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늠 조차 해 볼 수 없는 제목(뱀이 있는 곳) 이라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그렇게 끝을 맺은 앤딩 조차 섭섭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만의 오독을 만들어 놓았다. 비록 점을 보러 간 그곳에서 들은 이야기가..뱀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의식이 되었지만, 자신이 잘못하고도 용서보다는, 상대방을 무고죄로 더 괴롭히려 한 인간사람 보다 괜찮은 의식처럼 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하진과 정인의 이야기 속에는 하진의 억울한 이야기가 '뱀이 있는 곳'을 이끌고 가는 것처럼 보이면서도,정작 '뱀'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언급된다.그런데 신기하게도,앤딩장면을 읽으면서,하진을 괴롭힌 직장상사를 떠올렸다. 앞서 읽은,박민경 작가님의 '별개의 문제' 도 그렇고. 중요한 건 묵직한 화두였던 것 같다. 앞서 읽은 이야기에서 '진심'에 관한 문제를 만났다면 '뱀이 있는 곳'을 읽으면서 '용서'를 떠올렸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작가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정인은 마트에서 사 온 구이용 고기 한 팩에 채소를 조금 곁들여서 저녁을 먹을 때가 많았다. 핏물이 닿아 있는 스티로폼 접시를 버리다가 죄책감을 느끼는 순간도 가끔 있었지만 대체로는 자기 식습관에 무감했다. 하지만 뱀을 묻고 소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76쪽
마니아까지는 아니지만, 소고기먹는 걸 포기할 수 없는 1인데, 저런 느낌을 가진 적이 있어, 나만 그런건 아니구나 생각했다.'믿음' 이란 말은 굉장히 좋은 말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정말 그런가 묻게 된다.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있는 건 아닌지,이면에 자리한 욕망을 숨긴채로 말이다. 양심에 걸리지만 소고기를 포기할 수 없어 여전히 수만가지 이유를 열거하고 있다.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내가 옳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면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작가님의 말은 그래서 위로가 된다.그렇지만 마냥 이것을 핑계 삼으면 안된다는 것도 너무 잘알고 있다. 해서 인터뷰에서 언급해주신 <시장으로 간 성폭력>을 읽어 볼 생각이다.
"착하고 사람 좋은 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정인아, 자기 것을 지키는 거.그게 중요해"/62쪽