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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결국, 읽게 될 책이었다. 작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지인 조차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는 말에 놀랐으나, (정작) 나는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특별할 것이 없다는 건 변명이었다. 불편하고,힘든 사실과 애써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거다. 5월이 올때마다 이번에는 읽겠다는 다짐이..그렇게 흘러..흘러 왔다.

모두가 다 알고(?)있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려다 그만둔다. 여전히 5월의 역사를 왜곡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소년이 온다> 읽기를 망설였던 건 불편(?)함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읽고 나서 든 생각은 희생된 이들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있는 이들에게 던진 질문과 마주할 용기가 없어 그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처음에는 희생자들이 눈에 들어오고, 다음은 살아 남은자들의 고통과 트라우마가,그리고 더 시간이 지나 살고 있는 이들에게 기억해야 할 역사..에 대한 물음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니라,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이제는 내가 선생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134쪽
아물지 않은 기억이란, 여전히 진행중인 역사인거다. 그날의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더 불편한 마음이 나를 옥죄어 온 건, 역사가 여전히 아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고귀한 사람이란 걸 알고 지낸다면 좋을텐데, 올해도 그 바람이 이뤄지기는 요원할 것 같다. 그래서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인간이 지녀야 할 양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야 겠다.그렇게 살고 싶다..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