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어떤 선원을 꼭 끌어안고서 춤을 추었다. 아까 그 갈색 머리칼의 미녀는 자리에 앉아서 지루해하는 표정으로 동그란 바나나 조각을 먹고 있었다"/ 50쪽





 커피 대신 바나나를 주문하고는 펼친 페이에서 '바나나 조각'이란 표현을 마주했다. 이런 재미난 우연이 일어날 확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건... 의식의 흐름 이야기보다 존재를 묻는 이야기가 훨씬 힘들게 느껴진...탓일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끝까지 가보고 싶긴 하다. 이번에 멈추면..다시 보부아르와 만날 시간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그녀의 <노년>을 정말 읽고 싶은데.... 개정판이 나오면 읽겠다는 바람이 그저 핑계가 아니려면..(아주 편안한 죽음..을 흥미롭게 일기도 했고^^) 그 전에 소설 한 권이라도 끝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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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율법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을 분배한다 지식인의 설명이 소설의 또 한 줄거리일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소설의 마지막으로 가서야 하게 되는 생각이다. 처음부터 끝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는 전염병으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지 않았다면 읽게 되지 않았을지도..혹은 읽으면서도 피부로 느껴지는 깊이라는 것이 지극히 피상적이었을 게다.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은 단지 내가 감염되면 어떡하지,혹은 누군가에게 내가 전파자가 되면 어떡하지..문제를 넘어선다. 그리고 문제는 거기서 부터 시작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두려움은,누군가를 의심하고 혐오하고 소문이 만들어지고 공격하고 적을 만든다.그리고 그 본질에는 두려움이라는 전염병 만큼 무서운 바이러스가 자란다. "두려움이 덜할수록 좋아.두려움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어.두려움은 우리를 타락시켜 두려움을 줄이는 것.그게 자네의 일이고 내 일이야"/110쪽  언제나 그렇듯 상황의 심각성을 우리는 처음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다음으로는 최대한 투명한 정보를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그러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무서움의 공포는 혐오와 소문...인종차별로 이어진다.최선을 다하려 했던 캔터 선생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고 도망치듯 연인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여전히 도망친 것 같은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는...그곳에서도 폴리오환자가 발생하게 되면서..자신이 보균자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무증상으로 잠복했던 시간이 그에게 있었던 것.그러나 누가 누구에게 감염을 시켰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그럼에도 그는 죄책감으로 자신을 가둬둔다.이것이 코로나이후 사람들이 겪게될 정신적 후유증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 그런데 소설은 후반으로 가면서 희망의 빛을 선물해준다. 지금으로써는 너무 고마운메세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사람의 운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누구의 인생이든(...)"/243쪽



미스테리아30호 주제는 '코로나19'였다.지나치게 무겁지는 않을까 싶었는데,막상 읽으면서 소개해준 책들을 읽어보고 싶었다.그렇게 첫주자로 만난 책이 <네메시스>였는데 읽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네메시스>는 대문호 필립 로스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소설이다.그가 마지막으로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미지의 전염병과 그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심리 상태와 떨칠 수 없는 죄책감이 완벽하게 그려져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그 상황이 현재의 우리와 너무 비슷해서 두려울 정도다"/58쪽  두려움을 조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와 극복해야 할 후유증에 대한 조언을 듣게 된 것 같아서 소설이란 느낌을 전혀 받을수 없었다.강추!!


줄거리 보다는 느낌을 리뷰로 남기다 보니..언제나 재미나게 읽고도 정작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을때가 많아..최소 세 번은 읽게 되는 것이 습관인데...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을 읽기 시작하면서..다시 찾아본 <네메시스>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나서 고마(?)웠다. 그러니까.. 에브리맨을 구입한 건 네메시스..를 읽은 이후이고..어째서인지 잘 넘어가지 않았는데..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을 읽고 나서야..비로소 <에브리맨>을 읽을 용기가 났다...그렇게 넘어가지 않던 페이지가 너무 잘 넘겨져서 놀라는 중....해서 에브리맨 다음으로는 <귀신들의 땅>을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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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사람을 정말 외롭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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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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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스 페이지터너스
그레이엄 그린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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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빛소굴의 책을 한 권씩 읽고 있다.  처음에는 관심 가는 제목이 보여 골랐고(사랑의 갈증) 다음은 츠바이크의 책을 골라 읽었다. 그런데 사람 호기심은 이상한 지점에서 발동하는 탓에,빛소굴에서 나온 다른 책들도 읽어 보고 싶어졌다. 이제부터는 마음가는 대로 골라야 한다는 고민 아닌 고민..이^^

 '인생이라는 블랙코미디'라는 설명에  <코미디언스>를 골랐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 생각했으나, 이상하게 이름이 어색하지 않았던 건, 그레이엄 그린의 책을 이미(제3의사나이) 읽은 적도 있었고, 읽으려고 구입 만(단편집) 해 놓은 책도 있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아이티를 여행하다, 아이티 사회의 문제를 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작가들만이 가능할터. 지금도 여전히 아이티란 나라는 안정되어 있지 않은 곳으로 알고 있는 것이 고작이라...처음에는 읽기에 어려움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제목처럼 나도 모르게 싱거운 웃음과, 기막힌 웃음과..어이없는 웃음...이 읽는 내내 따라 왔다. 불한정한 나라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수 도 있는 그곳으로 사람들이 다시 가는 이유는 뭘까..궁금했다. 처음에는 뭔가 알 수 없이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도 있어 살짝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그랬다면 뒷편에 아주 큰 반전(?)아닌 반전과 만나지 못할 뻔... 마지막 한 방을 쓰면서 작가는 통쾌했을까..이미 눈치를 챈 독자들도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개인적으로는 설마...에 해당 된 1人이다. 코미디와 거짓말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세상을 향한 거짓말과,자신의 삶에 거짓말이 함께 섞여 버리면... 물론 이 소설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그가 왜 거짓말을 했을까..이기 보다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보고 싶다. 세상이야 어떻든,스미스부부는 채식센타를 걸립하고 싶은 로망이 있다. 브라운은 다시 호텔을 재건하고 싶기도 하고..사랑에 목말라 있기도 하다..세상은 어수선하지만..덧없는 삶에..거짓말처럼 내 삶은 뭔가 또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존스의 거짓말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어수선한 세상일수록 거짓말 하기가 수월(?)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의 연기(거짓말)에 모든 사람들이 넘어가게 되는 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진실과 거짓은 정말 한끗 차이인 모양이다.얼마전에도 위안부소녀상 앞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코미디도 저런 코미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무관심하면 안된다는 닥터 마지오의 절규가..가슴에 와 박히는 기분이다.읽는 동안에는 브라운의 복잡한 마음과, 뜬구름만 잡는 것 같은 스미스 부부가 더 크게 보였는데... 짧고 강렬했던 인물은 존스와 닥터 마지오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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