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조그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9
솔 벨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을 읽고 나니,솔벨로가 연관검색어로 나를 찾아(?)왔다. 오랫동안 읽어야지 생각만 했던 <오늘을 잡아라>를 읽어야 할 타이밍이왔나보다 생각하며, 읽게 되었고, 생각보다 잘 읽혀져서 <허조그>를 연달아 읽게 되었는데... 엄청남 페이지의 압박을 느낄수 없을 만큼 흥미롭게 읽혀져서 놀랐다. 물론 가볍게 읽고 끝낼 소설은 아니었지만. 아주 심플(?)한 주제로 600페이지 가까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다고 말할수 밖에.
막장에 가까운 스토리일수도 있다. 아내와 이혼을 했다. 그런데 이혼을 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허조그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나와 가까웠던 지인이 아내와 바람이 났고.심지어 자신을 정신이상자로 몰아간다는 상황..물론 어디까지나 허조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시점일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자신의 아이와 다시 만나기까지, 전부인과자신의 친구를 어떻게든 법정에 세워 보겠노라 생각하는 시간까지의 여정이 페이지의 삼분의이 이상을 할애한다. 자신이 믿었던 신념 철학...등등 온갖 인물들에게 그는 편지를 쓴다. 그는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에 대한 질문보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집요하게 붙잡아둔다. 그러다 아이를 만나러 가게 된 후 사고를 당하게 되고 나서야 어렴풋(?)인간과 인간이 서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신을 고통으로 밀어 넣어던 곳으로 돌아가게 된 후 비로소 평화를 찾는다. 아니 찾으려고 노력한다. 자신을 가혹하게 만들었던 아내를 향한 칼날을 비로소 거두고 나서야 평화를 찾게 된다는.. 아니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개운하게 마음이 치유된 것은 아니지만..적어도 마음으로부터 써내려간 편지는 더이상 쓰지 않겠다는 고백에 독자는 마음을 놓았다. 진정한 복수는 같은 방식의 복수가 아니라, 용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그것이 되지 않아서 우리는 힘에 겹다. 후련하게 떠나보냈다면 허조그는 지금보다 덜 고통스럽게 살아갈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 인간은 결코 그렇게 되지 못한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다가 어느 순간 <율리시스> 느낌을 받았는데, 뉴욕타임스 코멘트가 있어서 반가웠다. 정작 율리시스..는 읽으려다 끝맺지 못했다. 재미 없어서가 아니라, 촘촘한 흐름을 따라가려면 다른 책을 끼어들 틈이 없기도 하거니와, 개정판이 나와주었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데 <허조그> 덕분에 율리시스..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그런데 먼저 솔벨로의 <험볼트의 선물>을 먼저 읽어보고 싶다. 페이지 압박은 두렵지..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