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냉큼 구입 했다.  그런데 글자 하나하나가 촘촘히 박혀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당혹스러운 마음을 추스리며, 책과 마주했다.읽는다는 기분 보다 활자를 하나씩 끄집어 내는 기분이 들었다. 구두점으로만 씌여진 소설이라니..가보선생은 어떻게 이런 실험(?)을 할 생각을 했던 걸까..작가는 이미 알았을게다. 이 소설을 쓰면서, 당신은 즐거웠고, 독자들은 고통에 몸부림칠 거란 사실을..... "빌어먹을 신문 같으니, 제기랄 사람들은 이런 걸 어떻게 참고 읽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라고 중얼댔지만 재미없고 불쾌한 그 신문 읽기에서 무언가를 얻은 게 분명했는데(...)"/255쪽 부랴부랴 마크케스 선생에 관한 책을 도서관에 빌려와 함께 읽었다 덕분에 숨통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족장의 가을>>에 도입된 의식의 흐름 기법은 가독성을 떨어뜨리지만 권력과 광기에 사로잡혀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독재자의 본성을 드러내기에 적합하다.난해한 기법 때문에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으나 이후 가보와 카스트로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졌다.(....)폭력과 학살을 비판했던 그가 카스트로에 대해 조건 없는 지지를 보낸 것에는 어쩐지 석연하지 않은 구석이 있다"/170~171쪽 (가르시아 마르케스(클래식 클라우드 29) 식민통치에서 무정부상태와 독재 다시 식민지로 이어지는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설명은 사실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줄거리라고 하기에는 구두점으로 이어진 글로 인해 흐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끊어져버린다. 해서 아예 앞과 뒤의 관계를 온전히 이해하며 넘어가려는 생각 자체를 포기했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재미들이 있었다. '재미' 라는 표현이 바른 표현은 물론 아니다. 권력을 가진자의 행태, 그 밑에서 기생하는 자들의 모습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보고 있는 모습이다,가짜로 만들어지는 소문과, 여론, 역사왜곡, 권력자 한마디에 있던 법도 사라지고, 없던 법도 만들어지는 사회..충언은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고...그래서 늘 허수아비가 필요하고,때로는 점쟁이도 필요하다. 세세한 줄기보다, 커다란 줄기를 따라 읽으려고 노력했다. 한 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나라의 독재자를 콜라주했기 때문이란 변명..순간순간 권력과, 정치와 역사와 광기,를 마주한 것으로 우선 만족해도 되지 않을까...

 

"<족장의 가을>은 롤랑 바르트가 말하는 '희열의 텍스트'이다.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바르트는 이런 글 읽기의 체험을 '즐거움'과 '희열'의 두 형태로 구분한다.'즐거움'의 텍스트는 문화에서 오고 문화와 단절되어 있지 않아 '글 읽기의 편안한 실천'을 허용하며 우리를 행복감으로 채워주는 그런 텍스트이다. 그것은 이성 문화 역사와 관계된 고전 작품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독자의 문화 지식이 많을수록 즐거움도 크다.이에 반해 '희열'의 텍스트는 독자에게 안락한 독서를 제공하지 않은 채 독자의 역사적, 문화적,심리적 토대나 자신의 취향에 관한 가치관과 언어관마저 흔들리게 하여 자아가 회복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희열의 텍스트에서 즐거움은 산산 조각이 나며 언어와 문화는 파편화된다."/366~367쪽

 

역자의 해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반가운 적이 있었나 싶다 무엇보다 바르트 선생이 규정한 '희열의 텍스트'에 대한 간략한 담론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내용 자체로도 힘들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 형식까지 가파른 산을 오르는 방식으로 취해진 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건 알 수 없는 짜릿함이였는데..희열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프루스트의 소설 만큼이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소설이 아닐까 싶다. 등장 인물에 대한 언급 없이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넘치는 소설이라니~~^^




2월엔 마르케스의 소설(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족장의 가을>을 너무 힘들게 읽고 나서는.. 마르케스의 소설은 백년..과 콜레라..로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유혹하는 제목을 보고 나니..한 번 더 마르케스와 만나야 하지 않을끼..우선 리스트에 찜해두고..8월에 읽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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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세키는 오리엔테이션 요원의 이름을 참으로 친절하게도 '처음'이라고 지었는데 그 하쓰가 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주인공에게 "여기가 지옥의 입구야" 들어갈 수 있겠어? 라고 묻는다. 이 구절은 "어이 지옥으로 가는 거야!" 라는 첫 구절로 시작하는 고바야시 다키지의 <게 가공선>과 자연스럽게 공명한다.소세키 보다 한 세대 뒤에 활동했던 다키지가 일본의 대표적인 프롤레타리아 작가였던 반면, 소세키는 사회주의나 노동자 계급에 아무런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324쪽



웬만하면 창비고전은 피하고 있다. 번역의 정직(?)함이 읽기에 방해가 되서 그렇다. 그런데 <갱부>를 읽다가 <게 가공선>에 관한 부분을 읽으면서 궁금했다. 무엇보다 <게 가공선>을 일본 소설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다음으로는 소세키의 소설과 결이 다르다는 지점이 읽고 호기심을 끌었다."어이 지옥으로 가는 거야!"/7쪽로 시작되는 소설..분량이 작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소세키 소설도 그렇지만 <게 가공선> 역시  백년 지난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살해당하지 않으려면 단결해야 하는데..왜 단결은 점점 더 요원한 것인지... 통한의 절규를 들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은 얼마전 보았던 영화 '오키쿠와 세계'를 다시 생각나게 했다.  똥푸는 직업을 가진 청년들이 등장해서만은 아니다.  영화는 가끔 컬러로 변신하는데,감독은 그때와 지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소설 속 똥통이 상징하는 바가 노동자였다는 사실이 새삼...영화를 보면서 갑질하는 이들을 보았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살해당하는 삶을 살고 있으나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매순간 지옥을 내려가는 것 같은 두려움이..나도 모르는 사이 스며든 탓일까?  소세키의 <갱부>에는 야쓰같은 인물 덕분에 청년이 스스로 갱부를 빠져(?)나갈 수 있게 되지만 <게 가공선>에서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여러분 무엇보다 우선 우리들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우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동료를 배신해선 안된다."/121쪽  배신과 단결하기는 왜 그렇게 힘든 것인지... 한 순간에 닥치는 폭풍우 보다 서서히 무너지는 잔물결이 더 무서울수..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때보다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게 가공선>을 읽는내내 소설이란 생각을 할 수도 없었고, 저들의 고통을 가늠할 여유도 없었다. 지금..현재의 모습이 너무 지옥 같아서...



작가들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도스또옙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말야. 여기서 보면 그것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58쪽 박경리의 <표류도>를 읽다가 도옙..의 죽음..이 소개되어 궁금해 읽었다. 그런데 <게 가공선>에서 또 다시 언급 된 죽음...을 보면서 작가들의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고통'을 상징하는 은유라는 생각도..그런데 도옙..소설 보다 <게 가공선>이 더 지옥같았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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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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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매듭지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한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다만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신도 알 수 없을 뿐이야"/287쪽




작가의 자전적 내용이 반영(?)되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디까지나 소설로 읽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러한 이유로..<한눈팔기>는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 라는 설명은,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제목이 조금은 심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순간 한눈팔고 싶은 순간들이 끝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크게 보면 인간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겠구나 싶으면서도, 왜 우리는 한눈팔고 싶은 걸까..를 또 따져 묻게 된다.거절할 수 없는 상황..들, 회피할 수 만 있다면 회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속에서 소심하게 외면하고 싶은 겐조 같은 이들이 있다면, 뻔뻔하게 요구하는 시마다 같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겐조라고 뻔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학식있는 사람이라 외면하는 대신 한눈을 슬쩍 판다거나..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보였다. 책임을 지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았고, 속고 속이는 관계의 반복..그래서 결국 겐조는...세상에 매듭지어지는 일은 없다는..슬픈 결론을 내리게 된다. 백년이 지나 읽은 독자 입장에서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도 슬펐다. 그러니까..어쩌면 한눈팔고 싶은 순간이 올때마다, 매번 정면으로 부딪쳐 책임지려....애쓰지 말라는 것도 같고. 상황에 따라 정면으로 마주보기도 하고...또 가끔은 한눈..팔아도 어쩔수 없는 그것이 인생 아닐까 싶다... 아내의 행복에 대한 소세키의 시선은 그래서 좀 서늘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가진 당신은 행복한 거야. 하지만 그 행복을 향유하기 전에 당신은 이미 엄청난 희생을 치른 거라고.앞으로도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희생을 얼마나 치를지 몰라. 당신은 행복할지도 모르지만 실은 가엾은 존재야"/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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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집의 기록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1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덕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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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게 된 건 박경리의 소설 <표류도> 덕분이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소설인데..뭔가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터라..어느 지점에서 소설에 감탄했을까 궁금했던 거다. 그런데 시작부터 놀라고 말았다. 러시아 소설의 최대 벽은..이름인데,<죽음의 집의 기록>은 이름으로 부터 자유롭다.그렇다고 복병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소설의 장소가 '감옥'이라 온갖 형사범들의 이야기가...불편할 정도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너무 잘 읽혀서 또 놀라고.... 도저히 이 소설은 감상을 남길 수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그래도 한 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죄수들의 야만성만을 보고  어떠한 장점이나 인간다운 면을 발견하려 하지 않는 데 있었다"/415쪽

"이제는 모든 것을 말해야만 한다.실로 이 사람들은 비범한 인물들이었다.어쩌면 이곳에 세상에서 가장 힘 있고 가장 유능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강력한 힘들이 덧없이 파멸해 갔다.그것도 반칙적이고 불법적이며 되돌릴 수 없이 파멸해 갔다. 하디만 누구의 죄란 말인가?"/455쪽

 

 

아내를 살해한 이유로 형을 살고 온 남자가 죽고 난 후 그가 남긴 기록에 대한 이야기다. 감옥생활의 관찰기는 말 그대로 인간에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어 놀라웠다. 자연스럽게, 감옥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모습들이 그려진다.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불편해진 기분이 든건..아내를 살해한 남자..자신에 대한 반성(?)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죄수들이 그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더 부각된다. 물론 억울하게 형을 살 수 밖에 없는 이들도 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죄에 대한 고백이 있을 줄 알았다. 어쩌면 자신 역시 억울한 누명이라도 쓰게 된 걸까..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채,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문제가 된 사연을 설명하는 사이..교도소라는 공간의 불합리함을 이야기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는 건... 누구의 죄인가를 묻기 위해 말하고 싶었던 실제 이야기는 검열문제로 표현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읽는 동안 내내 뭔가 부조리하고, 모순적이란 생각..에 궁금증은 풀렸다.그렇다면 굳이 아내를 죽이고 들어온 인물로 설정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곳에 들어온 이들이 저지른 죄는 억울함을 이야기하에 온도차가 있었다고 본다. 마치 죄수도 할 말이 있다는 것에 대한 항변처럼 들리기는 했지만..남자가 저지른 죄에 대한 고백이 없었던 부분만 제외하고 본다면,남자의 기록은,종종 기억이 왜곡되었을 지 몰라도.흥미롭게 읽히기에 충분했다. 끝부분은 조금 늘어지는 기분도 들었지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면서 속도감을 느껴보긴 처음이다. 결코 빠르게 읽어낼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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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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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고 싶어지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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