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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ㅣ 설자은 시리즈 1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간 코너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제목을 보게 되었다. <설자은, 불꽃을 쫓다>.
표지때문일수도 있겠고, 호기심을 불러오는 제목이란 생각에서 호기심이 생긴것 같다. 읽어 볼까 하는 마음을 갖고 나서야 시리즈로 나온 책이고, 1편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름부터 얄궂은 운명(?)을 갖고 살아가는 설자은. 소설의 도입은 솔직히 지루했다. 해서 끝까지 읽어야 할 지 살짝 고민을 했더랬다. 고맙게도(?) <설자은 불꽃을 쫓다>를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참고 읽어 보기로 했는데, 잘 참은 것 같다. 배를 타고 금성으로 들어오는 여정은 조금 지루했다.누가 죽게 될 운명(?)일지 너무도 쉽게 짐작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사라진 여인들의 운명은 물음표로 남았다. 계속 이런 느낌이면 어떡하지 생각한 순간 '손바닥의 붉은 글씨' 편 부터 흥미로운 지점들이 보였다.실재있었던 전투가 허구로 변신했다. 그럼에도 전쟁의 비참함은 고스란히 전해진 느낌. 그리고 바로 그것이 함정(?)이 될 요소가 되었다. 독군어른을 죽음으로 몰아가게 한 살해목적이 마치 그곳에 있는 것인것처럼... 예상했던 결론과 살짝 비켜 가는 느낌이었지만,결론적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점이기도 했다. 자신만 살아돌아 온 것이 못내 부끄러웠던 독군어른 같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설적 상상까지 했으니..내가 푹 빠져 읽은 것이 분명하다. 소설적 재미는 크지 않았지만 길쌈이란 세계로 들어가 보는 상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세상에 안타깝지 않은 죽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세상이 원망스러웠지만..그럼에도 그의 죽음에 동정의 마음이 들지 않았다.아니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월지에 엎드린 죽음' 도 좋았다. 좀더 입체적인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인과응보로 귀결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 준 것 같아 짜릿했다. 죽어 마땅(?)한 죽음이라 해도,살해당한 것이 분명하다면, 목적(?)은 밝혀내야 한다.
흠뻑 빠질정도의 재미는 아니었지만, 소설의 소재가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조금더 입체적인 느낌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은 독자의 욕심일게다. 요즘 죽어 마땅한 사람들도 있는 거 아닌가..하는 나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서,힘들었는데,소설로 대리 만족한 기분이다. 나쁜짓을 한 사람들은 딱 그만큼의 벌을 똑같이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