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민음사에서 나온 책인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존 업다이크 같은 작가가 하진의 작품을 두고 '영어 자체를 그냥 보아 넘길 수 있는 순간이 거의 없는 소설'이라고 비난한 것이 이해가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작가들과 평론가들은 자신의 언어가 아닌 외국어로 글을 쓰는 그의 용기와 끈기에 경의를 표했다.

인터뷰 말미에 하진은 자신의 서명과 함께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지극히 K-스러운 기자의 요구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In life as a human being nothing is secure

Just follow your heart


인간의 삶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따르라(...)"/102~103쪽



읽지 않은 채 노랗게 바라버린 '기다림' 이란 책을 가지고 있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선뜻 손이 가지 않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다.. 해서 나는 읽지도 않았으면서 작가의 이름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었다. <초급한국어>를 읽으면서 한국독자들에게 남긴 메모가 다시 나를 하진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다. 그냥 이 책으로 시선이 가졌을 뿐이었는데, 다음 장에서 재미난 문장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발 정신 좀 차려. 소설? 언제까지 구름 위를 걸어 다닐래? 지금 신선놀음할 때야?" /107쪽 책을 편안한 마음으로 읽는 것이 못내 불편한 시절이라 그랬나 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님의 혜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내일,또 내일,또 내일 시간은 날마다 아주 느린 속도로 기어서 기록된 마지막 음절에 다다른다는 <<맥베스>>의 대사를 일기 어딘가에 적어 놓고 잊어버렸다.그때는 내 미래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어떤 글자에 가닿을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맥베스>>의 다음 대사가 이렇게 이어진다는 걸 몰랐던 것처럼 

소리와 분노만 가득하고 아무 의미도 없는 바보 천치의 이야기, 그게 바로 인생이야/12~13쪽


어김없이 맥베스가 다시 소환(?)된 기분이다. 어느 순간 맥베스 보다 맥베스부인..으로 읽고 싶어진 작품..그런데 저 대사는 기억나지 않아서... 예전 메모장을 꺼내보았더니 여전히 소름 돋는 맥베스와 맥베스부인의 목소리들..










맥베스 부인/(...) 사람들을 속이려면 사람들처럼 보여야 해요/눈,손,혀로 환영하세요.겉으로는 순진한 꽃처럼 보이세요/하지만 그 아래에서 독사가 되어야 합니다/오실 손님을 맞기 위해 준비를 해야겠어요/오늘 밤의 거사는 제가 처리하겠어요/그러면 다가올 모든 세월 동안/완전한 군주의 통치권을 지니게 되겠죠/75~76









맥베스/무서움의 맛을 나는 거의 잊어버렸다.한밤에 비명을 듣고 내 모든 감각이 오싹했던 때도 있고 내 머리 가죽이 암울한 말 들으면 산 것처럼 일어나 꿈틀거린 적도 있다. 난 공포를 포식했어.살기 품은 내 생각에 흔히 있는 전율에도 놀랄 수가 없으니까 /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4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건 책을 빌리고 나서야 알았다. 연극을 보기 위해 책으로 먼저 만나게 된 것인데, 어느 순간 에릭의 목소리를 연기할 배우님의 목소리가 상상이 되는 즐거움을 미리 경험했다. 


"의심만으로는 아무것도 파괴할 수 없다"/155쪽



우린 알고 있다.평범할 것 같은 가족의 모습에서도 미세한 균열은 분명 있을 거란 것을. 그러나 적당히 외면하거나 그러지 않은..척 살아간다. 문제는 균열이 수면위로 올라오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정도가 될까... 추리소설이라고 했지만, 심리를 파고드는 그 지점이 더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될 소설이다.결이 다를수도 있지만 아서밀러의 '시련'이 제일 먼저 떠오른 것도 그래서일게다. 아무렇지 않은듯 베이비시터 역활을 하고 돌아온 다음날, 에이미가 사라졌다. 당연히 의심 대상 1 순위는 베이비시터를 하게 된 키이스다. 아무런 증거도 없는 가운데 의심을 받는다는 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문제는 키이스의 부모조차 아들을 믿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변명하자면 그럴만한 이유가 많았다는 거다.그러니까 <붉은 낙엽>은 에이미가 사라진 것 자체보다,사건이 발생한 이후, 우리에게 어떤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가에 대한 지점들이었던 것 같다. 의심을 하게 되는 이유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이고, 믿음이 없어지게 된 이유는, 뭔가 불확실성에서..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스스로 확신을 주게 된다는 거다.(지금 세상이 시끄러운 이유와 너무 닮아 있어서 기꺼이 오독까지 하게 되는 문제가 나타났다.망상과 환상과 거짓말..)  키이스가 그렇고 그런 아이였으니까, 그럴수 있을 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에릭의 어린시절을 소환한다.  그는 형을 의심해야 했던 지점이 있고,아버지와 형과의 문제를 외면한 모습이 있다.그리고 에릭이 미처 몰랐던 어머니에 대해서까지. 이 소설에서 시종 일관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건 실체가 있는 듯 없는 의심이란 공포가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헤집어 놓는가였다. 의심만으로는 무엇도 파괴할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지금 나는 의심을 넘어 망상을  확증으로 믿고 있는 누군가를 보고 있지 않은가..소설 역시 의심만으로 파괴되는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소설이 끝날때까지.. 소설 사이 사이 에릭이 들려주는 목소리는 집중하기 힘든 부분이었고, 앤딩의 조금은 느닷없는 반전은 살짝 아쉬웠지만, 의심이란 공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가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된다. 결과를 알고 보는 연극이라 극적 재미가 덜해진다 해도 아쉽지 않을 것 같다. 연극 덕분에 강렬한 소설을 읽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 보고 싶어졌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