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홉의 6호실 달섬 세계고전 27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문석우 옮김 / 달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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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행의 원인은 사람에게 양심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212 쪽 


저렇게 멋진(?)말을 한 아니심은, 왜 정반대의 행동을 했을까..그가 저지른 행동에 대한 언급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았으니, 알 길은 없다. 일을 저지르고 나서 알게 된 것인지..애초에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한탄이었는지 모르겠다. 공교롭게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를 읽고 나서 읽게 된 영향인지, 아니심을, 전수미에서 벗어나려고 나름 애쓰려고 했던 인물로 이해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어쩌면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을 합리화 시키기 위한 '세상..전수미' 속 구원장같은 인물일 수도 있으니까.  지금까지 읽은 체홉의 단편에서 가장 힘들었다. '악'을 다룬 이야기라서 그랬던 것 같다.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알 길이 없다. 그런데,아니심이 변명인지,사실인지 툭 던진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양심' ...알량한 양심이 아니라, 선한 양심이 우리에게 있다면,지금 같은 혼돈의 시간을 우리가 겪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수 있었던 것 같다. 왜 악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가고 있는지...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에서 전수영과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체홉의 소설에는 악에 대항해 싸우려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긍정의 시선으로 해석하자면,욕심을 내려 놓은 사람들로 보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를 죽였는데..참아낸다면, 악시냐같은 괴물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아이를 잃은 여인에게 노인이 들려주는 위로는 가슴에 새길 법한 지혜지만,탄핵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지금,그것이 정말 최선인지..모르겠다.아이를 죽게 만든 악시냐에게 따져 묻지 않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지 알 ..수가 없다. 그녀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마을에서는 악시냐를 막강한 힘을 가진 여인이라고 말들하고 있었다.사실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 그녀가 앳된 미소를 지으며 아침마다 자기 공장으로 마차를 몰고 달릴 때나 공장에서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에게 대단한 힘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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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3
안보윤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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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길지 않은 소설이라 다행이었다.읽는 내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주 긴 소설이었다면 너무 힘들어서 읽다가 포기 했을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소설을 멀리하지 않는다고 자부했는데,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는 너무 현실 같아서...힘들었다.


전수미 보다 먼저 죽고 싶다는 독백(고백)을 이렇게 아무렇지(?)않게 고백하다니..아니 아무렇지도 않은게 아니라,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버거운지가,느껴져서 소설이란 생각을 하면서도,소설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전수미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은 당혹스럽지 않았을까.나도 처음에는 왜 '전수미'라는 이름을 명명했을까... 그 비밀까지 찾아내진 못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건 개인의 이름 전수미가 아니었다는 걸 눈치(?) 챈 정도라고 해야할까...온갖 악의 축을 상징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읽기가 힘들어졌다.거대한 기업(소설에서는 콕찍어 기업을 말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항의는 들어오지 않았나 모르겠다),요양원 그리고 악만 남은 인간들... 전수미라는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나도 ..알게 모르게 전수미처럼 행동하고 있었던 건 아니였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 순간이 무서워졌다. 언제부터인가 나이든 사람들의 마지막 코스가 되어버린 듯한 요양원. 그것이 어떤 면에서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누구를 위한 최선인가를 묻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가 없었다. 작가는 안락사 시키는 동물병원과 요양원을 함께 등장시킴으로써..묻고 있었다. 그런데 '어쩔(?)수 없이' 라는 상황도 있지 않을까..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는 거대한 돌덩이 같은 무게로 다가오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이래저래 복잡한 마음으로 읽혀진 소설.


구원장의 변명은 궤변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직접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자기합리화에 성공하는 사람.몰랐단느 변명으로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그래도 어쩌겠어요.?그게 인간들의 일인데요"/126쪽


그래도 작품해설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작은 위로를 받았다. 전수미처럼 살고 싶지 않은 마음 보다 전수영처럼 살아가는 것이 더 힘들수 있지만,내 안에 악이 들어오려고 할때마다 정신 바짝 차리려고 애써보기...


"우리는 과연 그들 중 누가 더 나은 인간이라고 손쉽게 단언할 수 있을까.지금 '나'에게 가장 끔찍한 것은 세상 곳곳의 사람들에게서 전수미를 발견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 목소리에서 감지되는 미세한 악의"(168쪽)(....)'나'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되묻는다. "지금 거울을 보면 그 안에 있는 건 나일까 전수미일까"(158쪽)/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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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3
안보윤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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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미처럼 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전수영처럼 살아갈 자신은 있는지..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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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해도 될까"/ 9쪽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3월은 고르는 책들만다 '단편집'이다. 이름은 낯설지만,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골랐다. '단편집'이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 작가의 장편..이 나는 아직 좀 힘들다. 아주 짧은 단편 '세상 모든 바다'를 읽었다. 예사롭지 않은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그러나 속으로 들어간 순간 살짝 당혹스러웠다, 나와 거리가 있는 팬문화과 관련된 이야기인가 하고.. 그런데 '질문'이란 화두가 묘하게 나를 끌어 당겼고,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내내 저 질문이 따라왔다. 마지막에 가서 왜 내가 저 질문을 부여잡고 있었는지도 알았다.


"여러 논쟁이 세모바 자체를 초월해버리는 동안 나는 모든게 뒤죽박죽으로 느껴질 뿐이어서 의견을 가질 수가 없었다.내가 의견을 가져야 하는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까지 많은 일에 대하여 그래왔지만(...)"/ 29쪽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시간을 지나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대형 참사가 일어날때도 사람들이 뭔가 혐오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나는 너무 낯설고 기이하게 다가왔더랬다. 타인을 향한 목소리를 내기 이전에,나에게 질문을 먼저 해본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덜 혼란스럽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이야기 속 주제는 자연스럽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으로 연결이 되었던 점이 좋았다. 아주 재미나게 읽혔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전달해주었다는 기분..물론 이것 또한 읽는 독자 마음대로 해석한 결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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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세상을 비웃는 기분에 맹희는 혼자 키득거렸다.애인이라는 단어를 타이핑하며 휘성의<사랑은 맛있다>를 들었다."/75쪽, '롤링 선더 러브'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고 난 후 다시 우리나라 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 어떤 끌림으로 이 책을 내가 골랐을까...작가 이름도 낯선.. 그런데 한동안 애정했던 가수의 이름과 만나기 위함이었을까..애도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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