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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5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유정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평점 :
따뜻한 봄이 오고 있는 사월이지만, 꽃샘추위가 찾아 오는, 2월보다 4월이 더 추운 시간으로 기억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책을 골랐다.마음의 준비(?) 를 단단히 한 덕분인지 버겁지 않게 읽었다.아니 읽어냈다. 잘 알지 못하는 나라의 문화를 소재로 가져온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관습을 생각하다,끝내 작가의 질문이 '복수'에 대한 화두로 나를 이끌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를 위한 복수인가?
우리는 왜 '복수' 라는 세계 속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걸까? 관습법이란 것이 있어서 그렇다는 논리는 과거의 시간 속으로 걸어가 생각해 보려 해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세계다. 그저 악습일 뿐이라 항변하고 싶어질 뿐. 복수 끝에 남는 건 없으니까.. 그런데 <부서진 사월>을 따라 가다 보면 결국 '피의 세금'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저질렀는데, 유예기간이 만들어지고, 성주에게 세금을 받쳐야 하는 상황. 성주 입장에서는 세금을 거둬 들여야 할 명분을 만들어야 할 테니,사람들에게 '복수'를 강요할 수 밖에. 강요당한 삶이었다. 그조르가가 여인에게 반하는 찰나의 순간은 몽환적으로 느껴졌지만, 세상에 복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렴풋 이해한거라 생각했다.아이러니한 건 디안이란 여인의 존재였던 것 같다. 오로지 눈빛으로 서로에게 자극이었던 관계. 그녀를 한 번 보고 싶어했던 그조르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란 잔인한 결말인걸까.. 그런데 나는 그조르그에게 강렬한 눈빛을 보낸 디안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작가의 다른 소설 제목(떠나지 못하는 여자)가 궁금해진 탓일수도 있겠다.
카눈 같은 관습법이 있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보고 있노라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누구를 위한 복수인가는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라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