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나 이거 알아요.더덕이지요?" 했다. 어린아이가 더덕을 알아보는 것이 하도 신통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했다.그러자 아이의 입에서 설명이 줄줄 이어져 나왔다."이건 초롱꽃과의 여러해살풀이로 살이 많고 독특한 냄새가 나며(....)마치 눈앞의 교과서를 읽듯 쏟아내고나서 아이는 쏜살같이 방으로 들어가 오락기에 열중했다.(...)도시의 가족들이 떠난 뒤 또 다른 가족이 암자를 찾아왔다.아직 더덕꽃이 지기 전이었다.그 집에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더덕꽃을 보여 줄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런데 그 아이는 코를 큼큼거리더니 더덕꽃 쪽으로 천천히 다가섰다.그러고는 한마디 했다. "아!냄새 좋다.스님 이게 무슨 꽃이에요?" 나는 더덕이라고 말해주었다."더덕요? 와아 더덕꽃에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요? 앞으로 더덕꽃을 잊지 못할 거 같아요." 그때 나는 지식과 기능으로만 살아가는 가상현실과 사랑과 감정으로 살아가는 생생현실의 경계선을 분명하게 체감했다." /72 '검색의 시대,사유의 회복'
<메데이아,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을 읽고 있는 중이다. 신화를 소설로 재해석한 이야기가 퍽 마음에 드는 건, 시선을 달리해서 바라보는 지점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읽어낼 엄두도 내지 못한 <그리스 비극>을 함께 읽고 있는 중인데... 메데이아에 대한 언급이 너무 다른 것이 흥미롭다. 그리스 비극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읽어야 할 리스트에 올려 놓은 <신통기>는 여전히 리스트에 고정. 그래도 혹 어느 페이지 한자락 포스팅 해놓지 않았을까 싶어 옛 메모를 찾아보다가.. '신통' 이란 검색어가..전혀 다른(?) 기억을 불러왔다. 공교롭게도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을 읽은 시간이 11월이었다는 점도 반가웠지만.. AI..가 모든 걸 다 해주는 것 같아 놀라면서도 겁나는 지금... AI 가 해 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찾아낸 것 같아 반갑다. AI 가 칭찬도 해주고, 공감도 해주지만... 감정선..은 결코 건드려줄 수 없을 거라는 확신.. 만약 <신통기>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면 잘 정리해주겠지만... 메데이아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 정리해줄..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메데이아 와 이아손의 목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나는 메데이아가 사랑에 목숨건, 혹수 복수의 화신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은 부분만 놓고 보면, 메데이아와 이아손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사랑한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해서 <신통기>도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볼프의 소설에서 이아손의 시선으로 바라본 메데이아는,이아손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 모피를 가져갈 수 있게 해 준 것처럼 읽혀지기때문이다. 아버지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어쩌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메데이아가 나를 만나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 왔다. 저녁에 아르고 옆에 나타난 메데이아는 내가 모피를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일러 주었다.(..)조건이 하나 있어요.나를 데려가야 해요 나는 이 느닷없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마음을 정할 수 없어서 그저 짧게 대답했다.(...)"/61~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