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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처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그지방의관습>,<암초>까지..읽고 나서 이디스 워튼의 소설을 전부 읽은 줄 알았는데, 단편집,기담집..이 여전히 출간되고 있다. 앞서 인상깊게 읽은 책들이 있었음에도 데뷔작에 가까운 작품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피난처>를 읽으면서 앞서 읽은 작품들의 인물과 닮은 듯한 느낌을 찾아 볼 수 있어 좋았다.(물론 어디까지나 느낌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20세기 초엽에 활약한 해밀턴 라이트 메이비는 <<피난처>>가 "작가들이든 어머니들이든 선교사들이든 여성에게 독특한 아름답고 부드러운 감상"을 증언하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메이비는 이 작품을 청소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독서 목록에 넣었다"/178쪽
그런데 역자의 후기를 읽으면서, 나는 아, 이렇게 다른 시선으로 읽혀지는 구나,하고 생각했다. 나라면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권할..수 있나 생각했다. 물론 보여지는 상황만 놓고 보면, 모든 걸 상의할 수 있는 아이와 묵묵히 지켜주는 어머니의 관계로 보일수 있디. 정말 이상적인 관계이다. 그런데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아니 적어도 독자가 바라본 시선에서 그녀는 정말 아들을 묵묵히 지켜주는 그런 엄마였을까? 물어보면..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녀에게 아들은 확고한 피난처였다.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관계는 필요하지만, 맹목적으로 의지하고 싶은 피난처라면 서로에게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피앙세는 실은 그렇지 않은 남자였다.결혼을 고민했지만..결국 그녀는 결혼을 선택했다. 어떤 세세한 설명 없이..그녀는 그렇게 선택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렇게 결혼한 남자는 세상을 떠났고, 그녀는 아들에게 도덕적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여기서 이오카스테 콤플렉스가 언급된다. <피난처>를 읽으면서 내가 두려웠던 감정에 대한 정리였다. 용어를 몰랐을 뿐..그녀가 아들을 향한 마음에는..분명 콤플렉스가 있었음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아들이 아버지를 배척하고 어머니에게 성적 애착을 느끼는 이상 증상이라면 이오카스테 콤플렉스는 어머니가 남편을 배척하고 아들에게 성적 애착을 느끼는 이상 증상을 말한다"/195
용어에 대한 의견을 분분한 모양이다. 나 역시 <피난처>속 모자의 모습에서 성적인 애착의 시선으로 까지 읽혀지진 않았다. 오히려 정서적으로 딕을 구속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리를 두는 어머니인 것 같았지만, 딕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것처럼 읽혀졌다. 마지막 부분에서 아들이 어머니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는 순간.. 그녀가 행복해 하는 그 웃음이 제일 서늘하게 다가온 이유이기도 하다. 혹자는 아이가 엄마에게 순종하는 엄친아로 읽혀졌을 지 모르겠으나.. 피난처는 나에게 숨을 쉬게 해 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할 뿐, 나를 숨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되는 거 아닌가... 엄마 덕분에 내가 살았다는, 딕의 고백은,그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가 보이는 것 같아...마음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