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집의 기록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1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덕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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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게 된 건 박경리의 소설 <표류도> 덕분이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소설인데..뭔가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터라..어느 지점에서 소설에 감탄했을까 궁금했던 거다. 그런데 시작부터 놀라고 말았다. 러시아 소설의 최대 벽은..이름인데,<죽음의 집의 기록>은 이름으로 부터 자유롭다.그렇다고 복병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소설의 장소가 '감옥'이라 온갖 형사범들의 이야기가...불편할 정도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너무 잘 읽혀서 또 놀라고.... 도저히 이 소설은 감상을 남길 수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그래도 한 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죄수들의 야만성만을 보고  어떠한 장점이나 인간다운 면을 발견하려 하지 않는 데 있었다"/415쪽

"이제는 모든 것을 말해야만 한다.실로 이 사람들은 비범한 인물들이었다.어쩌면 이곳에 세상에서 가장 힘 있고 가장 유능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강력한 힘들이 덧없이 파멸해 갔다.그것도 반칙적이고 불법적이며 되돌릴 수 없이 파멸해 갔다. 하디만 누구의 죄란 말인가?"/455쪽

 

 

아내를 살해한 이유로 형을 살고 온 남자가 죽고 난 후 그가 남긴 기록에 대한 이야기다. 감옥생활의 관찰기는 말 그대로 인간에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어 놀라웠다. 자연스럽게, 감옥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모습들이 그려진다.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불편해진 기분이 든건..아내를 살해한 남자..자신에 대한 반성(?)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죄수들이 그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더 부각된다. 물론 억울하게 형을 살 수 밖에 없는 이들도 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죄에 대한 고백이 있을 줄 알았다. 어쩌면 자신 역시 억울한 누명이라도 쓰게 된 걸까..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채,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문제가 된 사연을 설명하는 사이..교도소라는 공간의 불합리함을 이야기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는 건... 누구의 죄인가를 묻기 위해 말하고 싶었던 실제 이야기는 검열문제로 표현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읽는 동안 내내 뭔가 부조리하고, 모순적이란 생각..에 궁금증은 풀렸다.그렇다면 굳이 아내를 죽이고 들어온 인물로 설정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곳에 들어온 이들이 저지른 죄는 억울함을 이야기하에 온도차가 있었다고 본다. 마치 죄수도 할 말이 있다는 것에 대한 항변처럼 들리기는 했지만..남자가 저지른 죄에 대한 고백이 없었던 부분만 제외하고 본다면,남자의 기록은,종종 기억이 왜곡되었을 지 몰라도.흥미롭게 읽히기에 충분했다. 끝부분은 조금 늘어지는 기분도 들었지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면서 속도감을 느껴보긴 처음이다. 결코 빠르게 읽어낼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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