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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3
안보윤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길지 않은 소설이라 다행이었다.읽는 내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주 긴 소설이었다면 너무 힘들어서 읽다가 포기 했을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소설을 멀리하지 않는다고 자부했는데,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는 너무 현실 같아서...힘들었다.
전수미 보다 먼저 죽고 싶다는 독백(고백)을 이렇게 아무렇지(?)않게 고백하다니..아니 아무렇지도 않은게 아니라,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버거운지가,느껴져서 소설이란 생각을 하면서도,소설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전수미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은 당혹스럽지 않았을까.나도 처음에는 왜 '전수미'라는 이름을 명명했을까... 그 비밀까지 찾아내진 못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건 개인의 이름 전수미가 아니었다는 걸 눈치(?) 챈 정도라고 해야할까...온갖 악의 축을 상징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읽기가 힘들어졌다.거대한 기업(소설에서는 콕찍어 기업을 말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항의는 들어오지 않았나 모르겠다),요양원 그리고 악만 남은 인간들... 전수미라는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나도 ..알게 모르게 전수미처럼 행동하고 있었던 건 아니였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 순간이 무서워졌다. 언제부터인가 나이든 사람들의 마지막 코스가 되어버린 듯한 요양원. 그것이 어떤 면에서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누구를 위한 최선인가를 묻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가 없었다. 작가는 안락사 시키는 동물병원과 요양원을 함께 등장시킴으로써..묻고 있었다. 그런데 '어쩔(?)수 없이' 라는 상황도 있지 않을까..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는 거대한 돌덩이 같은 무게로 다가오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이래저래 복잡한 마음으로 읽혀진 소설.
구원장의 변명은 궤변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직접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자기합리화에 성공하는 사람.몰랐단느 변명으로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그래도 어쩌겠어요.?그게 인간들의 일인데요"/126쪽
그래도 작품해설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작은 위로를 받았다. 전수미처럼 살고 싶지 않은 마음 보다 전수영처럼 살아가는 것이 더 힘들수 있지만,내 안에 악이 들어오려고 할때마다 정신 바짝 차리려고 애써보기...
"우리는 과연 그들 중 누가 더 나은 인간이라고 손쉽게 단언할 수 있을까.지금 '나'에게 가장 끔찍한 것은 세상 곳곳의 사람들에게서 전수미를 발견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 목소리에서 감지되는 미세한 악의"(168쪽)(....)'나'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되묻는다. "지금 거울을 보면 그 안에 있는 건 나일까 전수미일까"(158쪽)/1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