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 낯선 경험으로 힘차게 향하는 지금 이 순간
조승리 지음 / 세미콜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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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솔깃해 읽으려 했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도서관에서 빌려 왔으나,어찌어찌하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다. 그런데 또다시 유혹하는 제목을 보고, 같은 저자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읽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건 솔직히,'시각장애인' 이란 단어가 정신 번쩍 나게 했서였음을 고백해야겠다. 더 솔직한 마음은 여행을 한다는 사실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웠다.이 책을 읽기 전 <코끼리를 만지면> 을 읽은 것도 동기부여가 된것 같다.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의 확장...


읽어야 겠다는 마음은 분명 있었지만,'에세이' 는 마음이 가는 장부터 읽는 것이 보통인데,처음부터 차례로 읽어 나갔다. 지극히 주관적인 에세이의 단점을 넘어선 이야기였다는 느낌이 들었다.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니까, 당연히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이지만,독자에게 계속 질문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강요된 질문이 아니라서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으로 부터 벗어나기의 과정이었다. 나를 따라온 질문들은 자연스럽게, '생각'이란 걸 하게 만들었다. 질문과 생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고,응당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상황들이라, 어느 순간,장애와 비장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당신들이 말하는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써야지.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거야.그게 내가 정한 나의 사명이야" /224쪽


결국, 이 책을 쓰고 싶었던 근본 이유는 알고 있었지만, 분명하게 작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영향으로,나는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인들에게도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나의 부끄러움에 대해,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지점에서 확증편향에 빠져 있는가를 알았다.끝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지 하지 않는다면,나의 생각은, 화석처럼 굳어버릴지 모른다. 무엇이 되었든 확증편향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승리 씨는 마음의 눈으로 이 풍경이 다 보이지요"

그녀의 말에 나는 캄캄한 현실로 돌아온다.

"사모님 마음의 눈 따위는 다 헛소리라니까. 아직고 그런 허황된 소리를 믿어요? 향기 없는 꽃 따위 나한테는 아무 소용 없단 걸 언제 이해하시려나"/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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