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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볼트의 선물 - 1976 퓰리처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4
솔 벨로 지음, 전수용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4월
평점 :
몰락한 천재 시인과 제자의 이야기라는 설정에 '선물' 이라는 제목까지...
짐작이 가는,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천재시인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했던 찰리 시트린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성공 이후 추락하는 시인의 모습이었다. 엄청난 시인이라 생각했었는데, 시인이 노래하고, 말하던 사상이 물질주의 사회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찰리 시트린은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까 시인이 준 선물이란, 예술가로 성공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청사진..같은 선물이 아니었던 거다. 시인처럼 되지 않으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가 어렵고, 서로가 속고 속이는 세상 속에서, 성공과 돈이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을, 옭아매는 보이지 않는 족쇄..같은 느낌.. 시트린의 삶도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작가로서 성공했으나, 가정이 붕괴되어버렸다.(앞서 읽은 허조그..가 순간 순간 떠올랐다) 물론 '험볼트의 선물'에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 찰리 시트린이 이혼과정의 지리멸렬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 게다. 성공했으나, 더이상 자신만의 예술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뭘까. '권태'란 녀석이 시트린을 잠식해 버린 이유...를 찾아내기 위한 몸부림..그 답은 자신을 함정(?)으로 빠져들게 했던 험볼트시인에게서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너무 방대한 양에다, 시시콜콜 들려주는 이야기 덕분에 순간순간 길을 잃기도 했다. 다시 정신 차리는 순간, 마다 쓴웃음, 헛웃음이 나게 하는 장면들이 보여, 작가가 퍽 고약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독자가 어느 순간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느낌. 시트린이 험볼트에게서 받은 고통...이 크게 보여, 그가 험볼트에게서 영혼을 팔지 않는 예술가로 살아가게 되었음은 선명하게 읽어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선물과 전혀 생각하지 않은 방향에서의 선물(?)이 시트린에게 찾아왔다. 작가의 위트에 놀랄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까지 방대한 이야기여야..했을까 살짝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다.그런데 이런 고단함 덕분에..이야기 끝에서 만난 '선물'에 박장대소..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였나 싶다.
"죽음이 바람직한 해방이 되도록 삶의 괴로움을 늘리는 것이다"/5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