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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2 ㅣ 조선 천재 3부작 1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많은 것을 공부하고 왔습니다.운명은 구중궁궐의 다락 속에 숨어 있건 지하 천 길 아래에 숨어 있건 어김없이 찾아듭니다.이곳에서 끝까지 머물면서 이 풋 늙은이의 운명과 또 싸우는 데까지 싸워야지요"/209쪽
<동네공원>을 읽으면서 모든 건 '운명' 이라고 말했던 여자의 말을 부정했으나, 추사 김정희 선생이 말하는 '운명'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같은 단어인데, 다른 느낌은 뭘까... 뻔한 유추겠으나, 운명이라 읽고 '숙명'이란 의미를 생각해서는 아니었나 싶다. 노트르담 파리에서 절규하던 프롤로 신부의 '숙명'이란 단어가 각인된 탓일수도 있겠다. 추사김정희 선생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제주도 유배지에서 세한도를 그리게 된 사연과, 세한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가에 대한 정보가 알고 있는 전부였던 거다.추사고택에 들렀을 때, 불쑥 궁금해진 이유는 소설 <추사>를 읽으면서 어쩌면... 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그의 글씨가 조선에 이름을 날리게 된 이유는 소설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중요한 재료였던 건 분명한데, 나는 서예가 김정희 보다, 인간 김정희에 대한 생각을 하며 읽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소설을 재미나게 읽을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인간 김정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인간 자체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조선 역사가 보인 이유도 그래서였는지 모르겠다. 권력과 모함으로 점철된 조선사회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예술가를 예술가로 존중해 줄 생각도 없는 듯 보인다. 물론 예술가 김정희가 아닌, 조선 사회에서 그가 가졌던 위치와 역활에 대해 따져 들어가게 되면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보일게다. 이하응을 임금 될 사람으로 생각했던 추사의 마음은,이하응의 어느 면에 탐복해서였을까...
"살아간다는 것은 화해 없는 영원한 싸움을 치르는 것이다. 싸움을 걸고 있는 모든 적의 얼굴은 비가시적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111쪽
추사의 생각에서 가져온 에피소드인지,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소설이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라하더라도. 추사가 상우에게 들려주는 말은, 이 소설 전체에서 한승원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추사에 관한 에피소드를 따져가며 읽을 필요가 없을 만큼 인상적이었다는 말일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추사가 완당이란 호를 갖게 된 사연, 세한도에 그려진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때는 흥미로웠고,두 여인과 나란히 묻히지 못한 초생의 마지막은 궁금해졌다.(소설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일수도 있겠지만..) 조선천재 3부작 시리즈가 있는 줄도 몰랐다. 추사고택을 여행한 덕분에 알았다. 7월에는 다산을 만나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