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린
안윤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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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제목 같은 느낌이라 크게 눈여겨 보지 않다가, 도서관을 갈때마다 마주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모린>이 궁금해졌다. 광고효과는 이렇게 무서운가보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 읽고 싶은 오기가....발생했고, 예약을 걸어 놓은지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읽을 수 있었다.



"조금씩 훌쩍거리던 조지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한 사람이 자신을 넘어서는 어떤 감정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품는 강렬하고 아픈, 그래서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순간,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는 때란 없는 그런 순간"/44쪽


 나 같은(?)은 사람이 많은 듯 하다. '모린'이란 이름이 어디서 오게 되었나에 대한 글들이 많이 보인다. 요제프 코발스키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 보았다. 그런데 정작 로이 야콥센의 소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콕 찍어 소개된 문장을 읽다가,나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것들' 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7편의 이야기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들의 관계에 대해 혼자 질문하고 정리받은 기분이 들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내 삶 곳곳에서 여러 신호를 보내온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로 힘들어서는 아닐까..생각했다.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것들은 사실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너무 잘 보여서 때로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모린' 에서 무심한듯 던져진 화두는 '핀홀'에서 어쩌면.. 하고 생각하다가, '담담' 에 와서 슬쩍 우리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 하나를 힌트 처럼 알려준다.  "(...) 사람은 참 복잡하다.뭐 그런 싱거운 얘기예요"/103쪽  음식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싱거움이 있다면, 하고 상상하다가,우리가 복잡한 건 역시 싱겁지 않아서는 아닐까 생각했다. 설렁탕이 '담담'해야 맛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문제도 조금만 담담해 질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게만 된다면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들을 애써 구분하지 않을 텐데..담담하기는 어렵다. 설렁탕 맛집이 생각 만큼 많지 않은 것처럼...차라지 눈여 보이는 통증은 고맙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그것 역시 고통이다. 보이는 것들이라고 해서 고통스럽지 않은 건 없으니까... 이야기 자체가 무겁다. 우리 삶이 말랑말랑하지 않으니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틈처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물음에는 블루가 아닌 빛이 보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희는 자신이 통과해온 삶의 균열들을 되짚어보곤 했다. 그때마다 그 균열들이 더는 자신을 상처 내지 않는다는 것을 아프기만 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새로이 감각했다. 온전함이란 바라보기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선생님은 말하곤 했다.조금의 흠도 얼룩도 없이 깨끗한 상태가 온전함이라면 삶은 온통 수치와 불안일 수밖에 없다고도"/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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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리 작가의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읽은 덕분에 감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문장.

누군가를 실컷 욕해도 좀처럼 속이 후련해지지 않는 건 그게 실은 욕할 일이 아니라 슬퍼할 일이어서 그런 것같아요. 간혹 사람들이 나를 앞 못 보는 게 벼슬이냐고 따져 물을 때, 장애를 극복하고 반듯하게 자랐다며 대단하다고 치켜세울 때 네게는 그 말이 모두 이상하고 슬프게 들려요/1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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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반복해 듣는데도 결코 되풀이가 아니다. 들을 때마다 다르다. 처음에는 내가 클래식을 잘 몰라서라고 생각했다. 몰라서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점차 들리게 된 거라고. 계속해서 듣다보니 곡을 잘 알게 되어 다르게 들리는 것도 맞았지만 음악을 듣는 내가 매일 똑같지 않아서 음악도 다르게 들리는 거라는,너무도 당연한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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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피아드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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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에 있는 오늘과내일 책방에 들렀다가,호기심 불러오는 제목이 있어 냉큼 구입했다. 오래전 오뒷세이아를 읽은 것이, 이 책을 읽는 데 크나큰 기쁨으로 찾아오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뭔가 숙제처럼 생각하며 읽었던 오뒷세이는,생각보다 재미났지만, 생각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던 것 같다. 예전 리뷰를 찾아 보고 놀랐던 건 그래서다. 오뒷세이를 읽으며 느낀 내 마음이, 비슷하게 그려져 있어서..


영웅이고,대단한 지략가라고 하는데,인간적인 냄새가 나질 않았다.(아니 내가 좋아하는 케릭터가 아니였다는 게 더 솔직한 마음일게다) 겸손하지도 않은 것 같고,싸움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이가 속임수와 거짓말에 능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설마 나한테까지 속임수를 쓰고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15쪽 '페넬로피아드'에서 바라본 오뒷세이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모두가 영웅으로 그려낸 오뒷세이아를 읽으면서 실망했던 지점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구나.그렇다. 이 소설은 오뒷세이아 시점이 아니라, 아내의 시선으로 그를 그려낸 이야기다. 이 설정부터 마음에 들었다. 동시에 오뒷세이아..를 읽을 당시 나는 그녀의 아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미뤄 짐작할 수 조차 없었다. 호메로스의 시를 읽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수없이 이어지는 이름과 모험을 따라가기도 벅찼더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가 아주 매력적이기만 한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페넬로페의 시선으로 읽는 이야기는 고통과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쁘고 책임도 무거웠지만 나는 어느 때보다 외로웠다.나에게 현명한 의논 상대가 있었을까? 나 자신 이외의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었을까? 숱한 밤을 울다가 잠들거나 신들에게 내 사랑하는 남편을 보내주시든지 아니면 나를 빨리 죽여달라고 기도했다"/108쪽


"물처럼 행동하자.저들에게 맞서려 하지 말자.저들이 나를 붙잡으려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자. 바위를 에둘로 흐르는 물처럼 살자"/126쪽



그러나 페넬로페는 오뒷세우스처럼 분노하지 않았다. 사람의 목숨을 함부러 재단하지 않았다. 지혜롭게 때를 기다렸다. 자신 스스로 거미줄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읽으면서 '모험과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가 전쟁을 나간 동안 자신의 아내를 괴롭힌 자들에게 행하는 복수는 그래서 타당할지 ..모른다고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페넬로페의 시선으로 바라본 오뒷세우스..는 여전히 매력적으로만 읽혀지지 않은 건 분명하다. 그러나 오뒷세우스(만)을 재단하기 위한 이야기도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오뒷세우스 같은 인물들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누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그녀들을 위해 복수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페넬로페는 정말 오뒷세우스를 용서한 걸까... 연천 책방에 들렀을 때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에는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 도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 신이란 이름으로 남편을 섬기고, 내아이만 지키려 했던 이만의 아내 나즈메... 자신에게 고통이 닥쳐오고 나서야 그는 달라졌다. 아니 적어도 달라지려고 하는 것처럼 그려졌다. 나즈메가 딸들에게 했던 말은,페넬로페가 시녀들에게 하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읽혀졌다. 우리가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면 충분하잖아! 그이는 참회했고 기도도 올렸고 이젠 죄를 다 씻었단 말이야!"

"우리 한테는 충분하지 않아요!" 그 애들은 소리친다.

"그이한테 뭘 더 바라는 거니? " 나는 묻는다.이때쯤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답 좀 해봐!" /210쪽


페넬로페가 흘린 눈물을 이해하려면, 다시 <오뒷세이아>를 읽어봐야 이해할 수 있을까... 다시 읽을 자신이 아직, 없지만, 그럼에도 페넬로페의 시선으로 오뒷세이아를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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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네를 묘사한 그림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헬렌 쉐르백의 그림이 함께 검색되어서..그녀가 그린 헬레네도 있었을까 상상해봤다. 물론 헬렌의 그림은 대부분 자화상이었는데, 그녀가 '영혼'에 대해 표현한 말이 인상적이란 생각을 했다. 마치 헬레네와 비교라도 해 보라는 듯 "모습은 추할지 몰라도 영혼은 빛이 나"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헬레네가 그렇게 허영심에 부풀지만 않았더라면 그녀의 이기심과 비뚤어진 욕망 때문에 우리 모두가 온갖 고통과 슬픔을 겪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녀도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러나 천만에- 평범한 삶은 따분하기 마련인데 헬레네는 야심만만했다. 유명해지고 싶어했다. 군계일학처럼 홀로 돋보이고 싶어했다"/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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