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무계획 속에 계획(?)을 만들어 읽는 스타일인데..

아직 오지도 않은 시월 읽을 책을 당당히 올려 놓기로 했다.^^

해서, 일년에 한 권씩 읽어볼 생각이었던 형제의 책은,

벽돌책을 예외로 삼아야겠다.

이런 이벤트를 핑계삼아 읽기에 딱 좋은 책일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라 배우러 가는 층에 애견유치원이 있다는 사실을 얼마전에 알았다. 동물농장은 애청하지만,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함께 살고 싶지 않은 1인이다. 책방 갈때마다 만나는 냥이들은 이쁘지만, 나와 그들의 거리는 딱 그만큼이다. 아낌없이 사랑을 줄 자신도 없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책임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책임 지고 싶지 않은 것과, 책임 질 자신이 없는 것의 차이는 알 수 없지만... 동물농장을 보면서 드는 존경의 마음은, 애견유치원과 호텔을 마주할 때는 묘하게 아이러니한 기분이 든다. 


"이것만 잊지 마. 강아지 입장에선, 인간과 같이 사는 게 썩 좋은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아무리 인간이 잘해준다고 해도 말이야"/123~124쪽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강아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고민할 문제가 많아 보인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더불어 내가 강아지들과 함께 살 자신이 없는 이유도 분명해 지는 것 같고... 말랑말랑한 제목 속에 말랑말랑한 이야기만 담겨 있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는데, 그래서 잘 읽혔다. 시봉이라 부르면 쳐다보지 않지만, 이시봉이라고 부르면 아는 척(?) 하는 비숑. 시봉의 출생을 따라 올라가는 여정 속에 스페인 역사와 마주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실존인물...이라니. 고야의 그림은 익숙했지만, 그림 속 강아지 존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물론 고도이와 비숑의 관계는 어느 정도의 상상이겠으나, 나는 여기서 어쩔수 없이 오류에 빠지게 되었던 것 같다.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마음도 선해야 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 종교를 가진 이들도 그러한데, 동물을 애정하는 이들에게서 절대적 선을 기대한다는 건 애시당초 무리하는 걸 알면서도...그가 베로를 사랑한 마음은, 베로가 이뻐서 일수도 있겠지만, 이뻐하는 자신의 마음이 더 좋아서 였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아니면  고도이를 등장시킴으로써 개보다 못한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고도이는 그런 끝도 나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투쟁도 없고 변화도 없는 삶 단지 나폴레옹 앞에서 약간의 치욕과 수치 모욕과 모멸을 감당하기만 하면 될 뿐.그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인간은 늘 그런 것들을 감당하면서 사는 존재들인 걸 뭐(...)"/405쪽



작가의 반려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소설이라고 했다.개보다 못한 사람이 있다는 걸 동물들이 알게 된다면 지금보다 세상은 더 정신없는 전쟁을 치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들 마음대로 순수 혈통을 만들고, 미용을 하고,병들면 버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되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수 있을까?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록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 생각했다. 페미니즘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남자와 여자가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 서로를 존중하면 어려울게 없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물건이 아닌, 생명을 가진 존재로 바라본다면 지금보다는 잔인한 뉴스를 덜 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그런 식으로 오해하고 오독하면서 동물들의 삶에 관여한다.그것이 인간의 유일한 장점이자 집사로서의 자격 요건이다. 집사란 직위는 대개 그런 사람들 자기애가 충만하지만 그걸 잘 모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한 방식이다"/46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랑한 이시봉...' 을 읽던 어느 순간 부터 '개'를 주인공으로 삼은 책들을 더 찾아 읽어봐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 말미에, 작가에게 영감준 목록을 살피다가, 로맹가리 <흰 개>를 나도 퍽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마음산책에서 출간된 로맹 가리 시리즈를 읽고 있다. 인종주의자에 관한 이야기라는 데 제목은 '흰 개'라니 궁금할 수 밖에.게다가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씌여진 탓에 소설이라기 보다 르포 같은 느낌마저 든다.소설의 배경은 1968년.미국은 베트남 반전 시위가 한창이었고,루터 킹 목사의 암살로 인한 인종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그런데 작가는 여기서 파리의68혁명의 혼란스러운 시기까지 담고 있다.그야말로 정신을 바싹(?)차리고 읽어야만 할 것 같다.그런데 조금 읽다 보면 다른 나라의 역사까지 찾아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지게 내 나라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이 오버랩된다.그리고 그때마다 "내가 당신이고,당신이 나죠." 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때로는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너무 염세적이군.혹은 자기 연민이 너무 깊은 거잖아.라는 원망을 퍼붓고도 싶었다.그러나 작가는 읽는 독자들이 어떤 느낌을 받으며 당신의 책을 대할지 예견 했을지도 모르겠다.도저히 해답이 없을 것만 같은 문제들의 연속이다.흑인문제 만큼은 소설로 남기지 않겠다던 작가의 고집을 꺽고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것은 '흰 개' 덕분(?)이었다.오래된 습관은 너무 깊이 각인된다는 사실! 흰 개를 어떻게든 훈육 시키던 작가의 박애주의는 키스라는 흑인조련사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진다.검은 개로.


소설은 비단 흑인문제만을 다루지 않는다.인종주의 그리고 수많은 지배자와 피지배자간의 불균형한 사건들을 다룬다.그런데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왜 답은 없는 걸까? 살짝 흘러가듯 '대조의 조화'를 언급하지만 역시나 여전히 소원한 문제인 것 같다.억압을 받았던 이들은 새로운 방식으로의 승리를 찾기 보다는 꼭같은 방식으로 대적해야 한다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으니까.

흑인을 물도록 훈련된 '흰 개' 한마리로 인해 미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혹은 전 세계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접근하는 작가의 소설 방식이 놀라웠다.지나치게 냉소적인 듯 하기도 하고,읽는 독자들을 숨막히게 만든 것이 원망스럽긴 하지만,수많은 갈등이 되는 문제들에 대한 '흔들어 주기'로서의 역활은 충분히 해 준 듯 해서....



마음산책 로맹가리 시리즈를 읽은 것이 2014년. 예전 리뷰를 이렇게 복기하는 것도 재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롯이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목과,독후감으로,<흰 개>가 어떤 이야기였을지 가늠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두근거리던 시간을 되찾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먼 곳에 사는 모르는 사람에게 답장부터 쓰는 이 이상한 상황이 제 인생에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세상엔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물이 되는 일도 있더군요.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72쪽










방송을 들을때도 분명 멋진 상황이라 생각하며 들었을게 분명(?) 하겠으나,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반가웠던 건,콕 찍어 프루스트의 소설 제목이 떠올라서일게다. 그때도 프루스트를 생각했을 지..모르겠으나, 무튼 모르는 이에게 저와 같은 엽서를 받는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영화 러브레터 속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서 피식 웃음이 났다. 잘못 전달된 편지를 통해,또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걸까...하고.

방송에 귀기울이며,책으로 나왔으면 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울컥해지기도 하고...정말 어디선가, 누군가의 진짜 사연일것 만 같은... 그래서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분노와 포도에 관한 이야기가 그랬다. 


"내 안에 없는 것은 나를 분노하게 만들지 않아 누구한테 화가 나거나 누군가가 유난히 싫다면 그건 내가 갖지 못한 걸 그 사람이 가졌기 때문일 때가 많아. 그런 것이 티눈처럼 마음에 박혀 있는 거지"/222쪽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하려면 무릎을 잘 굽혀줘야 합니다. 지금부터 며칠은 일부러 포도밭에 물을 주지 않는데 그건 포도가 가뭄을 견딜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조금씩 받고견디면서 포도는 오히려 더 달콤한 열매를 만들거든요"/292~293쪽


지금 한창 포도철이라 맛나게 먹고 있다. 그것도 강화도포도를..직접 재배한 포도라서 믿음도 가지만, 그 노동을 알기에 비싸다고 차마 가격 흥정을 할 수가 없다.가뭄을 견뎌낸 포도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감동적이었다. 내가 지금 먹는 포도의 그 달콤함에, 포도 스스로 견뎌낸 스트레스가 담겨 있을 줄이야...











이 글을 읽으면서 '분노'와 '포도'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건..내 무의식에 스타인벡 소설이 자리하고 있어서였나..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한 번 정도 읽은 줄 알았던 소설은 이미 두 번이나 읽었다는 사실은 충격 아닌 충격... 읽을 당시에는 포도농사와 가뭄을 깊게 연결해서 생각해 보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콕 찍어 '포도'라는 제목을 정한 이유에는 포도의 특성이 있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만간 <분노의 포도>를 다시 읽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은 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어리석은 희망을 품고 산다. 희망,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희망이라는 단어에 기대어 불면의 밤을 지새웠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희망에 눈이 멀어 자기 자신을 속이고 과시했던가! 개들은 보이지 않는 희망애 들뜨지 않는다.(....)인간의 희망은 대부분 상대와 관계없이 상대를 신경쓰지 않은 채 자기 내부의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그래서 그 희망이 좌절되었을 땐 상대를 아예 파멸로 몰고 가는 경우도 생긴다(...)/20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