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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3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김희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7월
평점 :
오르한 파묵의 소설<검은 책>을 읽으며 내가 마주한 것은 파묵의 소설 속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종종 언급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언급이 호기심을 지폈다.나도 모르게 흰토끼를 따라 자연스럽게 앨리스의 세계로 들어간 기분...분명 예전에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처음 읽는 기분이었다. '환타지 동화' 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읽었을 때 기발한 상상력이 품어내는 환타지에 몰입했다면, 다시 읽으면서는 상상력 뒤에 감춰진 진짜 모습을 마주한 기분이었다.특히 권력과 법에 대한 풍자가 그랬다.사라진 타르트를 찾는 법정 모습을 보면서,여왕이 마음대로 휘드르는 권력이 무섭게 다가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게 처형하라고 명령할 수 있는 권력자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스러웠으니까. 이런 권력의 지배를 받는 시민들을 상상해보라,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하얀장미를 빨간색으로 그려 넣으려고 한다. 작은 허물을 감추려다, 더 큰 사고가 일어나게 되는 일들을 떠올려봤다. 매순간 '교훈'을 찾으려고 애쓰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그냥 상상력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몸이 커졌다 작아지는 앨리스 모습 조차 환타지로 읽혀지지 않았다. 커져버린 순간, 어린 시절이 그리워질 수 있고,커지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약한 성질의 모습,시시때때로 후회도 하고, 그러나 용기를 가져야 하는 순간을 생각하게..된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며 나는 앨리스가 이런 꿈을 꾸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어쩌면 모순과 폭력으로 가득한 어른들의 세계로 편입되고 싶지 않아서는 아니였을까.아니면 그런 현실로부터 도망쳐 영원한 아이로 남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저항의 마음이 꿈에서 실현될 것일수도..그러니까 그런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호기심과 용기,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앨리스가 꿈 속에서 가장 힘있게 보여준 모습은 '용기'를 갖고 행동할 때였다.
'입다물어! 여왕은 얼굴이 자줏빛으로 변해 말했다.
"싫어요! 앨리스가 말했다.
"저것의 목을 쳐라!" 여왕이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당신을 신경이나 쓸 줄 알고?" 앨리스는 말했다. (..)너희는 기껏해야 카드 한 벌일 뿐이야!" /150~1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