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여자
라비 알라메딘 지음, 이다희 옮김 / 뮤진트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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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이미 많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걸까?

어찌보면 초큼 촌스러워 보이는 표지, 제목은 조금은 알 것 같은 뻔한 이야기일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끌리는 책이라,도서관 예약을 걸어 놓고...읽기 시작하자마자, 냉큼 주문해서 읽었다. 공교롭게도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10일간 휴전을 선언한 날이라..뭔가 더 큰 의미가 내게도 생긴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뉴스에서는 오늘도 여전히 레바논을 공격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리 없이 덜 창피하게 운다.요제프 로트는 <<끝없는 도망>>을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세상에 그처럼 불필요한 인간은 또 없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세상에 나처럼 불필요한 인간은 또 없다 로트의 주인공 프란츠 툰다가 아니라 나다.나야말로 직업도 없고 욕망도 없고 희망도 없으며 야망도 없고 자기애조차 전혀 없다"/398쪽



거시적으로 보면 전쟁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순간,문학이야기가 정신없이 쏟아지는 바람에, 잠깐씩 레바논 상황을 잊게된다. 소설 속 그녀가 문학을 자신만의 언어로 번역에 집중했던 것처럼.그래서 그녀가 자신을 '불필요한 사람' 이라 말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다고 감히 말하기가 힘들었다.그래도 어쩔수 없이 궁금했던 책의 제목... 소설이 끝나갈 즈음 언급된 소설을 또 메모해 놓았다. 노년이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연히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서, 삶에 의미를 둔다는 것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세계의 이야기 같아 무얼 느낀다고 말하기 조차 힘들었다.스스로 자신을 불필요한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더 단단하게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아침에 나눈 인사를 저녁에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도 잔인한 고통 아닌가. 그럴수록 작가는 문학에 빠져든다. 번역을 하는 동안 외부 세상은 닫아 둘 수 있다. 솔 벨로의 <허조그>가 언급되는 순간이 반가웠다. 허조그에게 편지가 자신을 지키는 도구였다면, 알리야에게는 문학이 시끄러운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구해줄 수 있는 도구였던 셈이다.내가 지금 인지(인공지능)가 문학 이야기를 하듯, 알리야는 번역을 통해, 문학을 이해하고,모든 것이 불안정한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글에 대한 맹목적인 갈망에 나를 맡겼다. 문학은 내 모래 놀이터이다. 나는 그 안에서 놀고 요새와 성을 쌓고 황홀한 시간을 보낸다.날 힘들게 하는 것은 놀이터 바깥의 세상이다(...) 문학은 내게 삶을 주고 삶은 나를 죽인다"/16쪽



소설에 흠뻑 빠져 읽는 바람에 책장을 덮을 때까지 알리야란 인물과 닮은 여성작가의 소설일거라 생각했다. 일리야의 목소리가 곧 작가의 목소리처럼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이란 놀이터에 더 집중하며 읽느라 읽다 멈추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한 번 정독하며 읽어 보고 싶다... 그때는 부디 휴전이 아닌 종전 소식을 뉴스에서 듣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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