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모니카 김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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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빠의 무책임.그로 인해 무너져 내린 엄마의 외로움과 슬픔.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던 지원과 지현. 아빠가 떠나고 난 후 엄마는 두 딸 앞에서 생선 눈알을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며, 꾸역꾸역 생선눈알을 먹으면서,당신의 딸들에게도 강요한다. 큰 딸 지원은 엄마를 위해 생선눈알을 기꺼이 먹는다. 아마도 이 행위가 이뤄지는 순간부터가, 엄마의 고통을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지원은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을 뿐이다. 심지어 원하는 대학도 가지 못했다. 학점에 대한 강박, 엄마가 새로 만나게 된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폭력성은 두 딸이 감당하기에 벅차다. 그리고 그런 딸들의 감정을 들여다 보지 않은 듯한 엄마가 사실 조지보다 더 원망스러웠다.


서양사회에서 동양인 이민자를 어떻게 바라보는 가에 대한 묘사 보다 더 답답했던 건,아니 읽는 내내 개운하지 않았던 지점은, 지원이 선택한 방식이 '살인'에 있었다는 점이다. 엄마의 새남자를 죽일 이유야,수천가지가 되겠지만,그럴때마다 누군가를 죽이지 않는다. 엄마가 아무렇지 않게 쏟아낸 감정을 여과없이 지원이 받아버린 탓이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질문이 따라온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또 다른 괴물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고통을 잊기 위해 생선 눈알을 먹었지만, 지원은 자신에게 고통을 준 이들을 용서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자신에게 상처준 근원에 대해 파괴하려는 뒤틀린 욕망으로 가득찼을 뿐이다.


"아빠가 우리를 떠나기 보름 전쯤 나는 아빠와 말다툼을 했다. 대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내가 거의 매일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빠는 내게 작은 주머니칼을 하나 가지고 다니라고 말했다. 아빠가 그 칼을 꺼내 보여줬을 때 나는 겁이 났다.크기는 작아도 엄연한 칼이었다. 날카로운 칼날에 차가운 광택이 흘렀고 치명적으로 위험한 도구처럼 보였다. 누군가를 해칠 수 있는 그런 끔삑한 물건이 내게 필요할 거라곤 차마 상상할 수도 없었다"/200쪽


이 소설을 장녀의 무게감이나 이민자의 소외라는 프레임으로 읽고 싶지는 않았다.그보다 부모가 자식에게 기만적인 방법으로 '정서적 학대'를 했을 때 파멸적인 결과로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그녀가 상처를 마주할 수 있었다면..(그러니까 엄마가 눈알을 먹는 걸로 연민에 빠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야 한다..) 과거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보려고 노력했다면,그녀의 앤딩은 아빠를 향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옳다.그녀는 치유되지 않았고 극복하지 못한거다. 읽는 내내 답답했다.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서..그래서 더 잘 읽혀진 건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제일..같은 말들은 위험하다.당신을 돌이킬 수 없는 이상한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으니까 



ps 지원의 심리학 기말시험  첫 번째 질문이 심오하게 다가온 이유이기도 하다.

"언어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감정과 지각을 형성하는가"/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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