기들의 젖은 이끼 감촉 무릎 꿇은 흙 위 낙엽의 침울한 냄새.그것은 작년 5월 공원의 밤이었다/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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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에는 표정이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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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기행' 제목 답게,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이 압도적이다. 해서 주제별로 한 명씩 작가를 만나고 있다.1부(아시아인들은 못 읽는 책)와 2부(독자를 불편하게 할 것)에 소개된 책들은 한 권도 읽어 보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3부 '생각의 도살자들' 편에는 밀란쿤데라,보후밀 흐라발,레이 브래드버리의 책을 읽었다.










<민들레와인>을 재미나게 읽고 나서 <화성연대기>를 읽었다. 해서 나는 <화씨 451>도 읽은 줄 알았는데..아직이었다. 생각해보니 화씨 451..뜻도 모르고 있었다.









"화씨 451도(섭씨,232.7도)는 종이책이 불타기 시작하는 온도를 뜻합니다"/185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느낌이 바로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 금서로 정하고 싶었을 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 기분....

<화씨451>를 직접 읽어봐야 겠지만...'정치적 올바름' 이란 글자가 눈에 유독 들어왔다. 그리고 소개된 그의 독설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브래드버리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습니다. 그는 독설에 가까운 문장으로 반복합니다. "세상에는 불붙은 성냥개비들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넘쳐난다"260쪽 (....)사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크고 작은 규제를 방화에 가까운 행위라고 그는 비판합니다(...)"/191쪽









<화성연대기>를 읽다가 포기 한 적이 있었다. <민들레 와인>을 읽고 나서 다시 읽은 <화성연대기>는 재미났다.당연히 <화씨451>도 화성연대기..와 연장선에 있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정치에도 관심없고, 뉴스보는 건 더 관심없다는 이들을 만날때마다, 생각하는 걸 멀리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수 없었는데...어느 의미로 보면 방화범들에게..이미 잠식당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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