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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평점 :
2014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건 책을 빌리고 나서야 알았다. 연극을 보기 위해 책으로 먼저 만나게 된 것인데, 어느 순간 에릭의 목소리를 연기할 배우님의 목소리가 상상이 되는 즐거움을 미리 경험했다.
"의심만으로는 아무것도 파괴할 수 없다"/155쪽
우린 알고 있다.평범할 것 같은 가족의 모습에서도 미세한 균열은 분명 있을 거란 것을. 그러나 적당히 외면하거나 그러지 않은..척 살아간다. 문제는 균열이 수면위로 올라오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정도가 될까... 추리소설이라고 했지만, 심리를 파고드는 그 지점이 더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될 소설이다.결이 다를수도 있지만 아서밀러의 '시련'이 제일 먼저 떠오른 것도 그래서일게다. 아무렇지 않은듯 베이비시터 역활을 하고 돌아온 다음날, 에이미가 사라졌다. 당연히 의심 대상 1 순위는 베이비시터를 하게 된 키이스다. 아무런 증거도 없는 가운데 의심을 받는다는 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문제는 키이스의 부모조차 아들을 믿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변명하자면 그럴만한 이유가 많았다는 거다.그러니까 <붉은 낙엽>은 에이미가 사라진 것 자체보다,사건이 발생한 이후, 우리에게 어떤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가에 대한 지점들이었던 것 같다. 의심을 하게 되는 이유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이고, 믿음이 없어지게 된 이유는, 뭔가 불확실성에서..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스스로 확신을 주게 된다는 거다.(지금 세상이 시끄러운 이유와 너무 닮아 있어서 기꺼이 오독까지 하게 되는 문제가 나타났다.망상과 환상과 거짓말..) 키이스가 그렇고 그런 아이였으니까, 그럴수 있을 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에릭의 어린시절을 소환한다. 그는 형을 의심해야 했던 지점이 있고,아버지와 형과의 문제를 외면한 모습이 있다.그리고 에릭이 미처 몰랐던 어머니에 대해서까지. 이 소설에서 시종 일관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건 실체가 있는 듯 없는 의심이란 공포가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헤집어 놓는가였다. 의심만으로는 무엇도 파괴할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지금 나는 의심을 넘어 망상을 확증으로 믿고 있는 누군가를 보고 있지 않은가..소설 역시 의심만으로 파괴되는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소설이 끝날때까지.. 소설 사이 사이 에릭이 들려주는 목소리는 집중하기 힘든 부분이었고, 앤딩의 조금은 느닷없는 반전은 살짝 아쉬웠지만, 의심이란 공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가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된다. 결과를 알고 보는 연극이라 극적 재미가 덜해진다 해도 아쉽지 않을 것 같다. 연극 덕분에 강렬한 소설을 읽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 보고 싶어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