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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말 ㅣ 풍요의 바다 2
미시마 유키오 지음, 유라주 옮김 / 민음사 / 2024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봄눈>을 끝내며,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다데시나였지만, 혼다의 앞날이 가장 궁금했더랬다. 독자의 마음을 알았던 것인지 <달리는 말>의 시작은 혼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것도 시간이 훌쩍 지나서 그는 이미 어른남자가 되어 있었으며, 결혼도 했고, 판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판사에 대한 그의 시선이 아무렇지 않게 읽히건 지금 우리나라가 몹시 시끄러운 탓일수도 있겠다.
"(...) 질주하는 자동차의 모래 먼지 속에 남겨진 젊은 이는 얼굴 생김새도 피부색도 전혀 다르지만 그 존재와 형태는 그야말로 기요아키 그 자체였다"/57쪽
혼다의 직업은 판사다. 누구보다 이성(?)적인 사고를 해야 할 사람. 그런데 환생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환생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심지어 기요아키가 환생한 건 아닐까 하는 인물의 아버지는 이누마다. 그러나 <달리는 말>에서 구체적으로 환생과 윤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닐게다. '봄눈'에서는 사랑에 정열을 받친 청춘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달리는 말'에서는 미친듯한 정열에 관한 이야기란 느낌을 받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경주마..가 미친듯 달리게 된다면 결과는 승리 아니면 죽음이지 않을까..달리는 말을 누가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이누마의 아들은 신의에 대한 충의에 미쳐 있다. 그에게 균형 잡힌 사고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신에게 충성을 하는 것이 우국의 길이며, 애국의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벌거벗은 세계가' 일본편을 시청한 덕분에 신에 대한 일본인들에 충의를 납득할 수 있어 읽어내는데 불편함은 없었지만 힘들었닫. 우익과. 계엄 그리고 12월3일까지.
"그분은 우익 떠돌이한테 추대받기를 아주 좋아해서 점점 불장난이 진지해지더군요" 하고 맞은편 자리의 한 남자 손님이 말했다"/213쪽
"(...) 계엄령이 내려질 정도로 큰일을 벌이려 한다면 군의 협력이 필수야(...)처음에 네가 말했듯이 국회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일 정도는 되어야 해(..)"/351쪽
"(...)12월 3일이라는 날짜는 바꿀 수 없지만 변전소 공격 계획이 무산된 이상 밤보다 새벽 시간을 노려야 한다(...)"/357쪽
이사오의 계획(?)은 물론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고 <달리는 말>에서 하고 싶은 주제도 '계엄'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다만 지금 우리나라 모습이 그대로 보여지는 바람에 할 말이 없었을 뿐이다.. 정신을 조금이라도 차려 보고 생각한다면, 이사오가 왜 계엄에 대해 목숨을 걸었는가에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사상이 문제였다. 그래서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오면 교육과 사고의 균형적인 필요성을 절감한다. 이사오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일절 의심하지 않는다. 내가 궁금한 건 이사오 스스로의 생각이었는지, 이누마가 기요아키에게 하듯,자신의 아들에게 우익사상을 심어 준 것인지는 모르겠다. 달리는 말에게, 의심과 균형적인 정신은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셈이다. 이누마는 그저 인간세상의 복잡함을 피력할 뿐이다. 궤변인지,그것이 그를 지탱하게 만든 힘인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건 아들에게 그의 마음이..정신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기요아키와 다네시나의 관계, 이사오와사와의 관계가 흥미롭게 보였다. <달리는 말>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다네시나... 그러나 사와는 왠지 <새벽의 사원>에서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사토코와 닮은 듯 보인 마키코의 미래도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은 듯 했던 인물 호리중위도 궁금하다. <봄눈>에 이어 <달리는 말>의 마지막에도 죽는다. <새벽의 사원>에서도 누군가가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