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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오래전부터 베스트셀러였던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영화 '콜럼버스'를 보면서 궁금했었다.아니,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 건축물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마음 가는 대로 느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건축이란 세계가 내게는 넘사벽이라 그랬던 것 같다. 건축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물어보니,<<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추천해 줘서(인공지능에게^^) 피식 웃음이 났지만,소설을 설명하는 말 가운데 '노건축가' 라는 단어가 그냥 지나칠수 없게 만들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 덕분에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재미나게 읽을수 있었던 것 같다.
"(...) 인간의 내면 같은 것은 나중에 생긴 것으로 아직 그다지 단단한 건축물은 아니라는 증거일 거야. 집 안에서만 계속 살 수 있을 만큼 인간의 내면은 튼튼하지 못해. 마음을 좌우하는 걸 자기 내부에서가 아니라 바깥에서 찾고 싶다.내맡기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337쪽
영화에서 케이시는, 건축가의 아들에게, 위로 받은 건축에 대한 설명 한다. 무지에 가까운 나는, 그녀가 위로 받은 건축물 자체 보다 건축이란 세상이 그녀에게 숨을 쉴 수 있게 해 준 공간은 아니었을까 하는 조금은 뻔한 상상을 하며 넘어갔던 것 같다.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튼튼하지 못한 마음을 외부에서 찾고 싶었던 그 마음에 공감하고 이해받는 느낌이 들어 반가웠다.건축이란 세상이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겠지만,얼마전 읽었던 <<실전 한국어>>가 생각났다.문학이 우리 삶을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건축도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영상으로 조감한 기분이었다.(소설인지 다큐인지 착각하는 순간이 퍽 자주 있었다) 언제나 완성된 건축물만 보았던 터라 완성되기 이전의 시간들과 시간이 흘러간 후의 건축물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말때문에 건축이 우리의 인생을 닮아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또 저마다 자신만의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구나 라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건축은 무엇일까? 호기심에 시작된 읽기였다. 하지만 예술적 감동을 넘어 건축이라는 세상을 통해 삶의 궤적을 따라간 기분이들었다.
사각거리는 연필소리,나무타는 향기를 맡으면서,문득 멋진 건축이란 '여름향기'를 닮은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월이 흘러도 묵묵히 그 세월만큼의 향기를 지닌 건축물을 본다면 저절로 감동하게 되지 않을까..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는 열망은 과한 욕심이지만, 욕심부릴만한 바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